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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여자가 타야 맛있다"… 성희롱인가, 아닌가?

입력
2024.09.30 04:30
21면

경제·노무 : <10>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판단

편집자주

인생 황금기라는 40~50대 중년기지만, 크고작은 고민도 적지 않은 시기다. 중년들의 고민을 직접 듣고, 전문가들이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성차별’과 ‘성희롱’은 다르지만
성희롱은 성차별의 한 형태
호의로 건넨 인사, 성희롱 될 수도


Q: 40대 후반의 남성 회사원 A다. 최근 회사 워크숍에서 운동하던 중 많은 사람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다른 부서 신입 여직원 B씨에게 “OO님은 몸매가 좋다. 글래머러스한 몸매라 운동복이 잘 어울린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B씨는 회사 게시판에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했고, 나는 결국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조사까지 받았다.
B씨는 “성적 굴욕감과 수치심을 느꼈다.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나는 결코 성적인 의미를 담지 않았다. 연차ㆍ직급 차이가 많이 나는 신입 여직원과 조금이나마 친밀감을 형성하고자 단순한 생각에서 칭찬한 것이었다.
심지어, 회사는 다른 여직원들을 대상으로 추가 피해사례가 있었는지를 조사했는데, 또 다른 여직원이 “A씨가 ‘역시 커피는 여자가 타야 맛있다’라고 말해 불쾌했다”고 추가 증언했다. 만일 이런 발언을 했다면 부적절한 것이고 뉘우쳐야 할 일이나, 사실 내가 실제로 저 발언을 했는지 정확히 기억 나지 않는다. 이 역시 성적인 의도를 가지고 한 말은 아니어서 ‘징계사유’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납득하기 어렵다.
회사 측은 “성희롱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겸허히 징계를 수용하라”고 한다. 물론 당사자 사과는 해야겠지만, 정말 징계까지 받아야 할 사안인지 궁금하다.


A: 성희롱이란 업무상 관계에서 직장의 사업주, 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말한다.

여기서 '성적 언동'이란 단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ㆍ언어적ㆍ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라고 정의한다.

성희롱이 인정되기 위해서 그 행위를 하는 사람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현재의 법리이다. 다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여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할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행위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돼야 한다.

따라서, 위 A씨가 비록 성적인 동기나 의도를 가지고 한 것이 아니더라도 상대방이 A씨의 발언으로 인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기 때문에 그 행위는 ‘성적 언동’에 해당된다. 그리고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되는 행위로 인정된다면 ‘성희롱’이 인정된다.

그러므로 A씨 사례에서 “몸매가 좋다. 글래머러스한 몸매라 운동복이 잘 어울린다”는 말은 (당사자의 관계, 행위의 경위 및 상황 등에 따라 다르겠지만)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언어로서 사람들이 많은 자리에서 이 말을 들은 해당 여성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만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고용노동부 등 직장 내 성희롱 여부를 가리는 기관도 외모 또는 신체에 대한 성적인 비유나 평가를 하는 행위를 대표적인 성적 언동으로 예시하고 있다. 법원 역시 직장의 상급자가 여직원에게 한 “글래머러스한 몸매다”라는 말에 대해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언어적인 성희롱으로 판시하여 회사의 징계를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A씨의 발언 중 두 번째 “역시 커피는 여자가 타야 맛있다”에 대해 생각해 보자. 법원은 해당 발언 자체가 ‘성적 언동’ 및 ‘성희롱’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다. 다만, “여성의 성역할에 대한 구시대적 고정관념과 편견을 드러낸 것으로 부적절하다”고 부연 설명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고용노동부 등도 “커피를 여직원에게 타게 하는 행위, 또는 그와 같은 발언에 대하여 성희롱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고정관념적인 성별 역할을 강요하는 행동으로 직장 내에서 하지 말아야 할 대표적인 행동”으로 금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즉, 성별로 인한 차별과 성희롱(성적 언동)은 다르다. 다만, 현행법 및 법리는 성희롱 역시 성차별의 한 형태로 인정하고 있다. 두 행동의 본질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심언철 법무법인 대화 변호사ㆍ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심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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