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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새내기 때 '이 책'을 읽고 머리에 불이 들어왔죠"...김영민 교수의 '픽'

입력
2024.09.20 04:30
수정
2024.09.20 07:17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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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의 서재]
김영민 서울대 교수가 뽑은 한 권
김우창 평론집 '궁핍한 시대의 시인'

편집자주

로마시대 철학자 키케로는 "책 없는 방은 영혼 없는 몸과 같다"고 했습니다. 도대체 책이 뭐길래, 어떤 사람들은 집의 방 한 칸을 통째로 책에 내어주는 걸까요. 서재가 품은 한 사람의 우주에 빠져 들어가 봅니다.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의 '궁핍한 시대의 시인'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한호 기자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의 '궁핍한 시대의 시인'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한호 기자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1986년 3월 고려대 철학과 새내기 시절 "머리에 전구가 켜지는 경험"을 했다. 문학평론가인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가 쓴 '궁핍한 시대의 시인'을 읽으면서다. 현대문학과 사회에 관한 김 명예교수의 평론을 모아 엮은 책이다. 김 교수는 "대학교 1학년 때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은 굉장한 행운이었다"고 했다.

김 교수는 당시 김 명예교수의 '교양 영어' 수업을 듣고 있었다. 김 명예교수는 "교양 영어 교재로는 충분하지 않다"면서 플라톤의 '국가'를 함께 읽자고 했다. '이 사람은 뭔가 다르구나' 싶었던 김 교수는 학교 앞 서점으로 달려가 무턱대고 "김우창 교수의 책을 달라"고 했다. 그때 만난 책이 '궁핍한 시대의 시인'이다.

그날의 "굉장했던 독서 체험"은 지금도 김 교수의 뇌리에 선명하다. 그는 "서점에서 책을 사자마자 선 채로 서문부터 읽는데 그전까지 읽었던 한국어 문장하고는 완전히 달랐다"며 "문장의 밀도와 깊이를 높였다고 할 수 있는 책"이라고 했다. 이후 김 명예교수의 수업을 쫓아 듣고, 펴낸 책이라면 족족 찾아 읽었지만 이 책이 단연 으뜸이라는 게 김 교수의 얘기다. 그는 "(김 명예교수의) 글과 수업 내용에는 문학평론으로만 간주하기는 어려울 정도로 삶과 사상, 예술이 다 녹아 있다"고 했다.

김영민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대학 새내기 시절인 1986년 3월 구입한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의 '궁핍한 시대의 시인'. 김 교수에게 "굉장한 독서 체험"을 제공했던 책은 손때가 타 낡아있다. 이한호 기자

김영민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대학 새내기 시절인 1986년 3월 구입한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의 '궁핍한 시대의 시인'. 김 교수에게 "굉장한 독서 체험"을 제공했던 책은 손때가 타 낡아있다. 이한호 기자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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