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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왔어요?"란 차별적 질문을 받을 때...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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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서 왔어요?"라는 질문은 종종 차별의 증거가 된다. 영어권 국가에 사는 백인은 그런 질문을 받지 않는다. 피부색이 다른 이들에게 너의 '진짜' 나라를 물을 뿐이다.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에서 촉발된 물음. 한국계 미국인이자 영어 원어민인 가수 에릭 남에게 영국 배우 톰 홀랜드가 "영어 잘하는데 어디서 배웠냐"고 물어보자 모욕적인 인종차별이라는 비판이 인 것과 같은 맥락이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기억해'는 한국과 캐나다 수교 60주년을 기념해서 나온 책이다. 양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8명이 '다양성 그리고 포용과 연대'라는 주제로 쓴 단편소설 7편과 장편시 1편을 모았다. 한국의 김멜라, 김애란, 윤고은, 정보라와 캐나다의 얀 마텔, 조던 스콧, 킴 투이, 리사 버드윌슨이다. 내년 8월 캐나다에서도 출간된다.
버드윌슨의 수록작 '어디에서 왔어요?(원제 Where Are You From?)' 속 '나'도 차별하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시험받는 느낌"을 받는다.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는 캐나다인인 그에게 사람들이 이런 질문을 던지는 건 그의 생김새가 백인과 다른 원주민 출신이기 때문이다. 그는 원주민 보호구역 출신이라고 선뜻 대답하지 못한다. 그는 소도시 교외의 백인 가정에 입양돼 자랐다. 정부가 1960년대에 원주민 문화 말살을 위해 추진한 '60년대 스쿱'(60's Scoop·원주민을 문명화하겠다며 원주민 아이들을 캐나다의 백인 가정이나 미국, 독일 등으로 입양시킨 정책)에 따라 그는 큰 '숟가락(스쿱)'으로 푹 떠지듯이 백인 가정으로 이식됐다.
그는 "몰라요"라거나 "그게요, 우리 엄마는 콰펠(캐나다의 소도시) 출신이에요..."라고 얼버무린다. 그는 "내가 입양되었으며 (어디서 왔는지를) 물어볼 사람이 없다"는 말은 굳이 하지 않는다. "기원이랄 것이 없는" 데서 오는 이런 근원적 갈증,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다는 강한 갈망은 형편없이 구는 동거인 제이크를 그가 떠나지 못하는 이유다. 역시 원주민인 제이크가 첫 만남 때 원주민 크리족의 언어인 '크리어'로 말을 건 기억이 그를 자꾸 붙잡는다.
버드윌슨은 작가의 말에서 "한국에서 입양된 아이들은 캐나다와 미국 등 서양식민 사회에서 성장하면서 문화, 언어, 가족, 공동체로부터 철저히 단절되었다"며 "인종 간 입양으로 인한 문화적 상실, 소외, 정체성 혼란 등의 공통 상처를 아우를 수 있는 단편소설을 책에 싣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60's Scoop' 정책으로 입양된 원주민이다.
단편소설 '젖은 눈과 무적의 배꼽'을 책에 실은 김멜라 작가는 10일 서울 중구 주한 캐나다 대사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포용과 다양성이 문학예술,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특히나 한국에서는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훈련과 시행착오가 수없이 많이 되풀이돼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책의 주제를 굉장히 반갑게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수록작들의 등장인물들은 원주민, 외국인 노동자, 이민자, 난민, 인공지능(AI)에 밀린 콜센터 노동자 등 문화와 시대의 경계에 서 있다. 그들은 고립돼 있으나 끝내 외롭지만은 않다. 김애란 작가의 '빗방울처럼'에서 전세 사기로 전 재산을 잃고 이를 갚으려던 남편까지 잃은 '지수'는 자살을 떠올리다가도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 노동자 도배사가 던진 말에서 위로를 받는다. "보석 같은 어떤 농담... (중략) ...계몽도 당위도 아닌 인간의 말"(작가의 말)에서다. 윤고은 작가의 '테니스나무'에서 AI 부서에서 일하며 AI로 오해당하는 편을 차라리 속 편해하던 '나'는 결국 그 팀에서 나오기를 선택한다. "마라톤에서 역주행"해 비웃음을 샀던 것처럼 세상에 맞지 않는 인간처럼 느껴지더라도.
책 제목은 김멜라 작가 수록작의 문장이다. "우리는 어떤 공연장에 가든 가운데 팔걸이 아래로 손을 맞잡을 거야. 있잖아, 나는 그런 걸 기억해. 아직 오지 않은 우리의 미래를 기억해." 아직 벌어지지 않은 '미래'와 과거형인 '기억'이 한 문장 안에서 충돌한다. '기억하다'는 동사에는 단순히 '발생했다'는 서술어가 담을 수 없는 '의지'가 담겨 있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지만, 내가 그리는 이 미래가 언젠가 내 머릿속의 기억들처럼 꼭 찾아올 것이라는 확신의 언어가 희망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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