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대통령실과 관저를 용산으로 이전하는 과정에 비적격 하도급 업체를 참여시키는 등 다수의 위법행위가 있었다고 감사원이 공식 발표했다. 브로커가 개입하면서 16억 원가량의 국고가 손실된 사실 등이 드러났다. 2022년 12월 감사 착수 이후 1년 8개월 만에 내려진 결론이다. 하지만 김건희 여사와 인연이 있는 업체가 한남동 관저 공사를 맡는 과정에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은 규명되지 않았다. 시민단체의 국민감사 청구로 시작돼 현 정부에 대한 첫 감사원 감사가 이뤄졌지만, 7차례 기간을 연장한 끝에 ‘주의’ ‘통보’로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국론분열까지 갔던 용산 이전 관련 사안을 두고 용두사미로 최종 면죄부만 줬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감사원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예산이 없는 상황에서 일단 공사에 착수한 뒤 추후 확보하는 무리수를 강행했다. 관련법령을 무시한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 그럼에도 용산 이전 과정에 직권남용 등 위법은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또 관저 리모델링 공사를 맡은 곳이 김 여사가 대표로 있던 코바나컨텐츠의 전시 후원사로 이름을 올렸던 회사라 특혜 의혹이 불거졌지만, “수의계약 자체가 위법하지는 않다”고 했다. 이 업체는 증축공사를 할 수 있는 종합건설업 면허가 없는 게 알려져 논란이 된 바 있다. 그런데 정작 업체를 누가 추천했는지, 어떤 근거였는지 등을 파헤치지 않고 진술 기술에 그쳐 ‘소극적 감사’란 비판은 불가피하다. 최근엔 관저에 한옥 정자, 사우나와 드레스룸 등이 위법적으로 설치된 게 아니냐는 보도가 나와 정치권이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결국 감사원 최종 발표는 씁쓸한 뒷맛을 남기게 됐다. 애초부터 참여연대가 감사청구한 내용 중 이전비용 산정 등 관심이 쏠린 부분은 기각됐고, 이미 드러난 내용 위주로 감사가 이뤄졌다. 이런 점은 이전 정권을 향한 ‘표적감사’ 비판과 대비돼 감사원의 신뢰만 떨어뜨린 게 아닌지 우려된다.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은 현 정부의 대표적 국가 어젠다였다. 관련 의혹들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은 채 마무리짓는다고 논란이 잦아들고 여론이 공감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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