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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법카'로 세계일주?... 아워홈 구본성 다시 검·경 수사망에

입력
2024.10.09 04:30
수정
2024.10.09 08:5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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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 주차장 배임·상품권깡 혐의 수사
법카 유용 등 배임·횡령도 추가 피소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이 지난달 25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횡령·배임 혐의 재판에 출석하며 자신을 촬영하는 취재진을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다. 뉴스1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이 지난달 25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횡령·배임 혐의 재판에 출석하며 자신을 촬영하는 취재진을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다. 뉴스1

수십억 원대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구본성(67) 전 아워홈 부회장이 별도 경영비리 혐의로 수사받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검찰은 1차 수사에서 불기소 처분을 내렸던 혐의에 대해 재기수사에 착수했고, 아워홈은 추가 내부 감사를 근거로 60억 원대 별도 배임·횡령 혐의를 적용해 구 전 부회장을 처벌해 달라며 고소장을 제출했다. '남매의 난'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대기업 가문 3세' 구 전 부회장은 재판과 검·경 수사를 동시에 받는 처지에 놓였다.

8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고검은 검찰이 지난해 9월 구 전 부회장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결정한 일부 불기소 처분에 대해, 수사 미진 등을 이유로 재기수사 명령을 내렸다. 아워홈이 제출한 항고이유서를 검토한 뒤 수사나 법리 판단에 일부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보아 다시 수사하도록 지휘한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부장 조재철)가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이 재수사에 착수한 배임·횡령의 규모는 20억 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당 절차를 통해 2019년 경영성과급 10억 원을 수령한 혐의, 회사 비용으로 상품권 4억2,000만 원어치를 구매한 뒤 이를 현금화해 개인 용도로 사용한 '상품권깡' 혐의 등이다.

특히 검찰은 구 전 부회장이 개인 소유 유휴부지를 아워홈에 주차장으로 임대해 준 행위가 업무상 배임에 해당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아워홈 측은 "당시 회사에는 그런 주차장이 필요 없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회사가 구 전 부회장에게 매달 임대료로 550만 원씩 지급해 총 2억2,500만 원의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수사 건과 별도로, 아워홈은 추가 내부 감사 결과 약 6억6,000만 원의 횡령, 약 60억 원 배임 혐의를 발견해 5월 서울 강서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1차 내부 감사 내용이 주로 상품권깡이나 부당 급여 형태의 경영비리였다면, 이번 고소장은 법인카드 유용에 초점이 맞춰졌다.

고소장에 따르면 구 전 부회장은 2016년 4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총 26차례에 걸쳐 로스앤젤레스, 뉴욕, 리스본, 파리, 하와이, 싱가포르 등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법인카드 등으로 약 6억 원을 사용한 의혹을 받고 있다. 아워홈은 △해당 일정에 임직원이 동행하지 않은 점 △현지 법인 방문 등 업무 일정이 확인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대부분 골프나 관광 목적의 여행이었다고 결론 내렸다. 또 아워홈은 미국 소재 자회사가 2020년 2월 구입한 하와이 소재 호화 콘도 한 채 역시 구 전 부회장의 지시에 따른 개인 목적의 지출로 보아, 콘도 매입 비용 약 436만 달러(약 59억 원)의 배임 혐의를 고소장에 적시했다.

구 전 부회장의 횡령·배임 의혹은 '남매의 난'으로 불린 세 여동생과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불거졌다. 구미현·명진·지은 등 세 동생은 2021년 6월 구 전 부회장이 보복운전 사건으로 유죄를 선고받자 이튿날 구 전 부회장의 대표이사 해임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아워홈은 자체 감사 끝에 같은 해 11월 구 전 부회장의 횡령·배임 혐의 고소장을 제출했다. 재판에 넘겨진 구 전 회장은 지난달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구 전 부회장은 관련 혐의를 부인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 전 회장 측은 지난해 9월 검찰이 자신을 기소하자 "구지은 대표가 취임하자마자 투망식 고소를 했다"며 "절차적 문제에 휘말린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심 유죄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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