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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준으론 삼전, SK하이닉스, 현대차 모두 탈락"…밸류업 기업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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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가 24일 발표한 '코리아 밸류업지수'에 편입한 100개 기업 중 41개는 우리 정부가 모범사례로 꼽은 일본판 밸류업지수 편입 기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에 비해 헐거운 기준을 적용한 탓에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과 거리가 있는 기업까지 대거 포함되면서 시장과 개인투자자들이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5일 본보가 도쿄거래소의 'JPX프라임150' 기준을 적용해 코리아 밸류업지수 편입 기업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4.15%), SK하이닉스(2023년 적자로 산출 불가), 셀트리온(5.07%), 씨젠(0.06%), 고려아연(5.72%) 등 25개 기업은 자기자본이익률(ROE) 1기준을 통과하지 못했다. 현대차(0.58배), 기아(0.85배), 신한지주(0.38배), 두산밥캣(0.85배) 등 24개 기업은 주가순자산비율(PBR)2이 1배 미만인 기업으로 JPX프라임150 기준을 충족할 수 없었다. 팬오션, 메가스터디교육, 미래에셋증권, 현대해상 등 8개 기업은 두 조건에 모두 미치지 못했다.
도쿄거래소의 JPX프라임150 지수는 일본 상장 기업 중 기준시점(2023년 5월 26일)과 최근 2년 평균의 ROE와 PBR이 각각 8% 이상, 1배 이상인 기업을 75곳씩 선정했다. 수익성이 좋고, 주가가 장부가치를 웃도는 우량 기업을 뽑았다는 얘기다. 이에 반해 한국거래소는 PBR이 1배 미만이어도 산업 내 상위 50% 이내에 들면 밸류업지수에 포함했다. ROE 역시 최근 2년 평균이 산업군별 상위 100위에 들면 조건에 충족되도록 했다.
이러다 보니 최근 밸류업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은 두산밥캣도 포함돼 논란이다. 두산그룹은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을 추진하면서 두산밥캣 주주에 불리한 합병비율을 제시했다가 투자자와 당국의 거센 비판을 받아 최근 합병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한 개인 투자자는 "'밸류킬'하는 두산밥캣이 밸류업 대표 기업으로 꼽혀 황당하다"며 "밸류업지수 보고 투자했다가 또다시 문제 되면 거래소가 손해를 책임질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3년째 배당금을 동결한 삼성전자 역시 밸류업에 포함될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애매한 기준으로 코리아 밸류업지수를 꾸리다 보니 시장에 던지는 기대감도 크지 않다. 반면 도쿄거래소는 PBR와 ROE라는 객관적 잣대로 JPX프라임150을 구성하다 보니 도요타자동차, 미쓰비시상사, 소프트뱅크그룹 등 일본 대표 기업들이 모두 지수 구성 종목에서 제외됐다. 결국 해당 기업들은 스스로 자사주 매입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내놓으면서 PBR, ROE 수치를 끌어올렸다.
기존 시장 대표 지수와 큰 차별점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코리아 밸류업지수에 포함된 코스피 기업 67곳 중 55곳은 이미 코스피200 편입 종목이며, 코스닥 종목 33개는 전체가 코스닥150에 포함돼 있다. 결국 코리아 밸류업 기업 100개 중 88개가 기존 대표 지수에 포함된 기업이라는 얘기다. 이준서 한국증권학회장(동국대 경영학과 교수)은 "소위 저평가된 기업이라고 이야기할 수 없는 기업들이 대거 들어가 있는 상황"이라며 "새로운 지수로서의 역할을 하겠느냐에 대한 회의적인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KB금융, SK텔레콤 등 대표적 고배당 기업들이 밸류업지수에 빠진 것도 편입 기업 선정에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KB금융의 PBR과 ROE는 각각 0.51배, 7.83%로, 밸류업지수에 포함된 신한지주(0.44배, 8.31%)와 우리금융지주(0.33배, 8.55%)보다 PBR이 더 높지만, ROE는 다소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지수 편입이 불발되자 KB금융의 주가는 이날 4.76%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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