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이 그제부터 민주당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문자 테러’를 당하고 있다고 한다. 민주당이 국회 법사위에서 단독 의결한 법안에 대해 본회의 처리를 막았다는 이유다. 국회의장이 정치 상황을 보면서 원만한 국회 운영을 위해 여야 입장과 절차를 조율하는 자리라는 걸 망각했는지 흔히 ‘개딸’로 불리는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막무가내 압박이 도를 넘어섰다.
민주당은 앞서 법사위에서 김건희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 등 3개 법안을 단독으로 의결하고, 어제 본회의 상정을 요구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들 법안의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안이 배척되자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공언하며 반발, 또 한 번 본회의장 격돌이 빚어질 판이었다. 우 의장은 이에 기자회견을 열어 “의정 갈등 해결에 집중하고 쟁점법안 처리를 추석 연휴 뒤로 미루자”며 야당 단독 법안의 본회의 처리에 제동을 걸었다. 여야의정의 대화 기대감이 생기고 있으니 협의체 구성에 집중하고, 대화와 협력 분위기가 깨지지 않도록 법안 처리를 유연하게 하자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법안 처리를 하지 않겠다는 것도 아니고 양당 협의를 위해 열흘 뒤로 미룬 셈이라 민주당으로서도 크게 반대할 일이 아니다. 굳이 추석 밥상에 올릴 의도로 보이지만 해묵은 쟁점이라 가족끼리 모여 얼마나 관심을 기울일지 의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입장 표명 뒤 민주당 당원 홈페이지와 우 의장 개인 전화 등에 비난 글이 쏟아지고 있다. '국개의장' ‘윤석열 김건희 정부의 경호 의장’ 등 막말이 난무하는 판이다. 심지어 "우원식을 뽑은 '수박'들을 다시 색출해야 한다"는 등 의장 선출 당시 당내 분란까지 끄집어내고 있다. 강성 지지층의 막가는 행태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의장의 합리적 조정을 폄훼하면서 '집단 이지메'를 가하는 건 우리 정치의 심각한 폐단으로 고착화했다는 의미나 다름없다. 대결과 분열, 증오를 부추기는 팬덤정치를 끊지 않는다면 정치문화의 퇴행은 물론이고, 이를 이용하는 정치인들 스스로에게 화살이 돼 날아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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