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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주 낙태' 유튜버 수술 의사, 브로커까지 따로 있었다

입력
2024.09.12 12:01
수정
2024.09.12 14:1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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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압수물 분석 통해 집도의 별도 확인
'낙태 병원' 광고 후 수수료 챙긴 브로커도

임신 36주에 임신 중절 수술을 받은 후기를 유튜브에 올려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20대 여성의 임신 중 모습. 해당 유튜브 캡처

임신 36주에 임신 중절 수술을 받은 후기를 유튜브에 올려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20대 여성의 임신 중 모습. 해당 유튜브 캡처

임신 36주 차 태아를 임신중지(낙태)하고 이를 브이로그(일상 영상)에 담아 유튜브에 올린 사건과 관련, 수술을 집도한 의사가 따로 있었다는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경찰은 이 집도의에 대해 살인 혐의를 적용해 추가 입건했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 관계자는 12일 서울청 마포청사에서 진행된 사건 브리핑에서 "병원 원장이 집도의로 알려졌으나, 압수물을 분석해보니 실제 수술을 집도한 의사가 별도로 확인돼 특정 후 8월 중순경 입건했다"고 밝혔다. 집도의는 다른 병원 소속 산부인과 전문의로, 사건 관계자들의 거짓 진술로 존재가 처음엔 드러나지 않았으나, 결국 수술한 혐의를 인정했다고 한다.

이로써 수술에 참여한 의료진은 70대 원장과 집도의, 병원 의뢰를 받고 동석한 마취의, 이 병원 소속 보조 의료진(간호사, 간호조무사 등) 3명까지 6명으로 확인됐다. 브이로그를 직접 유튜브에 올린 20대 여성과 70대 원장, 새로 확인된 집도의 등 3명에겐 살인 혐의가, 수술에 참여한 보조 의료진들과 마취의에겐 살인방조 혐의가 적용됐다. 원장에겐 수술실에 폐쇄회로(CC)TV가 없었던 점에 대한 의료법 위반 혐의도 더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의료진 6명 전원에 대한 조사를 마친 결과, 진술이 일관되지 않거나 상호 엇갈리는 내용이 확인돼 추가 분석을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광고를 통해 환자를 병원에 알선한 브로커도 의료법 위반으로 입건됐다. 이 브로커는 병원 관계자는 아니었으나, '낙태를 해주는 병원'이라는 광고를 인터넷에 반복적으로 올린 뒤 그 대가로 병원으로부터 수수료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브이로그를 올린 여성은 해당 광고를 본 지인으로부터 병원을 소개받고, 찾아가 수술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써 이번 사건으로 피의자는 의료진 6명과 브이로그를 올린 20대 여성, 브로커까지 총 8명으로 늘었다.

경찰은 태아의 사산(태아가 모체로부터 완전히 분리되기 전에 사망) 여부에 대한 수사도 이어가고 있다. 2019년 4월 헌법 불합치 결정으로 형법상 낙태죄가 사라짐에 따라, 살인죄를 규명하려면 산모의 몸에서 꺼냈을 당시 살아 있는 아이를 의료진이 사망하게 했는지가 증명돼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초음파 검사, 진료 및 수술 기록, 사산증명서 등 압수물 분석과 의료 전문 감정을 통해 사건을 면밀히 수사 중"이라고 했다.

앞서 6월 27일 "임신 36주 차에 낙태 수술을 받았다"는 내용의 브이로그가 유튜브에 올라왔는데, 일반적으로 임신 초기에 이뤄지는 낙태 수술과 달리, 만삭에 가까운 상태라 논란이 됐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7월 15일 해당 유튜버와 수술을 집도한 의사를 살인 혐의로 수사의뢰했고, 경찰은 지난달 12일 이들 2명을 입건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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