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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산업 불황의 끝이 보이지 않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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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막을 올린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은 한국 영화 ‘전, 란’이다. 배우 강동원과 박정민, 차승원, 진선규 등이 출연했다. 박찬욱 감독이 제작하고 각본까지 썼다. ‘심야의 FM’(2010)과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2014) 등을 연출한 김상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아시아 대표 영화제를 자부하는 축제에 어울릴 만한 외관이다.
‘전, 란’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 영화다. 극장 개봉은 아예 하지 않는다. OTT 영화가 부산영화제 개막작이 된 건 ‘전, 란’이 처음이다. OTT 영화 ‘전, 란’의 개막작 선정은 일부 영화인들의 비판을 불렀다. 상업성 강한 영화라서가 아니다. 영화제는 극장을 바탕으로 한 영화산업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는데 부산영화제가 너무 빠르게 표변해서다. 온라인 우선 공개를 원칙으로 하는 넷플릭스는 ‘극장 파괴자’로 여겨져 왔다. 부산영화제 측은 “2021년부터 넷플릭스 드라마와 영화를 상영했다”고 밝히나 옹색한 변명으로 들린다. 개막작은 영화제의 얼굴이라 상징성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부산영화제만 손가락질할 노릇은 아니다. 영화제 주요 공간인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인근 한 빌딩 외벽에는 ‘전, 란’과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2’의 거대 포스터가 걸려있다. 해운대 바닷가 보도에는 또 다른 글로벌 OTT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강남 비사이드'와 '지옥2' 등 포스터가 100m가량 줄지어 설치돼 있다. 예전에는 부산영화제를 찾은 여러 영화들의 홍보용 포스터가 있던 곳이다.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영상 자본의 거대한 파도를 실감할 수 있는 모습들이다. 영화인들로서는 씁쓸한 풍경이겠으나 냉혹한 현실을 상징한다.
혼돈과 급변은 4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CGV센텀시티점에서 열린 ‘CJ 무비 포럼’에서도 확인됐다. CJ ENM(영화 투자 기획)과 CGV(극장), 티빙(OTT), 스튜디오드래곤(드라마 제작) 중역들이 참석한 이 자리는 국내 콘텐츠 산업의 위기감이 확연했다. CJ그룹 내 엔터테인먼트 회사 관계자들이 공개적으로 산업 현황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협업을 모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장밋빛 전망보다 잿빛 현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드라마 제작비는 코로나19 이전보다 2배가량 뛰었으나 광고 매출은 오히려 줄었다는 점, 극장 관객은 2019년의 60% 수준이라는 것, OTT 성장세가 정체기를 맞았다는 점 등이 거론됐다. 더 큰 문제는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며 타개책은 마땅치 않다는 거다.
지금은 영화만 위기에 놓인 건 아니다. 영상산업 전체가 코로나19 후유증과 글로벌 자본의 공세에 발목 잡혀 있는 모양새다. 시장이 ‘보이지 않는 손’만으로는 원만히 돌아가지 않으면 정부가 나서야 한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5년간 1조 원 규모의 K콘텐츠 펀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아카데미상과 에미상을 받을 만한 영화와 드라마 5편이 등장할 수 있도록 국내 영상산업을 지원하겠다는 말이었다. 극장가를 살리기 위해 영화가 극장에서 OTT로 넘어가는 기간인 ‘홀드백’을 준수토록 하고, OTT 구독료 소득공제를 검토하겠다는 방안까지 언급했다. 1년이 지났으나 큰 변화는 없다. 구호만 요란했고 실행은 안 보인다. 국내 영상산업의 쇠락을 업계 관계자들 탓으로만 돌릴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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