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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구 면목동에서 발견하는 희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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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에 두세 번 중랑구 면목동에 간다. 서울시의 '생활상권 육성사업'의 하나인 면목동 생활상권 프로젝트 중 하나에 참여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식당, 카페, 공방, 베이커리 숍 등을 운영하는 상인들의 협업사업 마케팅 교육과 코칭을 2개월째 진행하고 있다. 서울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2030세대 스타트업 대표 대상의 비즈니스 코칭도 2년째 하고 있는데, 서민 삶의 모습을 온전히 보고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상인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훨씬 더 소중한 경험이 되고 있다.
중랑천을 끼고 있는 면목동은 주민의 평균 연령이 상대적으로 높은 전형적인 주거지역이다. 다른 지역에서 찾아오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동네 단골을 많이 만드는 게 이 프로젝트의 최우선 목표다.
41세인 최정현 행운식당 대표는 그보다 더 큰 꿈을 갖고 있다. 부모님과 함께 운영하는 한식당을 동네 골목식당이 아닌 전국구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사회복지 전공으로 회사원이었던 최 대표는 12년 전 아버님이 교통사고로 어깨를 다쳐 일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자 식당 일에 뛰어 들었다. 부모님을 위해 시작한 일이었고, 고된 일이지만 음식으로 손님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는 게 참 좋았다고 한다.
그의 하루 일과는 새벽 4시에 육수 만드는 걸로 시작돼 밤 10시에 끝난다. 찾아오는 손님보다 배달 주문이 더 많아 어떤 날엔 오후 3시까지 자전거로 음식 배달을 할 때도 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그의 표정에선 지루함이나 지친 기색을 찾을 수 없다. '항상 밝고 잘 웃고 열심히 하는 게' 자신의 장점이라고 말하는 최 대표는 지역 상인들과 함께 식당, 카페, 공방 등을 아우르는 나들이 코스 지도를 만들고 있다.
어제도 그의 집밥이 그리워 행운식당을 찾았다. 늘 따뜻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며 밥상을 차려주는 72세 아버님의 잔잔한 미소와 비빔밥 한 그릇에 찐한 행복감이 밀려왔다.
30대 초반의 진승원 진스바바 대표는 패션디자인 전공과 어울리지 않은 일을 하고 있다. 바텐더, 바리스타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낀 그는 자신만의 스페셜티 커피로 전국 마니아들의 핫플레이스를 만드는 게 꿈이다. 대로변 대신 중랑천 뚝방길 옆에 카페를 차린 것도 프랜차이즈 카페와 경쟁하기보다 자신의 이름을 건 카페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고향인 중랑구에서만 마실 수 있는 명주를 빚고 싶다는 영화 시나리오 작가 출신의 양조장 대표, 아빠의 마음으로 건강 먹거리를 만들고 있다는 디저트 가게 대표, 좋은 건강즙 만들기에 16년간 열정을 쏟아부었다는 건강즙 카페 대표 부부….
협업사업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10명 모두, 사람의 마음을 잡아끄는 스토리를 갖고 있다. 그분들과 함께 10년 뒤 모습, 20년 뒤 모습을 떠올리며 상상력을 발휘하다 보면 나도 가슴이 뛰곤 한다.
하지만 삶의 질, 일과 여가·휴식의 균형, 사업 지속가능성까지 따져보면 마냥 긍정적일 수만은 없는 게 자영업자의 현실이다. 한 기사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외식업 폐업 점포 수가 6,290개로 지난 1분기(5,922개)보다 6% 늘었다. 고금리, 고물가 등으로 국민들이 외식을 꺼린다는 게 이유다.
우리 면목동 상인들이 엄혹한 시기를 잘 버티고 자신들의 꿈을 이루길 바란다. 면목동 생활상권 지원 프로그램 같은 버팀목이 좀 더 많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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