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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문 '꼼수 감형' 폐지를"... 폭행당해 식물인간 된 딸 어머니 국회청원

입력
2024.09.1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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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1심서 징역 6년 받자 감형 노려"
"법원에만 반성문 제출 중" 주장
"가해자 반성문 판사만 볼 수 있어"
"피해자 측 납득되게 법 기준 바꿔야"

지난 4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딸이 동창생에게 폭행당해 식물인간이 됐는데 가해자는 제대로 처벌받지 않아 억울하다'는 취지의 글이 영상과 함께 올라왔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지난 4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딸이 동창생에게 폭행당해 식물인간이 됐는데 가해자는 제대로 처벌받지 않아 억울하다'는 취지의 글이 영상과 함께 올라왔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친구 여러 명과 부산 여행을 갔다가 일행에게 폭행당해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딸의 어머니라고 밝힌 한 누리꾼이 "반성문 제출을 통한 '꼼수 감형'을 없애달라"는 국회 청원을 올렸다.

13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작성자 김모씨는 '부산 여행 동창생 폭행 식물인간 사건 관련, 가해자만을 위하는 법·제도 개선 요청에 관한 청원'이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청원문은 최소 100명이 동의해야 하는 공개 요건을 충족해 지난달 26일부터 게재됐다.

청원인 김씨는 "저희 딸은 엄마 아빠에게 아프다는 말도 못 한 채 식물인간이 된 상태로 지내고 있는데, 가해자는 1심 재판이 진행되는 1년 내내 자유롭게 PC방을 쏘다니며 우리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안 했다"면서 "1심 판결에서 징역 6년이 선고돼 감옥에 간 뒤엔 매일같이 법원에만 반성문을 제출하며 감형을 노리고 있다"고 주장하며 운을 뗐다.

김씨는 그러면서 "재판 과정에서 저희는 초대받지 못한 불청객이라는 느낌을 계속 받으며, 가해자만을 위하는 현재 법·제도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적었다. "가해자가 쓴 반성문은 오직 판사만 볼 수 있다"며 "이게 대체 누구를 위한 반성문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한 김씨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볼 수도 없는 반성문 때문에 가해자가 감형된다는 건 절대 안 될 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해자가 진정으로 반성하는지 여부를 사법부가 판단하는 기준이 뭔지 몰라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반성의 진정성 여부는 '반드시 피해자와 그 가족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식으로 납득할 수 있게 법률상 판단 기준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창생 폭행사건의 피해자 측이 작성해 지난달 26일부터 공개된 국회 국민청원 내용 일부. 국회국민동의청원 게시판 캡처

동창생 폭행사건의 피해자 측이 작성해 지난달 26일부터 공개된 국회 국민청원 내용 일부. 국회국민동의청원 게시판 캡처


"형사재판 시 피해자 참여권 강화를"

김씨는 이 밖에 △신뢰할 수 있는 일관된 사건 처리 매뉴얼 개선 필요 △형사 재판에서 피해자와 가족의 참여권 강화 등을 상세히 작성해 제안했다. 이 청원은 공개 이후 현재까지 약 6,000명이 동의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국민이 입법을 청원해 공개된 뒤 30일 내 5만 명이 동의하면 해당 입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의안으로 상정되도록 하는 제도다.

해당 사건은 올해 4월 피해자의 어머니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딸아이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내용의 글을 영상과 함께 올리면서 공론화됐다. 가해자 A(20·남)씨는 지난해 2월 6일 친구들과 부산 여행 도중 중학교 동창생인 B(20·여)씨를 숙박업소에서 폭행하고 내던진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B씨는 이 폭행으로 책상 모서리 등에 부딪혀 병원에서 뇌사 판정과 함께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고 한다. A씨는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으나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검사 또한 '더 무거운 형을 내려달라'며 각각 항소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윤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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