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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홍명보 선임 과정, 규정·절차 위반...그러나 계약 무효 판단 어렵고, 축협 스스로 결정해야"

입력
2024.10.02 11:44
수정
2024.10.02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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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있다 지적하면서도 처분 어렵다는 문체부
"축협, 독립성 존중...특정한 조치하기 어렵다"
중간 감사결과 다소 애매해 국민 납득 힘들 듯

최현준 문화체육관광부 감사관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대한축구협회 감독 선임 관련 감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최현준 문화체육관광부 감사관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대한축구협회 감독 선임 관련 감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축구협회의 위르겐 클린스만 전 축구대표팀 감독과 홍명보 현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이 모두 규정과 절차를 위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불공정한 면접 과정을 통해 선임됐다고 밝힌 홍 감독에 대해선 "계약이 무효라고 판단하긴 어렵다"는 다소 애매한 입장을 내놨다. 두 감독 선임에 깊이 개입했다고 지적한 정몽규 축구협회장 처분과 관련해서도 "축구협회가 자율적으로 스스로 판단해 결정해야"한다는 답변만 내놨다.

문체부는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축구협회 감독 선임 관련 감사 중간 발표에서 "축구협회는 대표팀 감독 선임과정에서 관련 규정을 모두 준수했다고 했으나, 특정감사 결과 규정과 절차를 무시한 부적정한 감독 선임 문제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 "축구협회와 당시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위원장은 2023년 1월, 전력강화위원회가 구성되기도 전에 감독 후보자 명단을 작성하고 에이전트를 선임해 후보자 20여 명에 대한 접촉을 진행했다"며 "처음부터 전력강화위원들을 배제한 채 선임 절차를 추진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전력강화위원회 위원들(6명)은 첫 번째 전력강화위원회 회의에서 위원장에게 권한을 위임해 주도록 축구협회로부터 요청받았다"며 "또한 감독 후보자에 대한 면접과정을 살펴보면, 1차 면접은 전력강화위원장이, 2차 면접은 회장이 진행했다"고 확인했다.

그러면서 "전력강화위원회 위원들은 축구협회-클린스만 감독과의 계약이 체결된 이후, 두 번째 전력강화위원회 회의에서 그 결과를 통보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축구협회는 이 과정에서 이사회 선임 절차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정몽규(가운데) 대한축구협회장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그 뒤편에는 홍명보(왼쪽) 축구대표팀 감독과 이임생 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자리했다. 연합뉴스

정몽규(가운데) 대한축구협회장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그 뒤편에는 홍명보(왼쪽) 축구대표팀 감독과 이임생 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자리했다. 연합뉴스

"홍 감독 면접 과정 불투명하고 불공정해"

문체부가 홍 감독 선임 과정에서 문제 삼은 건 이임생 기술총괄이사의 권한이다. 문체부는 "이 이사는 전력강화위원회의 구성원이 아닌 축구협회 기술본부를 총괄하는 자리에서 감독 추천 권한이 없음에도, 회장과 상근부회장으로부터 감독 선임 후속 절차 진행을 위임받았다는 이유로 감독 후보자 3인에 대한 대면 면접을 진행한 후 추천 우선순위를 결정해 보고했다"고 지적했다.

홍 감독 면접 과정도 불공정했다고 지적했다. 최현준 문체부 감사관은 "홍 감독 선임에서 면접 과정이 불투명하고 불공정했다"며 "다른 외국인 감독 후보자와 달리 사전 인터뷰이 질문지 없이, 참관인 없이 단독으로 장시간 기다리다 늦은 밤 자택 근처에서 면접 진행 중 감독직을 요청하는 등 상식적인 면접 과정으로 보기 어렵고, 무엇보다 독대한 상황에서 실제 면접이라는 행위 자체가 이루어졌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사회 의결도 선임 발표 후 진행됐다는 점을 꼬집었다. 문체부는 "이 과정에서 이사회 이사 중 일부는 '이사회 서면결의가 단순 요식행위에 가부 판정으로 의견을 낸다는 것에 유감'이라는 의견을 냈고, '정식 이사회 회부 요청'도 있었으나, 의결정족수(재적이사 26명 중 23명 참가, 23명 참가 중 21명 찬성, 1명 반대, 1명 정식 이사회 회부 요청)에 따라 홍 감독 선임 안건이 최종 의결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 감사관은 축구협회에서 부정하는 '전력강화위원회 11차 회의'에 대해선 "정식 회의로 유효하다고 본다"며 "그 이유는 정관에 따르면 위원장은 이사 중에서 임명하기 때문에 사직서를 제출해야지만 사임이 되는데, 사임의 의사를 밝혔지만 정해성 위원장은 당시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축구협회 등에 대한 현안질의에서 유인촌(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몽규(오른쪽) 대한축구협회장, 홍명보(왼쪽)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등이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축구협회 등에 대한 현안질의에서 유인촌(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몽규(오른쪽) 대한축구협회장, 홍명보(왼쪽)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등이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바로 잡는 건 축구협회 스스로"?

하지만 문체부는 축구협회가 규정을 위반해 불공정한 방식으로 홍 감독을 선임했다고 감사결과를 발표했음에도, 정몽규 축구협회장과 홍 감독 등 거취에 대해선 "축구협회 스스로 결정해야"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두 달 간 감사를 한 결과라기엔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무엇보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최근 각종 라디오 방송에서 "절차적 문제가 있다면 정상적인 선임으로 볼 수 없으며, 만약 불공정한 방법으로 됐다면 확실하게 다시 공정한 절차를 밟게 하는 게 옳다고 본다"고 발언해왔다.

최 감사관은 '홍 감독 선임 절차가 법적으로 무효가 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홍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발견되었지만,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해서 홍 감독과의 계약이 당연 무효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무적 판단인가'라는 질문엔 "내부적인 절차기 때문에 저희들이 감사 관련해서 정무적인 판단이라기보다는 내부적으로 토론을 통해서 결정된 사안"이라는 다소 애매한 답변을 내놨다. 문체부는 관계자의 입을 통해 발표 전날 일부 언론에 "절차상 하자가 있더라도 홍 감독을 물러나게 할 정도는 아니다"는 입장을 먼저 내놓은 바 있다.

아울러 최 감사관은 '축구협회에 처분을 내릴 예정이라면 홍 감독 거취에 영향을 미칠 만한 처분인가'라는 질문에도 "홍 감독 선임 과정에서 내부 절차에 하자가 발생했기 때문에, 또 이로 인해서 국민들의 비판과 여론이 크기 때문에 감독 부처로서 문체부가 묵과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축구협회의 독립성이 존중받아야 되기 때문에 축구협회에서 자체적으로 검토해서 국민의 여론과 상식과 공정이라는 관점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처분과 관련해서도 "지금 절차적 흠을 갖다가 스스로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은 축구협회에서 자율적으로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저희들이 특정한 방법을 제시하기는 어렵다"는 답변만 했다.

한편 문체부는 지난 7월 29일부터 축구협회를 감사해왔다. 문체부는 "이번 감사 결과에 따른 처분 요구는 10월 말에 있을 최종 감사 결과를 반영해 종합적으로 처분 수위를 결정한 후 축구협회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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