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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서 밤낮 없이 귀신 소리"...피해 호소하는 강화도 접경지 주민들

입력
2024.09.12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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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부터 사이렌·쇠 긁는 소리 들려
군 당국 북한 대남 확성기 방송으로 추정
"창문 못 열어 놓고 밤에 잠 못 자"

지난 5일 경기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 임진강변에 북한의 대남방송 스피커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일 경기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 임진강변에 북한의 대남방송 스피커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사이렌이나 쇠 긁는 소리와 비슷한, 귀신의 집에서나 나올 것 같은 소리에 두 달째 시달리고 있다. 밤낮 없이 소리가 들리다보니 수면제 없으면 잠을 못 자는 주민도 생겼다."(인천 강화군 송해면 당산리 주민)

북한이 전방 지역에 재설치한 대남 확성기에서 나오는 소음에 강화도 접경지역 주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북한과 마주보고 있는 당산리의 안효철(66) 이장은 12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강화도에서 태어나 자랐는데 이런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것은 처음"이라며 "서너 시간 내보내다가 10, 20분 쉬고 또 하고 24시간 중 20시간은 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화군 관계자는 "접경지 쪽으로 출장을 가서 소음을 들은 적이 있다"며 "주민들로부터 민원이 많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군 당국은 강화도 접경지에서 들리는 소음이 북한의 대남 확성기에서 송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군은 우리의 대북 확성기 방송에 대응해 지난 7월 말부터 전방 지역에서 미상 소음을 송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 군이 지난 7월 21일부터 북한의 대남 쓰레기 풍선 살포에 대응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재개했는데, 이를 방해할 목적으로 대남 확성기로 소음을 송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강화도 접경지 주민들은 소음 피해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으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책이 없어 피해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산리의 한 주민은 "소음 때문에 창문을 못 열고 어린 손자손녀들도 잠을 설치고 있다"며 "들리는 얘기에 (우리 군의) 대북 방송이 원인이라고 하는데, 중단을 하든 방음벽을 세우든 뭐라도 해줬으면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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