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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대회 열고 전지훈련단 모셔오자"… 지역경제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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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소멸위기 극복 장면, '지역 소극장.' 기발한 아이디어와 정책으로 소멸 위기를 넘고 있는 우리 지역 이야기를 4주에 한 번씩 토요일 상영합니다.
지난달 30일 강원 양구군의 역도 전용 경기장인 용하체육관. 11일부터 경남에서 열리는 제105회 전국체전을 열흘 남짓 앞두고 강원도청과 충북도청 선수단의 막바지 전지훈련이 한창이었다. 올해 2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열린 아시아역도선수권 남자 61㎏급 인상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이혜성(충북도청)을 비롯한 선수들은 바벨을 순간적으로 끌어올리는 데드리프트와 바벨을 뽑아 드는 스내치 풀 동작 등을 반복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연주원(43) 충북도청 감독은 "역도 전문 경기장이라 기구 훈련을 위한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2004년 문을 연 용하체육관은 역도인들 사이에서 '약속의 체육관'으로 유명하다. 지난 8월 프랑스 파리 올림픽 여자 역도(81㎏ 이상급) 은메달리스트인 박혜정(21)을 비롯한 수많은 국제대회 메달리스트들이 용하체육관에서 땀을 흘리며 기량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김영미 양구군 스포츠재단 사무국장은 "국내 최고 수준 훈련장과 경기장을 무료로 제공하고 숙식, 간식비까지 지원하는 등 훈련에 집중할 수 있는 곳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매년 양구를 찾는 선수단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곳에선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53개팀이 500일 넘게 훈련했다. 시설을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선수단이 연중 머물러 지역경제 차원에선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게 양구군의 분석이다.
최근 양구를 찾은 선수단은 역도 선수단만이 아니다. 지난달 22~29일 양구문화체육관과 양구청춘체육관에서는 제29회 김창환배 전국남녀펜싱선수권 대회 겸 국가대표 선발전이 열렸다. 파리 올림픽 펜싱 사브르 개인·단체 2관왕 오상욱(대전광역시청), 올림픽 단체전 3연패를 이룬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 도경동(대구광역시청) 등 '뉴 어펜저스'와 임재윤(국군체육부대), 윤소연(대전광역시청) 등 세계 정상급 검객이 피스트에 올랐다. 9월 마지막 주말에는 양구군이 유치한 전국 생활체육 동호인 클럽 펜싱선수권대회에 1,000여 명이 몰려 시내 곳곳이 붐볐다.
비무장지대(DMZ)와 맞닿은 접경지인 양구군이 지역소멸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 택한 전략은 스포츠마케팅이다. 군사시설보호구역 등 각종 규제가 많은 탓에 기업유치가 어려워 지역경제의 60%를 군 부대에 의존하는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승부수다.
서흥원 군수는 "연중 전국 단위 체육대회를 열고 초중고교는 물론 프로팀까지 전지훈련단을 유치해 생활인구(해당지역에 거주하지 않지만 업무, 훈련 등으로 머무는 사람 수)를 늘려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려는 방향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구단을 유치해 경기장 광고 및 입장 수입, 유니폼, 굿즈 등을 판매해 수익을 올리는 기존 대도시 스포츠마케팅과 다른 방식이다.
울릉도와 독도, 서해5도를 제외하고 내륙에서 인구가 세 번째로 적은 양구군이 스포츠마케팅에 주목한 건 1990년대 후반이다. 양구군은 2001년 축구 보조경기장을 시작으로 △야외 및 실내 테니스장 16면 △야구장 2곳 △역도 경기장 및 워밍업 시설 △다목적 체육관 △실내 풋살장을 2014년까지 차례로 지었다. 300억 원이 넘는 투자였다. 재정자립도가 10% 이하인 양구군 입장에선 모험에 가까운 결정이었다.
군은 이어 고지대와 평지가 함께 자리한 자연환경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각급 학교 전지훈련을 유치하고 대회를 주최했다. 전문성을 갖춘 직원들이 대한체육회를 방문해 시설을 알리고 종목·연령별 맞춤형 지원 시스템도 내놓았다.
전략은 주효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하나둘 전지훈련단이 찾기 시작했는데, 2015년에는 22개 종목 85개 대회, 전지훈련단 103개 팀을 유치했다. 2017년부터 3년간 스포츠마케팅에 따른 경제효과가 연평균 200억 원을 넘어섰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잠시 주춤하기는 했으나, 2021년 16개 종목 121개 대회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3년 동안 333개 대회를 치렀다. 이 기간 중 대회가 열린 날은 1,383일에 달한다. 이를 통해 2021년 168억 원 △2022년 174억 원 △지난해 223억 원 등 최근 3년간 565억 원 이상의 경제효과가 발생했다.
같은 기간 246개 전지훈련단을 유치한 것도 지역 경제에 도움을 줬다. 양구군의 지역 내 총생산(2021년 기준)이 1조1,048억 원임을 감안하면 체육대회와 전지훈련을 통한 효과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국방개혁 2.0으로 육군 1개 사단이 사라지고 대형 관광지도 없는 양구군 입장에선 스포츠마케팅이 지역경제를 지탱하는 버팀목이 된 셈이다. "600억 원 가까운 경제적 효과와 함께 3년간 양구군 인구의 40배 가까운 78만3,000명이 다녀가 생활인구 증가라는 목적을 어느 정도 이뤘다"는 게 양구군의 분석이다.
양구군의 스포츠마케팅은 질적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는다. 2016년 프로농구(KBL) 창원LG세이커스와 맺은 파트너십은 전국적으로 주목받는 성공모델이란 평가다. 양구군이 비시즌 기간인 '에어컨리그'에 선수단에 훈련장 등을 제공하고 구단은 홈페이지와 홈 경기장인 창원실내체육관 광고보드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청춘 양구' 브랜드를 홍보하는 식으로 상생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협력이 계기가 돼 2021년부터 올해까지 양구문화체육관과 청춘체육관에서 농구 꿈나무 750여 명이 참가한 '한국프로농구연맹(KBL) 유스 클럽 농구대회'가 열리는 등 양구군은 에어컨리그를 대표하는 지역으로 떠올랐다.
양구군의 스포츠마케팅이 성과를 내면서 음식점, 숙박업소 등 소상공인 매출도 상승했다. 양구군과 강원대 산학협력단은 각종 대회 참가자와 전지훈련단으로 1인당 7만 원이 넘는 소비가 새롭게 창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상권분석 시스템인 나이스비즈맵 분석에선 지난해 양구군 내 소상공인 전체 매출(1,130억 원)이 전년보다 11.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성철(70) 양구군 번영회장은 "1년 내내 각종 체육대회가 열리다 보니 국방개혁과 군 위수지 확대로 위축됐던 지역경제가 조금씩 살아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양구읍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박선현(48)씨는 "전국단위 대회가 열리는 주말이면 단체 손님이 몰려와 매장을 가득 메워 평일에 비해 매출이 2배가량 늘었다"고 웃어 보였다. 최근 열린 유소년 농구와 최근 생활체육 펜싱 대회 기간에도 양구 시내 호텔, 펜션 객실이 동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다만 양구군의 스포츠마케팅이 고도화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지방 소도시인 만큼, 호텔과 콘도 등 숙소가 부족하고 대중교통, 주차공간이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설문조사에서 MZ세대 선수들은 식사 메뉴가 다양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부상을 비롯한 돌발상황에 대비한 전문 의료시설 확보, 컨디션 관리를 위한 트레이닝 파트 확대 또한 과제로 꼽힌다. 전국 지자체 상당수가 뛰어들어 '레드오션'이 되고 있는 스포츠마케팅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들이다. 이유 강원대 산학협력단 책임연구원은 "인구 감소와 경기 침체를 해소하기 위해 전국적인 스포츠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가상현실(VR)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분석 등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훈련시스템 도입 등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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