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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다다른 중동 전쟁 …"전쟁 막을 최강대국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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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전쟁이 1년 가까이 이어지는 것이 변화한 세계 질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미국 등 초강대국이 전쟁을 멈추거나 적어도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할 능력을 상실했음을 드러내는 위기 신호라는 것이다. 국가간 충돌과 이에 따른 희생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 지금을 “서방의 지배가 쇠퇴하고 대안이 흔들리는 사이에 멈춰선 세계 질서의 전략적 공백기”로 규정했다. ‘세계 최강대국이 중동 전쟁을 막을 수 없는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서다.
NYT는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이 11개월 넘게 이어지는 동안 미국 등 주요 강대국들이 보여준 한계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우선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은 이스라엘·하마스 간 휴전 협상을 두고 합의에 다다랐다고 반복적으로 밝혔지만, 결국 실패했다는 점을 꼬집었다. 특히 이스라엘과 친(親)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간 전면전만큼은 막겠다는 서방의 노력도 “재앙을 피하기 위한 몸부림에 불과하다”고 회의적으로 봤다.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를 암살하면서 희망의 싹이 잘렸다. 리처드 하스 미국 외교협회 명예회장은 “원심력이 훨씬 강한 세상에서는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역량을 갖고 있다”며 “중동은 이 위험한 분열의 주요 사례 연구”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은 이스라엘에 대한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행사하고 있지만, 정작 이스라엘을 멈춰 세울 ‘레버리지’는 상실했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철통 같은 동맹’이 빚어낸 역설로, 조 바이든 대통령이 150억 달러 규모의 대이스라엘 군사 지원에 서명하는 순간 전략적 지위를 잃었다는 것이다. 하스 명예회장은 젊은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팔레스타인에 대한 동정론이 일고 있지만 “미국의 이스라엘에 대한 정책이 변한다면 그것은 단지 주변부에서만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미국의 좁아진 입지를 설명했다.
중·근동의 나라들도 전략적 변곡점에 빠졌다. 이스라엘과 군사적으로 맞서서 강하지 못할 뿐아니라 팔레스타인을 대신해 싸울 만큼 헌신적일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하마스·헤즈볼라를 지원하며 이슬람의 맹주를 자처해 온 이란은 이스라엘과 전면전의 대가가 이란의 종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는 게 NYT의 분석이다. 중재자로 나선 이집트는 급격한 인구 증가로 몸살을 앓는 상황에서 팔레스타인 난민이 대거 유입되는 상황을 두려워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추구하지만 그 대의를 위해 목숨을 걸려고는 하지 않는다고 것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패권 질서에 도전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도 미국이 중동의 늪에 빠지기만 바랄 뿐, 평화를 이끌어낼 조정자의 망토를 두르는 데 관심이 없다. 시장의 영향력도 예전 같지 않다. 과거 중동 전쟁이 발생하면 국제 유가가 급등락하면서 자연스레 휴전 필요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커졌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사라졌다.
유엔은 세계 지도자들이 해마다 찾는 순례지로 전락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결의안에 거부권을, 미국이 이스라엘 관련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유명무실해졌다. 미국 주재 전 이스라엘 대사 이타미르 라비노비치는 “지금은, 그래 그렇다면 좋아(어쩔 수 없지)”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록펠러재단의 스티븐 하인츠 회장은 “20세기 중반 이후 국제 관계와 세계적 문제 해결을 이끌어 온 기관들은 더 이상 새로운 천년의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 분명하다”며 “그것들은 비효율적이고, 시대에 뒤떨어졌으며, 어떤 경우에는 쓸모 없어 졌다”고 비판했다. NYT는 조율된 국제적 대응이 없다면 세계가 다다를 종착지가 어딘지 알 순 없지만, 더 많은 인명의 손실을 수반하는 곳임은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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