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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7광구 협정' 로키로 조용히 수비하다 실익 챙기기 나서나

입력
2024.09.26 17:50
수정
2024.09.26 18:1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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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외무성, 별도 설명 없이 보도자료만
공론화 꺼리나… 일본 소극적 태도 일관

조태열(가운데) 외교부 장관이 23일 정부 수석대표로 제79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미국 뉴욕으로 출국하고 있다. 뉴스1

조태열(가운데) 외교부 장관이 23일 정부 수석대표로 제79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미국 뉴욕으로 출국하고 있다. 뉴스1

한국과 일본 정부가 39년 만에 '대륙붕 제7광구' 공동 개발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 개최를 발표했지만 일본은 정작 공론화되지 않게 조용히 다루는 모습이다. 7광구 영유권이 일본 측에 유리하게 설정된 만큼 최대한 이슈가 되지 않게 하려는 게 일본 기조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 외무성은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27일 도쿄에서 일한 대륙붕공동위원회 6차 회의가 개최된다"고 밝혔다. 7광구는 제주도 남단에 위치한 잠재적인 석유 자원 매장지로, 한일 정부는 1974년 7광구 전체 및 인접한 제주 남쪽 해역 8만2,557㎢ 대륙붕을 공동 개발한다는 내용의 협정을 체결했지만 일본의 소극적 태도로 진전이 없었다.

이번 회의는 1985년 5차 회의 이후 39년 만에 열린다. 그러나 일본 외무성은 일본 기자들에게 사전 설명이나 별도 브리핑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 간 협상이 원만하게 이뤄지면 양국의 경제 협력 관계를 크게 확대할 수 있는 사안인데도 세부 설명을 생략한 것은 이례적이다. 게다가 서울이 아닌 자국 수도 도쿄에서 회의가 열리지만 두 줄짜리 짧은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도 이날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7광구 협정 회의는 설명하지 않았다. 관방장관이 매일 브리핑을 통해 외교 현안을 설명해 온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일본 언론들도 관련 내용을 보도하지 않았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NHK방송과 교도통신, 요미우리신문 등 주요 매체들은 관련 기사를 다루지 않았다. 한국 언론이 7광구의 경제적 가치와 이번 회의 개최 의미를 조명하는 분석·해설 기사를 보도한 것과 대조적이다.

한일 대륙붕공동개발구역(JDZ) 공동위원회가 논의할 7광구 구역. 그래픽=송정근 기자

한일 대륙붕공동개발구역(JDZ) 공동위원회가 논의할 7광구 구역. 그래픽=송정근 기자

일본은 그동안 '한국과 공동탐사를 벌였지만 경제성이 없다'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현재 7광구 구역이 일본에 유리하게 설정돼 있어 굳이 시끄럽게 상황을 만들려 하지 않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협정 체결 당시만 해도 대륙붕 경계를 가르는 기준은 한국에 유리했다. 그러나 1985년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기준을 바꿔 지금은 일본이 유리해졌다. 일본 입장에서는 기존 협정이 폐기되면 재협상이나 독자 개발을 노릴 수도 있다.

1978년 6월 22일 발효된 협정은 2028년 6월 22일 만료된다. 협정 종료 여부는 만료 3년 전부터 당사국이 서면으로 통보할 수 있는데, 일본이 협정 연장을 원하지 않을 경우 2025년 6월 22일 이후부터는 언제든 협정을 끝낼 수 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일본 정부는 가급적 조용하게 로키(low-key)로 논의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 류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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