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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 18년 만에 레바논 침공... ‘제한적 지상전’에도 중동 확전 초긴장

입력
2024.10.01 18:41
수정
2024.10.01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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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남부서 10·7 방식 테러 준비 포착했다”
특공·낙하산·기갑부대 투입... 격렬한 교전 개시
헤즈볼라도 반격... “모사드 본부에 미사일 공격”
전면전 땐 ‘제3차 레바논 전쟁’... 이란 대응 주목

1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쪽 교외 지역에서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인해 화염과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베이루트=로이터 연합뉴스

1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쪽 교외 지역에서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인해 화염과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베이루트=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국경을 넘어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의 지상전을 개시했다.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영토 진입은 2006년 이후 18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10월 가자지구에서 시작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이제는 레바논으로도 번진 것이다. 양측의 지상 전투가 본격화해 전면전, 곧 ‘제3차 레바논 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른바 ‘저항의 축’(미국·이스라엘에 반대하는 진영) 맹주인 이란의 대응 수위가 확전 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중동 전역도 당분간 ‘초긴장’ 상태에 빠지게 됐다.

"제한적·국지적·표적화된 지상 습격 시작"

이스라엘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영국 로이터통신,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방위군(IDF)은 1일 오전 1시 50분쯤 성명을 통해 “(몇 시간 전) 레바논 남부 국경 지역의 헤즈볼라 테러 목표물 관련 정보를 토대로 제한적·국지적이고 표적화된 지상 습격(ground raids)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헤즈볼라는 국경 근처 마을에서 (하마스가 감행한) 지난해 10월 7일 방식의 기습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며 “이는 이스라엘 북부의 지역사회에 즉각적 위협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내각은 전날 오후 7시 30분 회의에서 헤즈볼라를 겨냥한 군사 작전의 ‘다음 단계’를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IDF와 헤즈볼라 간 격렬한 교전도 벌어졌다. IDF는 “특공대, 낙하산부대, 기갑여단 등이 레바논 남부에서 표적화된 구체적 활동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또 레바논 남부에 강도 높은 포격을 퍼부었고, 일부 지역에선 대규모 전차포도 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군 탱크가 여러 마을에 진입했다는 외신 보도(알자지라)도 나왔다. 레바논 남부 접경 마을 20여 곳에 소개령을 내리며 봉쇄하기도 했다.

헤즈볼라 역시 “(이스라엘 북부) 메툴라 지역에서 이동하는 적군을 포격했다”며 반격 사실을 알렸다. 특히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 인근 모사드(이스라엘 해외 정보기관) 본부, 정보부대 8200부대를 향해 파디-4 미사일을 발사했고, 이로 인해 2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TOI가 전했다. 또 이스라엘 중부 샤론 지역으로도 로켓 3, 4발을 발사했으며 일부는 방공망에 요격됐다.

이스라엘군 탱크가 지난달 30일 레바논 접경 지역인 이스라엘 북부에서 이동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스라엘군 탱크가 지난달 30일 레바논 접경 지역인 이스라엘 북부에서 이동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국제사회 '휴전' 요구 또 무시... "미국엔 사전 통보"

IDF는 이번 지상군 투입 목적이 ‘헤즈볼라의 인프라 제거’에 있다며 작전 지역도 레바논 남부로 국한된다고 설명했다. ‘전면전’에는 선을 긋고, ‘제한적 지상전’으로만 규정한 셈이다. 2006년 헤즈볼라와 34일간 벌였던 제2차 레바논 전쟁이 사실상 ‘패배’로 끝났던 전례, 미국 등 국제사회의 ‘무력 충돌 중단’ 호소 등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무선 호출기(삐삐)·무전기 동시 폭발 사건’(지난달 17, 18일),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 암살’(지난달 27일) 등이 레바논에서 잇따르며 이미 예고된 이스라엘의 ‘폭주’가 이어진 것이라는 해석이 더 많다.

결국 중동 확전을 억제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은 이번에도 통하지 않은 셈이 됐다. 특히 불과 몇 시간 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금 당장 휴전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도 사실상 무시됐다. 다만 나스랄라 제거 작전 때와는 달리, 이스라엘은 ‘레바논 지상전 개시’ 계획을 미국에 사전 통보했다.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달 30일(미국 시간) 브리핑에서 “이스라엘이 여러 작전에 대해 통보해 왔고, 현재 국경 근처의 헤즈볼라 인프라에 집중하는 제한적 작전을 수행 중이라고 우리에게 알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궁극적으로 이 갈등의 외교적 해결을 보길 원한다”고 부연했다.

미국은 이란의 개입을 막기 위해 미군 수천 명을 중동 지역에 증파하기로 했다. AP통신은 “추가 병력 투입 시 중동 지역 내 미군 규모는 최대 4만3,000명이 된다”고 전했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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