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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도시 같았다" 헤즈볼라의 '삐삐' 동시다발 폭발... 중동 확전 위기, 또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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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허를 찌르는 초대형 공격이 17일(현지시간) 발생했다. 지난해 10월 7일 가자지구 전쟁 발발 후 이스라엘과 무력 공방을 주고받아 온 헤즈볼라가 적의 추적·감시를 피하기 위해 사용하던 무선호출기 수천 대가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한 것이다. 가방이나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니던 일상 용품 호출기가 순식간에 '폭탄'으로 변하면서 사상자도 수천 명에 달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소행으로 확신하며 보복을 다짐했다. 이스라엘도 배후설을 굳이 부인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말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이스라엘·헤즈볼라 간 전면전 가능성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 CNN방송과 뉴욕타임스(NYT) 등을 종합하면, 18일 레바논 보건부는 전날 나라 전역에서 일어난 헤즈볼라 호출기 폭발로 최소 12명이 사망하고 2,750~2,800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이번 폭발은 17일 오후 3시 30분쯤부터 1시간가량 레바논 전역에서 발생했고, 헤즈볼라 거점인 수도 베이루트 남부 외곽 등에서 특히 피해가 컸다.
사상자는 헤즈볼라 대원들에 국한되지 않았다. 모즈타바 아마니 주레바논 이란 대사도 크게 다쳤고, 희생자 중에는 어린이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피라스 아비아드 레바논 보건장관은 "부상자 중 최소 300명이 중태"라며 추가 사망자가 나올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번에 폭발한 호출기는 헤즈볼라가 가자 전쟁 발발 후 도입한 것으로, 간단한 문자메시지 송수신이 가능한 통신기기다. 한국에서도 '삐삐'라는 이름으로 1990년대에 널리 쓰였다. 문제의 호출기에는 1~2온스(28.3~56.6g)의 폭발물, 원격 기폭 장치가 내장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레바논은 아비규환 상태가 됐다. 호출기가 이곳저곳에서 큰 폭발음과 함께 터지자 소지자는 물론,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도로, 상점 등에서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NYT는 "손이 날아가는 것을 보고 정신을 놓고 소리 질렀다" "부상자가 도로에 흩어져 있었는데 마치 좀비 도시 같았다" 등 목격담을 전했다.
환자 수천 명이 동시에 밀려든 병원도 마비 상태가 됐다. 개별적인 폭발 규모야 크지 않았지만, 호출기 특성상 신체 가까이에 있는 경우가 많아 치명상을 입힌 경우가 많았다. 폭발 직전 신호음이 울린 탓에 이를 확인하려던 사람이 많았던 것도 피해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레바논 전역은 공포에 휩싸였다. '헤즈볼라 군사시설'만이 아니라, '일상'도 공격 대상임을 보여 준 탓이다. 지정학 전문가인 아메르 알사바일레 요르단대 교수는 "헤즈볼라가 활동하는 모든 구역에서 작전을 수행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NYT에 평가했다. 헤즈볼라 통신 체계가 망가졌다는 점에서, 조직 운영도 중대한 타격을 입게 됐다.
이번 공격은 이스라엘의 소행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이스라엘은 이 사건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CNN은 "모사드 등 이스라엘 국내외 정보기관과 이스라엘방위군(IDF)의 합동 작전"이라고, NYT는 "헤즈볼라가 호출기를 공급받기 전 이스라엘이 폭발물을 삽입했다"고 각각 보도했다. 헤즈볼라는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은 반드시 합당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며 보복을 예고했다.
실제 이스라엘도 확전에 대비하는 분위기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레바논 접경 지역인 이스라엘 북부 주민들의 안전한 귀환을 전쟁 목표에 공식적으로 추가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헤즈볼라와의 전면전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1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특사인 아모스 호크스틴 백악관 선임고문에게 '헤즈볼라와의 외교적 시간은 끝났다'는 취지로 발언했다는 미국 액시오스 보도도 나왔다.
국제사회는 확전 자제를 요청했다. 지닌 헤니스-플라샤르트 유엔 레바논 특별조정관은 성명에서 "모든 당사자에게 더 이상의 추가 행동이나 호전적 행위를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 사건에 관여하지 않았다"(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며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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