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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랄라 암살 작전 '패싱 당한' 미국… "외교적 해결" 압박

입력
2024.09.29 20:00
수정
2024.09.2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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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즈볼라 수장 암살, 국제사회 반응]
이, 미국에 알리지 않고 공습 감행
"트럼프 밀어주기 아니냐" 의심까지
국제사회 "갈등 완화를" 일제히 촉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8일 델라웨어주 리호보스 비치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리호보스 비치=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8일 델라웨어주 리호보스 비치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리호보스 비치=AP 연합뉴스

"이스라엘 공습으로 인한 하산 나스랄라의 죽음은 (테러) 희생자들에 대한 정의의 조치다. (중략) 궁극적으로 우리의 목표는 외교적 수단을 통해 가자지구·레바논에서의 갈등을 완화하는 것이다."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수장인 하산 나스랄라의 사망에 대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밝힌 입장이다. 이번 암살이 테러리스트에 대한 '정의 구현'이라고 옹호하면서도, 충돌이 아닌 대화로 사태를 매듭지으라고 이스라엘을 압박한 것이다. 이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점점 격화하는 중동 갈등에 한목소리로 '갈등 완화'를 촉구했다.

"상의 없더니, 뒤처리는 해 달라?" 미국의 분노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이스라엘의 이번 공습은 바이든 행정부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간 긴장을 다시금 끌어올렸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나스랄라 암살 작전을 미국에 미리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 관리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프랑스의 '21일간 휴전' 제안을 무시해 (미 정부는) 이미 화가 난 상태였다"고 NYT에 말했다. 이스라엘이 함께 조율해 온 휴전안을 갑자기 걷어찬 것도 모자라, 확전을 부를 수 있는 중요한 군사 작전을 상의 없이 실행에 옮겨 양측 분위기가 싸늘해졌다는 얘기다.

조 바이든(오른쪽)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7월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조 바이든(오른쪽)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7월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한 미국 관리는 이스라엘이 작전 이후 '이란의 보복을 막아 달라'고 요청했다며 "나스랄라는 나쁜 사람이었지만, 이스라엘이 우리와 상의하지 않고 이런 짓(암살)을 저지른 다음 뒤처리를 부탁하는 것이 실망스럽다"고 미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에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 측 인사들은 '네타냐후가 11월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밀어주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품을 정도로 불신이 깊다고 NYT는 전했다.

국제사회 "갈등 확산은 안 돼"

대선을 불과 5주가량 앞둔 만큼, 미 정부는 확전 방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델라웨어주(州) 리호보스 비치에서 이스라엘의 레바논 지상전이 불가피하냐는 질문을 받고 "휴전할 때가 됐다"고 대답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당국자들은 이날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휴전 협상 불씨를 살리는 데 분주했다"고 전했다.

국제사회도 일제히 갈등 완화를 촉구했다. 미국과 함께 이스라엘·헤즈볼라 휴전 협상을 추진했던 프랑스는 외무부 성명을 통해 "우리는 레바논 당국 및 역내 파트너들과 연락해 불안정이나 소요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과 독일도 갈등 완화를 주문했고, 러시아·중국 역시 이스라엘에 무력 충돌 자제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확전이 불가피하다'는 비관론도 나온다. 세브데트 일마즈 튀르키예 부통령은 미국 CNN방송 인터뷰에서 "이는 분명히 역내 갈등 확산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것이 이스라엘이 추구하는 바"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스라엘이 휴전에 응할 조짐은 현재로선 없다고 WSJ는 짚었다.

김나연 기자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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