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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 휴학 막아선 정부, 질 낮은 의사 배출하겠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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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의과대학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7개월째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학생 700명가량의 휴학계를 일괄 승인했다. “동맹 휴학은 정당한 사유가 아니다”며 휴학 불허 방침을 고수해온 정부에 정면 반기를 든 것이다. 교육부는 즉각 감사에 착수하며 “엄중 문책하겠다”고 나섰다. 다른 의대로 번지는 걸 막겠다는 취지일 텐데, 이렇게 힘으로 틀어막아서만 될 일은 아닐 것이다.
서울대 의대는 지난달 30일 의대학장 재량으로 의대생 1학기 휴학 신청을 일괄 승인하고 대학본부에 알렸다고 한다. 서울대는 대학 총장이 아니라 단과대 학장에게 휴학 승인권이 있다. 서울대 의대 측은 “학생들의 유급을 막으려면 휴학을 승인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발끈한 교육부는 어제 오후 12명의 대규모 감사인단을 꾸려 바로 고강도 감사에 착수했다. 교육부는 “대학 본연의 책무를 저버린 매우 부당한 행위”라며 “중대 하자가 확인되면 엄중 문책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부의 고충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이대로면 내년도 신입생 4,500명을 뽑게 돼 1학년의 경우 7,500명이 동시에 수업을 들어야 한다. 이들은 향후 6년간 함께 수업을 받게 된다. 이런 파행적 상황을 어떻게든 피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현행 고등교육법상 학교의 수업일수는 매년 30주 이상이다. 교육부는 수업을 오전 오후로 나눠 진행하면 15~20주 안에 모두 이수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너무 비현실적이다. 앞서 7월에는 F학점을 받아도 유급시키지 말라는 지침까지 내렸다. 일부 의대는 수업을 듣지 않고 시험만 보더라도 한 학년을 마친 걸로 보겠다는 공지까지 했다. 증원에 따른 혼란을 피할 수만 있다면, 1년치 수업을 건너뛴 질 낮은 의사를 배출해도 괜찮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대통령실이 제안한 의료인력 수급추계기구 신설 논의가 급물살을 타더라도 의대생들이 학교로 돌아오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휴학 승인을 언제까지나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은 그보다 눈앞에 닥친 ‘7,500명 의대’ 수업을 어떻게 차질없이 끌고갈 수 있을지 촘촘한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 ‘증원 세대’가 질 낮은 교육으로 향후 의료체계에 큰 구멍이 되는 일은 없어야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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