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한반도 통일은 국제사회 평화 획기적 진전"... 싱가포르 렉처

싱가포르 렉처 강연서 '8.15 통일 독트린' 역설
"자유 통일 한반도, 인태 자유·평화·번영 기여"
"인태 민주주의 증진 개발협력 사업 적극 지원"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싱가포르 오차드호텔에서 열린 제47회 싱가포르 렉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 통일 한반도가 실현되면, 한반도는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과 국제사회의 평화가 획기적으로 진전될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싱가포르 렉처'에서 한반도의 통일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자유·평화·번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8·15 기념사에서 밝힌 통일 독트린에 대한 국제사회의 동참을 당부하는 한편, 인태지역 민주주의 증진에 기여하는 개발협력 사업 지원을 포함한 한국의 책임 있는 역할을 약속했다.

싱가포르 렉처는 싱가포르 정부 산하 '동남아시아연구소(ISEAS)'가 주최하는 강연 시리즈다. 1980년 창설 초창기엔 자유주의 경제학자인 밀턴 프리드먼(제1회), 미국의 '전설적 외교 전략가'인 헨리 키신저(제2회) 등 세계적 석학들이 연사로 나섰고 싱가포르를 찾은 주요 정상급 인사들이 초청되는 권위와 전통의 프로그램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지난 2018년 싱가포르 국빈 방문 당시 같은 프로그램에서 '한반도 포스트 비핵화 로드맵'을 밝혔다.

통일 독트린 역설... "대규모 시장 열려"

윤 대통령은 앞서 8·15 독트린을 통해 "북한 주민들이 자유 통일을 강력히 열망하도록 변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날 연설에서 "대한민국의 자유 가치 체계를 공고히 하고 북한에 자유 통일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널리 전파하면서 이러한 통일 한반도를 구현하기 위한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강화해 나가겠다는 다짐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유 통일 한반도'가 인태지역의 자유와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미래 청사진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통일 한반도는 가난과 폭정에 고통받는 2,600만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를 선사하는 축복"이라며 "큰 자유를 얻은 한국은 역내와 국제사회의 자유와 인권을 위해 더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개방된 한반도를 통해 태평양과 한반도, 그리고 유라시아 대륙을 잇는 대규모 시장이 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북핵 위협이 사라지고 국제 비확산 체제가 공고해지며 역내 평화와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대폭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태 민주주의 증진 기여 사업 적극 지원"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싱가포르 오차드호텔에서 열린 싱가포르 정부 산하 동남아연구소 주최 제47회 싱가포르 렉처에서 연설을 마친 뒤 청중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윤 대통령, 테오 치 힌 싱가포르 선임장관, 초이싱 궉 동남아연구소장. 뉴시스

인태지역 발전을 위한 대한민국 정부의 액션 플랜도 공개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인들은 개개인의 자유를 보장하고 지켜주는 자유민주주의 시스템에 대해 각별한 믿음과 의지를 갖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는 올해부터 인태지역 국가 대상으로 민주주의 증진에 기여하는 개발협력 사업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인태지역 갈등이 주로 해양에서 발생하는 점에 착안해 해양 감시 및 정보공유를 위한 국제 협력 촉진 등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통한 자유무역 증진 노력에 대한민국이 적극 동참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10일부터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이에 "모든 아세안 공동체의 땀과 노력이 모여 미래 세대에 더욱 밝고 희망찬 유산을 물려주기 위한 길에 한국도 가까운 친구로서 동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 나광현 기자 nam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