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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지 않는 피로감, 알고 보니 수면무호흡…CT로도 진단한다

입력
2024.10.08 11: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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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근경색·우울증 등 불러오는 수면무호흡
최근엔 CT영상으로 판단하는 기술도 개발

수면무호흡증 환자가 양압기를 쓰고 잠을 자고 있다. 서울대병원 제공

수면무호흡증 환자가 양압기를 쓰고 잠을 자고 있다. 서울대병원 제공

“매일 7시간씩 자도 피곤함이 가시지 않았어요. 아침이면 머리가 지끈거리고 하품도 계속 나오고. 운전이라도 하면 출발한 지 얼마 안 돼 졸음이 쏟아져 힘들 때가 많았죠.”

충북 청주에서 회사생활을 하는 박모(42)씨는 얼마 전까지 “피곤을 달고 살았다”고 말했다. 그는 “코골이 때문에 숙면을 취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수면다원검사에서 폐쇄성 수면무호흡 진단을 받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수면무호흡증은 수면 중 10초 이상 호흡이 멈추고 무호흡 상태가 반복되는 질환이다. 비만으로 상기도가 좁아졌거나 나이가 들어 혀뿌리 근육이 노화하면서 처지게 된 경우 주로 앓게 된다. 폐쇄성 수면무호흡 환자는 밤마다 최소 수십 회에서 수백 회의 무호흡을 경험하는데, 산소 부족은 여러 신체 기관에 악영향을 줘 인지기능 저하와 고혈압, 심근경색 등의 위험요인이 된다. 두통을 앓는 건 뇌에 산소가 충분히 전달되지 못하면서 혈액량을 늘리기 위해 뇌혈관이 확장된 탓이다. 장기적인 수면 부족 문제로 삶의 질이 저하하면서 집중력 감퇴와 기억력 감소, 우울증 등을 앓을 수 있다.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치료는 수술과 비수술 치료로 나뉜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치료법은 양압기를 사용하는 것이다. 양압기는 자는 동안 코에 일정한 압력의 바람을 넣어 기도가 막히지 않도록 도와준다. 2018년 보험급여로 인정되면서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 치료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수면무호흡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0년 1만9,780명에서 2022년엔 11만3,224명으로 급증했다.

수면 중 코골이‧무호흡이 의심된다면 박씨의 사례처럼 수면다원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수면다원검사는 수면 중에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확인할 수 있는 검사로, 센서를 부착해 수면 중 뇌파와 호흡, 산소포화도, 심전도 등을 모니터링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다만 수면다원검사는 비용이 들고 의료 접근성이 제한적이어서 많은 환자가 적절한 진단을 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엔 딥러닝을 활용한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 분석을 통해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진단과 중증도를 예측하는 방법도 나왔다.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동국대일산병원·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공동 연구팀은 1,018명의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딥러닝 모델을 개발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기존에 촬영된 부비동(비강 주위 공간)을 포함한 두개 안면 CT 영상과 환자의 나이‧성별‧체질량지수(BMI)를 결합해 예측 정확도를 끌어올렸다. 두개 안면은 머리뼈와 얼굴뼈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그 결과, 중등도 이상의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예측 정확도가 91.0%를 기록했다. 추가적인 검사나 비용 없이 이미 촬영된 CT 영상만으로 진단할 수 있어 비용 효율성이 뛰어나다는 점도 장점이다. 공현중 서울대병원 교수는 “조기 진단과 치료를 통해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향후 더 많은 데이터를 통해 성능을 검증‧개선하고, 다양한 인종과 환자군에 대한 적용 가능성을 평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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