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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 피해 스마트폰 대신 호출기 썼는데... "헤즈볼라의 '아킬레스건'을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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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즈볼라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다."
17일(현지시간)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쓰던 무선호출기 수천 대의 동시다발 폭발 사건과 관련,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내린 평가다. 핵심 통신 수단 파괴 차원을 넘어, 외부 추적과 감시를 피하려 했던 보안 조치의 취약성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헤즈볼라의 조직 운영력은 물론, 사기와 전투력도 약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NYT와 영국 BBC방송 등은 이날 레바논 전역에서 발생한 호출기 폭발 사건을 "헤즈볼라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겨냥한 조직적이고 정교한 공격"으로 규정했다.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 발발 이후, 호출기를 핵심 연락 수단으로 삼아 왔다. 이스라엘의 감시망을 피하는 데에는 도청과 추적이 가능한 스마트폰보다 호출기가 유용하기 때문이었다.
올 2월에는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가 스마트폰 사용 금지 및 폐기 명령도 내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호출기는 위성항법장치(GPS) 기능 또는 마이크·카메라가 없고, 텍스트 전달도 매우 제한돼 있어 (보안상 이유로) 헤즈볼라가 특히 선호했다"고 전했다.
헤즈볼라로선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NYT는 "헤즈볼라는 당분간 주요 통신 수단이었던 호출기 사용을 멈추고, 다른 통신 수단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BBC는 "헤즈볼라 조직원 간 소통이 어려워지면서 통신망뿐 아니라, 전투력과 사기에도 파괴적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가디언도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의 심장을 공격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헤즈볼라에 '너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보다도 우리가 더 잘 할 수 있다'고 보낸 엄중한 경고"라고 분석했다.
사실 이스라엘이 적의 통신 수단을 공격한 게 처음은 아니다. 1996년 이스라엘 정보기관 신베트가 하마스 최고의 폭탄 제작자를 암살하기 위해 휴대폰 폭발물을 활용했던 게 대표적이다. 다만 이번에는 헤즈볼라가 '구시대의 유물' 무선호출기를 사용하면서까지 취했던 보안 강화 조치를 역이용했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안겨주고 있다.
이번 공격은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와 이스라엘방위군(IDF) 등의 합동 작전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헤즈볼라가 대만의 제조업체 '골드아폴로'에 주문한 호출기 공급망에 침투, 폭발물을 은밀하게 심었다는 것이다. NYT에 따르면 폭발한 호출기는 대부분 AR924 모델로, 배터리 옆에 1~2온스(28.3∼56.6g)가량의 폭발 물질과 이를 원격으로 작동시킬 기폭 장치가 내장돼 있었다. 폭발 직전 수초간 신호음을 내는 프로그램도 설치됐다고 NYT는 덧붙였다.
다른 외신들도 '이스라엘 소행'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FT는 "레바논으로 운반 중이던 호출기 선적물을 이스라엘이 가로채 소량의 폭발물을 몰래 삽입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BBC도 "의심할 여지 없이 이스라엘의 작전"이라며 "다른 나라나 단체는 이런 일을 할 동기나 능력이 없다"고 짚었다. 앞서 레바논은 호출기 3,000여 대를 주문했고, 일부는 이란과 시리아에도 공급됐다.
골드아폴로 측은 이 사건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냈다. 쉬칭광 골드아폴로 회장은 18일 성명을 내고 "폭발한 호출기는 우리 상표만 붙어 있을 뿐, 3년 전 업무 협약을 맺은 헝가리의 'BAC 컨설팅 KFT'라는 업체에서 제조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 경제부도 대만에서 레바논 등 중동 지역으로 호출기가 직접 수출된 기록이 없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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