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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바둑 간판스타 커제, 부활하나…‘LG배 기왕전’ 결승 진출

입력
2024.10.02 17:20
수정
2024.10.02 19:26

4강전에서 한국 원성진 9단에게 승리
변상일 9단과 우승컵 놓고 맞대결 예고
4년 만에 세계 메이저 우승컵 노려

중국 바둑의 간판스타인 커제(27) 9단이 2일 전남 신안군 신안갯벌박물관에서 세계 메이저 기전으로 벌어진 ‘제29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우승상금 3억 원) 4강전에서 한국의 원성진(39) 9단에게 승리한 직후, 복기를 진행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중국 바둑의 간판스타인 커제(27) 9단이 2일 전남 신안군 신안갯벌박물관에서 세계 메이저 기전으로 벌어진 ‘제29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우승상금 3억 원) 4강전에서 한국의 원성진(39) 9단에게 승리한 직후, 복기를 진행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중국 바둑의 간판스타인 커제(27) 9단이 세계 메이저 기전 결승에 진출했다. 최근 하향세를 보였던 커제 9단에겐 부활의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커제 9단의 세계 메이저 기전 타이틀 사냥은 4년 만이다.

커제 9단은 2일 전남 신안군 신안갯벌박물관에서 세계 메이저 기전으로 벌어진 ‘제29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우승상금 3억 원) 4강전에서 한국의 원성진(39) 9단에게 228수 만에 항서를 받아냈다. 이로써 커제 9단은 이 대회 4강전에서 이지현(32) 9단에게 승리한 변상일(27) 9단과 ‘제29회 LG배 기왕전’ 타이틀을 놓고 내년 1월 20일부터 3번기(3전2선승제)에 나설 예정이다.

이날 커제 9단과 원 9단의 대국은 중·후반 무렵부터 숨 가쁘게 이어졌다. 주도권을 가져갔던 커제 9단이 상변 대마 사활에서 무리한 수순으로 원 9단에게 기회가 넘어간 것. 하지만 이 과정에서 원 9단의 느슨한 대응이 뒤따랐고 분위기 반전에 실패했다. 원 9단은 이어 막판 하변에서 커제 9단의 끼워 붙인 착각수로 찬스도 잡았지만 제한시간에 쫓기면서 나온 우하귀의 끝내기 실수로 인해 무릎을 꿇었다.

중국 바둑의 간판스타인 커제(27) 9단은 현재까지 세계 메이저 기전에서 8개의 우승컵을 수집했다. 유튜브 캡처

중국 바둑의 간판스타인 커제(27) 9단은 현재까지 세계 메이저 기전에서 8개의 우승컵을 수집했다. 유튜브 캡처

커제 9단에게 이번 ‘LG배 기왕전’ 결승 진출에 대한 의미는 적지 않다. 후배들의 거센 도전과 더불어 ‘에이징 커브(시간 흐름에 따른 기량 저하)’ 컨트롤 능력 부족 시기에 접어든 게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각까지 팽배한 가운데 나온 결과여서다. 실제 올해 9월 기준, 자국 내 랭킹에서 5위까지 밀려난 커제 9단은 지난 ‘2020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우승상금 3억 원)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이후 메이저 기전 우승컵 수집은 ‘제로(0)’였다. 지금까지 8개의 메이저 기전 타이틀을 획득한 커제 9단의 화려한 이력에 비춰보면 기대 이하의 성적표다. 그랬던 커제 9단이었기에 ‘제29회 LG배 기왕전’ 결승 진출엔 더더욱 스포트라이트가 쏠린다.

확실한 동기부여도 커제 9단에겐 긍정적이다. 굵직한 메이저 기전 우승 트로피들을 소유하고 있지만 커제 9단에겐 아직도 ‘LG배 기왕전’ 우승컵이 없다. 이번 결승전에 집중력이 배가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여기에 결승전 맞상대인 변 9단과의 전적도 5전 전승으로, 부담도 덜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일류 기사답게 커제 9단은 신중했다. 그는 "신안에 오기 전까지 결승에 올라갈 거라고 생각하지 못해서 결승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도 "변 9단은 세계 바둑계에서 강한 기사 중 한명이고, 인공지능(AI)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또 평소 바둑을 보면 아주 잘 둔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LG배 기왕전' 개요. 유튜브 캡처

'LG배 기왕전' 개요. 유튜브 캡처

객관적인 전력에선 커제 9단의 우세가 예상되지만 바둑돌도 둥근 만큼, ‘LG배 기왕전’ 우승을 예단하긴 이르다. 일단 변 9단의 최근 기세가 상당하다. 변 9단은 최근 11경기에서 10승 1패(승률 90%)를 기록, 수직 상승세다. 변 9단의 연승 행진 중엔 세계 랭킹 1위인 신진서(24) 9단과 국내·외 각종 기전에서만 총 34개의 우승컵(5개 세계 메이저 대회 우승컵 포함)을 보유한 박정환(31) 9단 등도 저격됐다. 지난해 7월 열렸던 세계 메이저 대회인 ‘제14회 춘란배 세계바둑선수권’(우승상금 약 1억9,000만 원) 타이틀을 획득한 변 9단은 이번 ‘LG배 기왕전’ 우승컵도 반드시 가져오겠단 각오다. 변 9단은 “2년 연속 결승에 올라 LG배는 나와 인연이 있는 대회라고 생각한다. 지난 대회에서는 결승에서 졌는데 이번에는 꼭 이기고 싶다”면서 “커제 9단과 상대전적에서 밀리고 있지만 그런 부분에서 부담을 느끼진 않고 있다. 이젠 내가 이길 때가 되지 않았나 싶고 승부호흡이 강해서 까다로운 기사라고 생각하는데 잘 준비해 보겠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이런 상황을 감안이라도 하듯, 진검 승부로 예정된 커제 9단과 변 9단의 'LG배 기왕전' 최종 승자를 섣불리 점치긴 어렵단 전망도 나온다. 바둑TV 해설 위원인 송태곤(38) 9단은 “상대 전적만 놓고 보면 커제 9단이 변 9단에게 일방적으로 앞서고 있지만 최근 두어진 두 선수 대국에선 변 9단의 바둑 내용이 나쁘지 않았다”라며 “변 9단이 준비를 잘해서 나선다면 승산도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허재경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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