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그제 20명이 넘는 친한동훈계 의원 만찬 모임을 가진 뒤 어제는 원외위원장 오찬으로 세력화에 나섰다. 원내 우군을 50명 이상 만들자는 제안이 오갔다고 한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의 독대요청 거부와 한 대표 ‘만찬 패싱’ 기류에 공개 대응을 본격화한 것이라 ‘윤-한 갈등’이 심화되는 형국이다. 김건희 여사 문제 등으로 민심이반이 두드러진 와중에 양측이 대놓고 갈라서는 상황을 이해하기 힘들다. 여권의 총체적 위기에 감정적 대립을 키우며 서로 갈 길만 간다면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집권세력이 나서서 국정불안을 부추긴다면 어느 국민이 공감하겠나.
그제 집결한 친한 의원 수는 김 여사·채 상병 특검법의 방어선인 ‘여당 내 8표’를 뛰어넘는 규모다. 7월 전당대회 승리 이후에도 친윤계에 밀리는 상황을 극복하고 정국의 키를 쥘 입지를 보여준 셈이다. 한 대표는 “최소한의 기강”을 선언하며 자신에 대한 ‘공격 사주’ 의혹이 제기된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을 감찰과 함께 법적조치할 가능성을 밝혔다. 낙하산 논란의 SGI서울보증 감사직에서 급히 물러난 김 전 행정관은 앞서 공개된 녹취록에서, 김 여사가 총선 공천에 관여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국민을 앞에 두고 낯뜨거운 장면을 멈춰야 한다. 윤 대통령은 체코 방문을 마치고 지난달 22일 서울공항 귀국 때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달리 한 대표와는 가벼운 악수로 지나쳤다. 그러자 한 대표는 그제 동남아 순방길에 오른 윤 대통령의 공항 배웅에 재보선 지원을 이유로 보란 듯이 불참했다. 당정 관계가 이처럼 감정에 휘둘리면 국정과 민생은 겉돌 수밖에 없다. 양측은 그들만의 싸움을 멈추고 근본문제 해결에 나서는 게 도리다.
여권의 최대 리스크가 김 여사 문제란 걸 국민 누구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여론을 잠재울 해법을 앞다퉈 고민해야 한다. 보수층에서도 김 여사 사과로 문제가 해결될 단계는 지났다는 의견이 있는데다, 야권의 특검법 공세를 얼마나 더 막을 수 있을지 회의적 시각이 늘고 있다. 지금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머리를 맞대도 시간이 모자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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