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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금리 인하 안 돼” 트럼프 경고에도 ‘빅컷’… 미국 연준, 과감한 ‘베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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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과감한 ‘베팅’을 했다. “대선 전 금리 인하는 안 된다”는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고에도 경기 침체 가능성에 선제 대응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4년 반 만에 단행하는 통화정책 전환을 큰 폭(0.5%포인트)의 금리 인하인 ‘빅컷’으로 시작했다.
연준은 17, 1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4.75~5.00%로 0.50%포인트 인하한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18일 밝혔다. 연준은 정책 성명에서 “FOMC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이 지속적으로 (전년비 목표치인) 2%를 향해 가고 있다는 자신감을 더 얻었고, (상충하는) 고용과 인플레이션 목표의 (동시) 달성에 수반하는 위험은 대체로 균형을 이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연준은 또 함께 발표한 점도표에서 연말 금리 전망치를 종전 5.1%에서 4.4%로 낮췄다. 이는 연내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연준은 올해 11월 6, 7일과 12월 17, 18일 FOMC 회의를 남겨 두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두 차례 회의에서 0.25%포인트씩 점진적인 인하를 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더불어 연준은 올해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성장률)을 종전 전망치인 2.1%에서 2.0%로 하향했다. 올 연말 물가 상승률은 전년비 2.3%, 실업률은 4.4%로 각각 내다봤다.
한국은 고환율 부담을 다소 덜었다. 기존 2.00%포인트 차로 역대 최대였던 한국(3.50%)과 미국(5.25~5.50%) 간 금리 격차가 1.50%포인트로 줄어들면서다.
연준의 금리 인하는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위기 대응을 위해 서둘러 금리를 낮췄던 2020년 3월 이후 4년 6개월 만에 이뤄진 것이다. 연준은 팬데믹 부양책과 공급망 교란 등 충격의 여파로 물가가 치솟자 이에 대응하려 2022년 3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기준금리를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5.25~5.50%까지 빠른 속도로 높인 뒤 8회 연속 동결하며 지금껏 이를 유지해 왔다.
이번 ‘피벗’(통화정책 전환)은 연준이 2년 넘게 이어졌던 물가와의 전쟁을 사실상 마무리하고 경기 부양에 시동을 걸었다는 뜻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23일 ‘잭슨홀 미팅’에서 “정책 조정(금리 인하) 시기가 도래했다”고 선언한 바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FOMC 위원들은 현재 점진적으로 식고 있는 노동 시장이 얼어붙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고 짚었다.
이번 FOMC 회의 직전까지 전문가들 의견은 ‘빅컷’과 ‘베이비컷’(금리 소폭 인하) 사이에서 팽팽히 엇갈렸다. 금리를 가파르게 인하해야 할 정도로 경기 둔화 속도가 빠르지는 않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실기(失期) 가능성이었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를 지낸 로버트 카플란 골드만삭스 부회장은 9월 FOMC에 앞서 “연준 인사들이 후회를 덜 하게 될 실수가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보면 이번에 0.5%포인트 인하가 합리적”이라고 분석했다. 금리 수준이 아직 높은 만큼 이번에 대폭 낮추더라도 물가에 치명적 영향을 줄 개연성이 크지 않지만, 반대로 금리를 조금 내렸다가 고용 시장이 빠르게 악화할 경우 크게 후회하게 될 것이라는 논리였다.
정치적 파장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1월 대선까지 두 달도 남지 않았고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간 지지율 경쟁이 초접전 양상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금리 인하로 경기가 좋아지면 유리한 이는 해리스 부통령이다. 빅컷은 ‘연준이 민주당을 도우려 금리 대폭 인하에 나섰다’는 음모론을 낳을 수밖에 없는 조치다. 이미 트럼프 전 대통령은 7월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인터뷰에서 “연준은 대선 전에 금리를 인하하려 할지 모르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자신들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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