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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탄강 지질공원 재인증받았는데...여기저기 무너지고 위태위태

입력
2024.09.20 10: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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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중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재인증받아
백의리층 일부 붕괴, 한탄강 주변 개발로 일부 유실

경기 연천군 연천읍 고문리에 있는 백의리층 일부가 붕괴된 채 방치된 가운데 위쪽(빨간원)에 호텔 건물이 보이고 있다. 임명수 기자

경기 연천군 연천읍 고문리에 있는 백의리층 일부가 붕괴된 채 방치된 가운데 위쪽(빨간원)에 호텔 건물이 보이고 있다. 임명수 기자

한탄강 지질공원이 최근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재인증을 받았지만 주변에 들어선 카페와 펜션 등 각종 개발 사업으로 주상절리 일부가 무너지거나 소실되는 등 심각한 훼손상태를 보이고 있다.

경기 연천군 한탄강 지질공원 내 유적 중 하나인 백의리층이 붕괴된 곳에서 10m 정도 떨어진 곳에 잘 보존돼 있는 백의리층 모습. 임명수 기자

경기 연천군 한탄강 지질공원 내 유적 중 하나인 백의리층이 붕괴된 곳에서 10m 정도 떨어진 곳에 잘 보존돼 있는 백의리층 모습. 임명수 기자

19일 경기도에 따르면 한탄강 지질공원은 이달 중순 베트남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지질공원네트워크(APGN) 심포지엄에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재인증서를 받았다. 한탄강은 50만~10만 년 전 북한 오리산에서 분출한 용암이 굳어 형성된 주상절리와 백의리층, 베개용암 등 내륙에서 보기 힘든 화산 지형이 보존돼 있다. 4년마다 인증을 받는데 2020년 처음으로 인증받았고, 2028년 재평가를 받는다. 한탄강 지질공원은 포천시 유역 493.24㎢, 연천군 유역 273.65㎢, 강원 철원군 유역 398.72㎢ 등 모두 1,165.61㎢로 여의도 면적의 400배에 이른다.

문제는 포천시와 철원군과 달리 연천지역 지질공원 내 주상절리 일부가 붕괴되거나 유실되고 있는데도 연천군은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은대리 판상절리와 습곡구조가 있는 차탄강 위로 지방도 37호선 용바위교가 지나가고 교각이 일부 주상절리가 훼손돼 있다. 임명수 기자

은대리 판상절리와 습곡구조가 있는 차탄강 위로 지방도 37호선 용바위교가 지나가고 교각이 일부 주상절리가 훼손돼 있다. 임명수 기자

실제 연천읍 고문리 소재 백의리층은 일부 붕괴돼 바닥에 쌓여 있다. 백의리층은 현무암 절벽 아래 암석화되지 않은 퇴적층이다. 인근에 현무암과 자갈층 경계에 있는 베개용암 등이 몽글몽글하게 놓인 것과 대조적이다. 시민단체 연합체인 연천희망네트워크 관계자는 “상층부에 호텔건물이 들어선 후(10년 전부터 공사가 중단된 상태) 무너진 것인지, 침식에 의한 자연 붕괴인지 원인을 찾아 추가 붕괴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은대리 판상절리 및 습곡구조(한탄강 지류인 차탄천을 따라 역류한 용암이 굳어져 만들어진 곳)는 지방도 37호선 확장공사 중 교량(용바위교)을 건설하면서 판상절리와 습곡구조 일부가 유실됐다. 확장공사 당시 용바위교를 교각이 없는 현수교가 아닌 일반 교량을 세우면서 차탄천 판상절리 등이 훼손됐다는 게 연천희망네트워크 측 설명이다.

제인폭포 주변에는 기암괴석이 많아 경기북부 대표적 관광지로 자리 잡았으나 2020년 홍수 이후 모두 사라져 일반 도랑처럼 변해 있다. 사진 왼쪽부터 2020년 이전 화강암 등 기암괴석이 가득한 제인폭포, 2020년 한탄강댐으로 물이 역류한 모습, 2024년 8월 현재 모습. 연천희망네트워크 제공

제인폭포 주변에는 기암괴석이 많아 경기북부 대표적 관광지로 자리 잡았으나 2020년 홍수 이후 모두 사라져 일반 도랑처럼 변해 있다. 사진 왼쪽부터 2020년 이전 화강암 등 기암괴석이 가득한 제인폭포, 2020년 한탄강댐으로 물이 역류한 모습, 2024년 8월 현재 모습. 연천희망네트워크 제공

포천 비둘기낭 폭포와 함께 한탄강에 두 곳밖에 없는 폭포인 제인폭포도 하류에 설치된 한탄강댐으로 인해 주변 경관이 크게 훼손된 상태다. 2020년 홍수 때 한탄강댐으로 인해 강물이 역류하면서 제인폭포 주변에 있던 화강암 대부분이 하류로 휩쓸려 내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동막리 응회석’은 정부의 기후대응댐 계획에 아미천댐이 포함되면서 수몰 위기에 처했다. 동막리 응회석은 중생대 백악기 때 화산이 폭발하면서 화산재와 화산탄 등이 공중으로 상승했다가 땅 위에 흐르는 용암과 만나 함께 퇴적된 것으로 지질학적으로 가치가 높다. 이밖에도 고구려 성곽인 당포성과 호로고루성 인근에는 카페와 펜션 등이 들어서면서 하부층에 있던 주상절리가 곳곳에서 유실된 채 방치돼 있다. 연천희망네트워크 관계자는 “이러다 4년 뒤 재인증 때 연천만 배제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정부의 기후대응을 위한 댐 조성으로 인해 수물 위기에 놓은 연천군 동막리 응회석. 임명수 기자

정부의 기후대응을 위한 댐 조성으로 인해 수물 위기에 놓은 연천군 동막리 응회석. 임명수 기자

이에 대해 연천군 관계자는 “당포성 인근 주상절리는 펜션 등 개발행위가 아닌 자연 유실로 확인됐고, 응회석은 동막리 일대에 산재해 있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백의리층은 2013년과 2019년 폭우로 붕괴됐는데 지질공원 지정을 위한 구간에는 들어가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유네스코 측은 한탄강 지질공원 재인증 과정에서 “(포천·연천·철원 등) 통합관리가 필요하다”며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성수 경기도 기후환경에너지국장은 “연천의 경우 지질공원 관리 조직이 없어 관리가 안 된 것 같다”며 “유네스코의 통합관리 필요성에 대한 권고가 있었던 만큼 강원도와 3개 지자체 등과 통합관리 방안을 모색해 보겠다”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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