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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에 '30대'보다 '40대'가 많은 이유, 이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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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출판 담당 기자의 책상에는 100권이 넘는 신간이 쌓입니다. 표지와 목차, 그리고 본문을 한 장씩 넘기면서 글을 쓴 사람과, 책을 만드는 사람, 그리고 이를 읽는 사람을 생각합니다. 출판 기자가 활자로 연결된 책과 출판의 세계를 격주로 살펴봅니다.
'나이 책이 왜 이렇게 많지?'
이번 주 신간들을 들춰 보다 문득 든 생각입니다. 스물, 서른, 마흔, 오십 등 연령대를 제목에 내세운 새 책이 매주 한 권씩은 꼭 있거든요. 이번 주에도 '마흔 이후 10년'이라는 책이 나왔습니다. 영국 작가 헨리 올리버가 인생의 후반부를 잘 보내는 방법에 대해 쓴 자기계발서입니다.
나이 마케팅은 출판사의 오래된 전략입니다. 최근 부쩍 더 눈에 띄는 건 상반기 종합 베스트셀러 1위인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의 성공이 작용했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이 책을 만든 출판사 유노북스는 주로 자기계발서에 이용되던 나이 마케팅을 인문·교양 시리즈에 접목했습니다. '오십에 읽는 논어', '마흔에 읽는 니체' 등 연령대와 동서양 철학자를 짝지어 기획한 것이 독자들에게 철학 책의 문턱을 낮추는 역할을 했습니다.
요즘 나이 마케팅은 40대를 집중 공략하는 모양새입니다. 책 구매 비율이 살짝 더 높은 30대(26.5%·교보문고 2023년 기준)가 아닌 40대(26.3%)인 건 왜일까요. 한지수 교보문고 MD는 "책 제목에 특정 연령대를 표기하면 타깃 연령대보다 한 단계 낮은 연령층에게는 독자의 확산이 일어나지만 더 높은 연령층에게는 거의 판매가 일어나지 않는다"며 "결과적으로 30대와 40대를 넓게 아우를 수 있는 40대 타깃 도서가 전략적으로 성공을 거둘 확률이 높다"고 말합니다. 즉 '서른에 읽는 쇼펜하우어'였다면, 40대는 이 책을 거의 사보지 않았겠지만 '마흔'을 붙였기 때문에 전체 독자의 50%가 넘는 30, 40대를 독자층으로 끌어들였다는 설명입니다. 원제 '세컨드 액트(Second Act)'를 '마흔 이후 10년'으로 번역 출간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을 겁니다.
나이 마케팅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독자층을 구체적으로 설정하면 확산이 쉽지 않다고 하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하긴, 좋은 책이라면 나이가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그룹 아이브의 장원영이 지난 5월 유튜브 방송 '살롱드립2'에 나와 "사람들이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를) 마흔에 읽지만 저는 스무 살에 알면 좋지 않을까 싶어 읽었다"고 했던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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