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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인간적인"... '영원한 재야' 장기표 별세에 애도 물결

입력
2024.09.22 16:37
수정
2024.09.22 17:1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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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소엔 조문, SNS 추모 행렬 이어져
정부 '민주주의 기여' 국민훈장 추서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의 빈소. 장 원장은 이날 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이건희 기자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의 빈소. 장 원장은 이날 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이건희 기자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고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의 빈소. 길게 늘어선 하얀 근조화환 사이로 조문객 발길이 끊기지 않았다. '재야운동 대부'로 불리는 장 원장의 별세 소식에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이명박 전 대통령,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 정치인들이 보낸 화환과 조기가 줄을 이었다.

장 원장은 1970년 전태일 열사 분신 사건을 계기로 민주화운동에 뛰어들었다. 민주화운동 중엔 수감과 수배 생활을 반복했다. 6공화국 출범 이후인 1990년엔 이재오 전 의원,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함께 민중당을 창당하며 진보정당 운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일곱 차례 출마한 국회의원 선거에서 모두 낙선하며 제도권 정치에 진출하지 못해 '영원한 재야'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최근엔 신문명정책연구원을 만들어 국회의원 특권 폐지 운동에 앞장섰다.

영원한 재야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원장이 22일 별세했다. 향년 78세. 유족 등에 따르면 장 원장은 이날 오전 1시 35분께 입원 중이던 일산 국립암센터에서 숨을 거뒀다. 국회사진기자단

영원한 재야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원장이 22일 별세했다. 향년 78세. 유족 등에 따르면 장 원장은 이날 오전 1시 35분께 입원 중이던 일산 국립암센터에서 숨을 거뒀다. 국회사진기자단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은 장 원장을 '인간적인 사람'이라고 기억했다. 장 원장을 30년 넘게 보좌했다는 안상조 신문명정책연구원 실장은 "가족보다 오랜 시간을 같이 있었다"며 "내가 곁을 지킨 건 누구보다 인간적인 사람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기표 선생이 이루고자 했던 건 모든 사람이 보람과 기쁨을 누리는 삶"이라고 덧붙였다. 장 원장과 함께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 공동 대표를 지낸 이희규 전 새천년민주당 의원은 "인간애가 있으신 분"이라며 "사회적 위치를 따지지 않고 누구든 슬픈 일을 겪으며 도우려 했다"고 말했다.

김문수 장관은 빈소에 국민훈장 모란장을 전달했다. 장 원장이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추서된 훈장으로, 별세 직후 추서가 결정됐다. 김 장관은 "장 선생은 민주화 운동의 스승이고 표상"이라며 "전태일 정신이 우리에게 전해질 수 있었던 것은 장기표라는 사람이 이소선 어머니를 통해 우리에게 알렸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오후 4시쯤 빈소를 찾은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 정치사에 길이 남을 고인은 부귀영화보단 소신과 철학을 끝까지 추구했던 올곧은 분"이라며 "평소 개인적으로 식사를 하고 차를 나누며 가르침을 받아 왔는데, 이렇게 일찍 떠나고 나니 마음이 많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추모 메시지가 이어졌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화와 개혁의 큰 별, 장기표 선생님의 명복을 빈다"며 "고인의 헌신과 열정은 우리 모두의 가슴에 깊이 새겨질 것"이라고 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내가 대학생 시절 김근태 선생과 함께 마음속 깊이 존경했던 대선배"라며 "그런 분이 왜 전격적인 정치적 우향우를 했는지 상세히 알지 못하지만 이제 영원한 안식을 빌 뿐"이라고 남겼다.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원장 빈소 영정 앞에 고인의 민주주의 발전 공로로 추서된 국민훈장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원장 빈소 영정 앞에 고인의 민주주의 발전 공로로 추서된 국민훈장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장 원장은 7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담낭암 말기 진단 사실을 알린 바 있다. 장 원장은 "담낭암 말기에 암이 다른 장기에까지 전이돼 치료가 어렵다는 판정을 받았다"며 "당혹스럽긴 했지만 살 만큼 살았고, 할 만큼 했으며, 또 이룰 만큼 이루었으니 아무 미련 없이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한다"고 했다.

유족은 부인 조무하씨와 딸 하원·보원씨가 있다. 장례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장으로 치러진다.


전유진 기자
이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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