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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이란 미사일 피해 지하 주차장으로 환자 옮겼다… 이스라엘 북부는 '전쟁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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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주 동안 180명의 아기가 태어났습니다. 여기서요."
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북부 하이파에 위치한 '람밤 헬스케어 캠퍼스'(이하 람밤 병원)에서 만난 마이클 할버탈 총책임자가 이렇게 말했다. 이곳은 '평범한 병원 수술실'이 아니었다. 람밤 병원 주차장 지하 3층에 마련된 일종의 '간이 수술실'이었다.
이스라엘에서 다섯 번째로 규모가 큰 람밤 병원이 지상에 있던 시설과 환자를 지하로 옮긴 건 지난달 22일. 이스라엘이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공격 강도를 높이면서 이란을 중심으로 한 '저항의 축'(반미·반이스라엘 진영) 맞대응을 우려한 조치였다. 예측대로 이란은 지난 1일 이스라엘에 미사일 180여 기를 퍼부었고, 이스라엘은 보복을, 이란은 그에 대한 재보복을 예고한 상태다. '주차장 병원' 체제 또한 당분간 유지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침공으로 이스라엘 남부에서 시작된 전쟁은 이렇듯 1년 새 이스라엘 북부로, 중동 전역으로 퍼져 나가고 있었다.
하이파는 헤즈볼라 공격이 잦은 도시다. 헤즈볼라 근거지인 레바논 남부 국경에서 40여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공격이 용이하거니와, 텔아비브·예루살렘과 함께 3대 도시에 속해 공격 효과와 충격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라마트 데이빗 공군 기지를 비롯한 군사 시설, 대형 항구, 석유 단지 등 주요 시설이 모여 있다. 또 레바논 접경 북부 지역 이스라엘 주민 5만여 명이 지난해 말 이후 소개될 정도로 하이파 이북 지역은 전운이 짙은 상태다.
최근 하이파를 겨냥한 헤즈볼라 공세는 더욱 강화됐다. 헤즈볼라 통신장비 연쇄 폭발(지난달 17, 18일)을 시작으로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지도자 폭사(지난달 27일), 레바논 지상전 개시(지난달 30일) 등 이스라엘이 북부 전선에서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하이파에서 취재 중이던 6일에도 "하이파 인근 군 기지를 향해 공격용 무인기(드론) 중대가 공중 강습을 시작했다"는 헤즈볼라의 발표가 나왔다. '로켓이 발사되고 있다'는 소식도 잇따랐다. 로켓 피격을 직접 목격하지는 못했지만 다음 날인 7일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레바논에서 발사된 5발의 로켓을 요격하지 못해 5명이 부상당했으며, 최소 1발은 하이파 도심을 공격했다"고 전했다.
6일 헤즈볼라 공격으로 다친 5명 역시 모두 람밤 병원으로 이송됐다. 람밤 병원은 하이파는 물론 이스라엘 북부의 거점 병원이다. 2006년 제2차 레바논 전쟁 당시 헤즈볼라 미사일 공격에 충격을 받고 2014년 지은 3층짜리 지하 주차장 건물을 병원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전쟁 중에도 환자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할버탈 총책임자는 "2,300명가량의 환자를 한꺼번에 받을 수 있고, 외부 공격으로 물, 전기 등이 끊겨도 나흘 정도는 지하 병원을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환자 상태가 심각할수록 더 깊숙하고 안전한 곳에 배치한다는 원칙에 따라 수술실·중환자실 등이 지하 3층에 마련됐다. 차량이 있어야 할 주차 공간에는 병상이 빼곡하게 자리했다. 산소호흡기 등도 보였다.
지난 1일 이란의 미사일 공격 이후에는 더 많은 환자를 지하로 내려보냈다고 한다. 전체 약 6,000명인 직원 중 의사 1,400명을 포함한 직원 3,200명가량이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의사 아리즈 카르도쉬는 "지하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지금은 모두가 힘든 시기이므로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주차장 병원에 마련된 '통제실'에는 환자 입·퇴원 및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과 함께 미사일, 무인기(드론) 등 외부로부터의 공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이스라엘방위군(IDF)과 연계한 시스템이 함께 갖춰져 있었다. 이를 보여주는 스크린 옆으로는 '10분 전 헤즈볼라 공격으로 부상자가 발생했다' 같은 뉴스 속보가 흘러나왔다.
화면에 뜬 숫자들의 의미를 설명하던 할버탈 총책임자는 "레바논에서 지상전을 시작한 이후 IDF 소속 군인 5명이 이곳에 입원했다"고 말했다.
그들 중 한 명이 야이르 하잔(23)이다. 지난 2일 레바논에서 헤즈볼라 요원과 전투 중 심각한 부상을 입은 뒤 헬기로 이곳에 긴급 이송됐다.
위중한 상태인 아들을 대신해 인터뷰에 나선 아버지 이논 하잔이 전한 사연은 이랬다. "야이르는 제 셋째 아들입니다. 지난 2일 헤즈볼라와의 총격전에서 머리를 크게 다쳤어요. 다른 사람을 구하려다 다친 것으로 압니다. 처음에는 상태가 호전되는 듯했으나 점점 악화했어요. 지금 매우 위험한 상태로 중환자실에 있어요. 이스라엘 북부는 지금 헤즈볼라의 공격을 받고 있어요.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를 내쫓고 제거해 평화를 가져오고자 지상전을 시작했습니다. 아들은 군인으로서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했고요." 그는 "아들이 투입된 작전에서 크게 다친 군인들이 더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논 하잔이 언급한 '다친 군인들' 중 일부는 이미 전사했다. IDF는 2일 이고즈 특공대의 하렐 에팅거 대위 등 7명이 헤즈볼라와의 총격전에서 목숨을 잃었다고 발표했다. 그들 중 한 명이 이스라엘 북부 키리얏 아타 출신의 나자르 이트킨(21)이다. 그의 장례식이 마침 람밤 병원에서 약 17㎞ 떨어진 우샤에서 열리고 있었다.
우샤 공동묘지 인근에서 열린 장례식에는 인파가 가득했다. 어림잡아 1,000명은 돼 보였다. 이트킨의 가족·친구뿐만 아니라 군대 전우들, 시민들까지 대거 참석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시민들은 전사자 장례식에 참석하는 경우가 흔하다. 사망 당일인 2일 장례식을 치렀어야 하지만 나흘이나 미뤄지면서 이트킨이 외로울까 걱정한 시민들이 더 많이 몰렸다고 한다. 이트킨 사망일은 유대교 새해인 로쉬 하샤나(2일 일몰~4일 일몰)가 겹친 데다, 해외에 거주하는 가족들이 제때 도착할 수 없는 탓에 지연됐다.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장례식에서 이트킨과 함께 복무한 남성이 추도사를 읽었다. "전사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이트킨에게 '우리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왔다. 그런데 가장 강하고 용감한 군인(이트킨)에게도 이런 비극이 발생했다. 이트킨이 다쳤을 때 나는 그의 뒤에 있었다. 치료를 위해 이송되는 이트킨을 보면서 나는 '누구도 너를 데려갈 수 없을 것'이라고 끊임없이 생각했다. 영원히 기억하겠다." 인파 속에서는 울음소리가 계속 들렸다. 몇몇은 실신해 응급 차량에 실려가기도 했다.
주차장에서 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람밤 병원도, 레바논에서 군사 작전을 벌이다 죽고 다친 군인들도 모두 이스라엘에는 아픔이었다. 그러나 아픔을 낳은 전쟁을 이제는 멈춰야 한다는 말은 이곳에서 거의 듣지 못했다. 많은 이는 '진정한 평화'를 위해서는 계속 전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믿고 있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레바논 접경지의 한 군사기지를 방문해 "싸우자, 우리는 함께 승리할 것"이라고 또 강조했다.
6일 하루 이스라엘 북부 이곳저곳을 오가는 동안 내비게이션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등의 미사일이 날아드는 것을 막고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이제 1년을 맞은 전쟁이 어디로 향할지도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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