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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기자회견 나서는 고려아연...공개매수 가격 인상 카드 고민하는 MBK

입력
2024.09.2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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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 기자회견
최윤범 회장, 우군 확보 위해 분주
MBK "고려아연 곳곳에 암초" 견제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 고려아연 제공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 고려아연 제공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고려아연이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영풍과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함께 진행하는 주식 공개매수와 관련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우군 확보를 위해 바삐 움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영풍·MBK파트너스는 23일에도 최 회장 측이 추진 중인 대항 공개매수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비판을 이어갔다. 특히 26일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 가격 조정에 나설지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진다.

고려아연은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고려아연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라고 23일 밝혔다. 기자회견에는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이제중 부회장이 나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그는 1984년 고려아연에 입사해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고 2019년 부회장에 올랐다. 40년 동안 고려아연과 최대주주 영풍의 동업 관계를 지켜본 만큼 기자회견에서 MBK의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 시도의 부당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물밑에서 반격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 측은 추석 연휴 기간 국내외에서 우군 확보에 공을 들였고 곧 대항 공개매수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16∼18일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출장을 다녀왔다. 이번 출장에서 그는 현지 협력사 등 글로벌 기업들과 미팅을 이어갔다. 특히 최 회장은 일본 도쿄에서 글로벌 투자회사 일본 소프트뱅크 측과 회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아연은 2022년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스위스의 에너지저장장치(ESS) 개발 업체에 투자할 당시 5,000만 달러(약 600억 원)를 투자하면서 일본 소프트뱅크와 인연을 맺었다.

이에 재계에서는 막대한 자본력을 갖춘 일본 소프트뱅크가 고려아연의 '백기사'로 등판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최 회장은 또 일본의 대형 종합상사 스미토모 등과도 만나 협력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MBK파트너스 공개매수 가격 올릴까

19일 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이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19일 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이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반면 MBK파트너스는 23일 최 회장이 대항 공개매수를 진행하려고 해도 재무적 투자자(FI)나 전략적 투자자(SI)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방안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MBK파트너스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자본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했다. 회사 측은 "일본 소프트뱅크나 미국계 사모투자펀드 베인캐피털이 공개매수로 높아진 가격에 지분을 인수하는 경우 주가가 회귀함에 따라 주식시장에서 매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짚었다.

MBK파트너스는 또 이미 고려아연 지분을 소유한 트라피규라, 글렌코어, 일본 스미토모 등 고려아연 납품·협력업체들이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높은 가격으로 지분을 사주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들은 반대급부로 고려아연에서 혜택을 받으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최 회장에게는 배임적 성격의 거래가 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 가격을 66만 원에서 더 높일지 주목하고 있다. 고려아연 주가가 약 72만 원까지 오른 상황에서 공개매수 성공을 위해서는 매수가격 상향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공개매수 대상 지분을 보유한 투자자들의 97%가 기관투자자여서 시장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공개매수에 응할 경우 '저가 매도'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 기간 연장 없이 가격을 조정하려면 26일까지 공개매수신고서 정정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자본시장법은 공개매수 기간 종료일 전 10일 이내에 정정신고서를 내면 신고서를 제출한 날부터 10일이 지난 날에 공개매수가 종료된다. 26일 정정신고서를 내면 10월 6일 공개매수가 끝나지만 10월 5, 6일 장이 열리지 않아 공개매수는 기존 종료일인 10월 4일 끝난다. 다만 MBK파트너스 측은 가격 상향에 여전히 신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영풍 주가는 29% 넘게 급락했다. 영풍은 전 거래일보다 16만7,500원(29.39%) 내린 40만2,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영풍은 이날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됐다. 고려아연은 전장 대비 1만2,000원(1.63%) 내린 72만3,000원에 마감했다. 13일부터 3거래일 연속 오르며 주가가 32.19% 뛴 이후 첫 하락이다.



강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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