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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이 사치품? '보유세' 명칭부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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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매기자는 반려동물 보유세 논란이 거세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제3차 동물복지 종합계획'(2025~2029년)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보유세가 언급됐는데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게 논란의 계기가 됐다.
농식품부는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진화에 나섰다. "다만 독일 등 일부 선진국에서 도입됐고 국내 도입 여부는 장기 과제로서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혀 당장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는 도입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보유세 찬반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4년 전 농식품부가 '제2차 동물복지 종합계획'에서 반려동물 '보유세'나 '부담금'을 물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동물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고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와 "유기동물이 늘어날 것이다"라는 의견이 맞섰는데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반려동물 보호자의 책임을 강화시키기 위한 제도를 도입하는 것에 동물단체들도 기본적으로는 찬성한다. 시민들도 거부감은 크게 없어 보인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실시한 '2023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인식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71%가 반려동물에 대해 매년 일정한 등록비를 지불하도록 하거나 세금을 부과하면 반려동물 양육자 책임 강화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세부적으로는 깊이 고민해야 할 점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독일, 네덜란드 등은 세금을 걷는 형태지만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은 반려동물 등록을 매년 갱신하는 '갱신제'를 도입하고 있다. 반려동물 등록 갱신제는 일종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보유세와 공통점이 있지만 '물건'을 보유한 것에 대한 세금은 아니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제도의 가장 큰 목적은 보호자의 책임을 강화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나아가 매년 동물 정보를 의무적으로 업데이트함으로써 정부는 동물에 대한 최신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 보호자 변경이나 동물 사망 시 (큰 비용은 아니더라도 더 이상 수수료를 내지 않기 위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또 중성화 수술을 받지 않은 동물, 많은 숫자의 동물을 기르는 사람에게는 더 많은 등록비를 부과하게 함으로써 동물을 제대로 관리하게 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된다고 한다.
반면 보유세는 말 그대로 부동산, 자동차 등 재산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보호자들 입장에선 반려동물을 물건 취급하고 마치 사치품을 소유해 세금을 내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 거부감이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보유세를 '양육세'나 '등록비'로 바꿔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제언도 있었다. 세금 부과보다 저항이 적지만 △보호자의 책임강화 △세수확보라는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갱신제 도입에 대해서도 논의할 필요가 충분히 있어 보인다.
얼마를 부과할지, 또 이로 인해 확보하는 세금을 어디에 사용할 것이냐도 중요한 문제다. 정부는 논란이 되면 한발 물러서는 행태를 반복해서 보이는 대신 적극적인 논의와 검토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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