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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을 '최하위'로 평가한 OECD의 이상한 보고서>에 대한 OECD의 반론과 필자의 재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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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5일자 25면에 게재된 정한울 박사의 <한국 여성을 '최하위'로 평가한 OECD의 이상한 보고서> 칼럼에 대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반론문을 보내왔습니다. 그 반론에 대해 정 박사도 한국일보에 또다시 입장문을 보내왔습니다. 통계조사 및 수치 해석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을 경우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당사자들의 입장을 가감없이 소개한다는 차원에서 한국일보에 전달한 원문 그대로 소개합니다.
편집장님 귀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사회지표 보고서(Society at a Glance)에 대한 최근 오피니언 기고문(2024년 9월 5일자)에서, 저자는 가정폭력에 대한 여성의 사회적 수용도를 측정하는 데이터는 주로 세계보건기구(WHO), 세계가치조사(WVS), 유로바로미터(Eurobarometer)조사 등 다양한 출처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분명히 언급하고 있습니다. 젠더 데이터가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에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하고, 연구 대상 국가별로 동일한 이슈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여러 설문조사를 활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OECD 분석에서는 모든 데이터 포인트가 최신 가구 설문조사에서 수집된 것이기 때문에 세계보건기구의 데이터가 우선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세계보건기구의 데이터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는, 유로바로미터 조사와 세계가치조사의 데이터를 사용했습니다.
이러한 설문조사들에서의 질문들은 각기 조금씩 다르지만, 논리적이고 투명한 방법으로 데이터를 조정할 수 있습니다. 각 설문조사에는, 남편이 아내를 때리거나 구타하는 것이 어느 정도 용납되거나 정당화되는지를 묻는 객관식 질문이 포함되어 있으며, '용납할 수 없다' 또는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를 제외한 모든 답변은 어느 정도의 폭력에 대한 용인이 있음을 나타냅니다. 이를 바탕으로 산정한 결과, OECD 회원국 전체에서 남편이 아내를 때리거나 구타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답한 여성의 비율은 덴마크, 아일랜드, 리투아니아에서는 2% 이하인 반면, 칠레와 멕시코에서는 30% 이상, 한국에서는 4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이는 이용 가능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합니다. 이런 점에서 저자가 제기한 흥미로운 지적은 국제 사회의 시급한 관심사, 즉 어떻게 하면 젠더에 대한 보다 개선되고 시의성이 있는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가정폭력 유병률에 대한 최신 통계는 2018 년, 돌봄 및 가사노동에 대한 최신 통계는 2019 년에 이루어졌습니다. OECD 는 각국 정부가 변화를 추적하고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을 강력히 지지하며, 데이터 수집을 개선하기 위한 국가 당국과 통계청의 모든 노력을 환영합니다. 2023년의 OECD 사회제도젠더지수(SIGI: Social Institutions and Gender Index)에 따르면, 여성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하는 태도는 지난 한 해 동안, 더 많은 여성이 폭력을 경험한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OECD 미디어 및 소셜 미디어 책임자
엘리자베스 쉬프만 (Elisabeth Schiffman) 배상
필자의 원고에 대해 진지하게 읽고 반론해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반론문이 자칫 필자가 제기하고자했던 것에 대한 충분한 해명이나 반론이 되지 않고, 독자들에게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판단하여 재반론의 글을 요청했습니다.
필자의 원고에 대한 반론문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째, 젠더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에 국가별로 동일한 이슈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여러 설문조사를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둘째, 설문조사들에서의 질문들은 각기 조금씩 다르지만, 논리적이고 투명한 방법으로 데이터를 조정했다는 주장입니다. “각 설문조사에는, 남편이 아내를 때리거나 구타하는 것이 어느 정도 용납되거나 정당화되는지를 묻는 객관식 질문이 포함되어 있으며, '용납할 수 없다' 또는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를 제외한 모든 답변은 어느 정도의 폭력에 대한 용인이 있음을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셋째, 젠더에 대한 보다 개선되고 시의성이 있는 데이터 확보가 중요하며 각국 정부가 변화를 추적하고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을 강력히 지지하며 환영한다는 원칙적 입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째 단락에서 국가별 동일한 이슈를 측정하기 위해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에 상이한 출처의 데이터를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나, 셋째 단락에서 세계 각국에서 젠더 관련 데이터 수집을 위해 원칙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에 필자도 동의랍니다.
필자 비판의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데이터 비교를 위해 조정을 했다면 어떤 데이터의 몇 번 문항의 결과를 어떻게 조정했는지에 대한 명시적 정보를 제공했어야 했다고 봅니다. 그러나 원본 고서는 물론 이번 반론문처럼 “각 설문조사에는, 남편이 아내를 때리거나 구타하는 것이 어느 정도 용납되거나 정당화되는지를 묻는 객관식 질문이 포함되어 있으며, '용납할 수 없다' 또는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를 제외한 모든 답변은 어느 정도의 폭력에 대한 용인이 있음을 나타냅니다.”라는 식으로 서술형으로 설명하여 몇 번 문항의 응답을 어떻게 조작한 것인지 명시적으로 알 수 없습니다. 필자가 지적한 것처럼 해당 데이터 질문지를 모두 검토하고, 다운받은 데이터 결과를 가지로 역으로 추정했어야 했습니다.
필자의 추정으로는 세계가치조사의 Q. 189번의 1~10점 응답 중 1번 '절대로 안된다'를 제외한 2-10번 보기 응답을 합산한 비율(한국의 사례)과 유로 바로미터 '2016년 특별젠더폭력인식조사'의 1~5번 보기 중 1번과 2번 보기 응답을 합한 비율이라고 추정됩니다. 최소한 여러 출처의 데이터를 조정하여 비교하려면 조정의 기준 등을 서술적으로가 아니라 명시적(단순 데이터들의 명칭 뿐 아니라 분석문항의 번호, 몇 점 척도 중 몇점과 몇점의 응답을 합한 것인지 등) 정보를 밝혔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필자의 두 번째 비판지점은 과연 위의 두 문항의 워딩과 척도가 동일한 측정 결과를 가져올 등가적 비교 척도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기능적으로 등가적이라는 것은 첫째 의미상 같은 질문이어야 하고 둘째, 실제 측정 결과에서도 유사한 응답분포가 확보되는 질문임을 의미합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두 번째 문제인데 아다시피 여론조사의 경우 같은 의미의 질문에 대한 응답이라도 미세한 질문 위딩의 차이나 척도의 수나 특성에 따라 상이한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론문 주장대로 세계가치조사 Q189의 2-10번 응답보기와 유로바로미터조사 Q3B 질문의 보기 1과 2을 합한 것이 의미상으로 동일하다는 주장이 맞더라도 실제로 동일한 척도로 기능한다고 보증할 수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었습니다. 같은 질문이라도 질문 워딩과 보기의 수, 순서에 따라서도 응답분포가 크게 달라지는 서베이의 특성을 고려할 때 위의 두 문항은 질문 워딩도 척도도 다르기 때문에 의미상으로는 같은 응답으로 분류하더라도 실제 측정 결과는 등가적인 유사한 결과를 가져오지 못할 것으로 보았습니다.
과연 그러한지 확인해보기 위해 양 질문 결과를 위의 방식으로 물어보고 비교하는 웹실험을 조사해보니 양 조사척도는 등가적 척도로 기능하지 않음이 확인되었습니다. 2024년 8월 23-25일 실시한 한국사람연구원과 한국리서치의 여론속의여론 조사에서 전국 1,000명을 A, B두 그룹으로 임의할당(random assignment)한 후 A 그룹은 세계가치조사 방식으로 질문하고, B그룹은 유로바로미터조사 방식으로 조사한 경우 두 결과를 비교했습니다.
A그룹의 전체 487명 응답을 보면 1점 절대로 정당화할 수 없는 행동이라는 응답은 82.3%이며 여성폭력 수용률은 17.7%(100-82.3%)인 반면, B그룹 512명 중에서는 가정폭력을 수용하는 응답인 1번과 2번 응답의 합은 2.2%(1.3%+0.9%)에 불과합니다. 본 실험조사 결과로 보면 OECD 보고서과 같이 49세 이하 여성만 선별하여 비교해도 세계가치조사 질문으로 측정할 경우 여성폭력 수용률은 8.5%(100%-91.5%)로 급감하고, 유로바로미터조사 기준으로도 1.7%(1.7%+0%) 수준에 불과합니다.
실험조사 결과를 보면 첫째, 동일시점에 한국국민 대상으로 조사를 해도 여성폭력에 대한 용인률은 차이가 나타납니다. 둘째, 어떠한 방식으로 측정해도 OECD 보고서에 나온 수치보다 한국여성의 여성에 대한 가정폭력 수용률은 상당히 낮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처럼 동일척도로 기능하지 못하는 상이한 질문과 척도의 문항의 결과를 가지고 한국여성의 40% 이상이 가정폭력을 용인하고 으며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분석을 문제가 있다는 것이 필자의 칼럼의 핵심요지였습니다. 실험결과를 보면 한국의 경우도 유로바로미터방식으로 조사했다면 40%보다 훨씬 낮은 수치가 나왔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웹조사로 조사하면 한국의 결과가 서구 유럽 주요국가들의 결과와 큰 차이가 없었을 것으로 봅니다.
결국 반론의 글을 받았지만, 필자의 비판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칼럼의 원본 보고서(한국사람리포트 제24-5호 “한국인에 대한 오해④여성폭력 용인률, 한국여성이 가장 높나?)를 참조해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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