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 살해, 3명 중상... '신림동 흉기난동' 조선, 무기징역 확정

무차별 흉기난동 일면식 없는 4명 사상
"무기징역, 부당하지 않아"... 상고 기각

서울지하철 2호선 신림역 인근에서 흉기를 휘둘러 4명의 사상자를 낸 '신림동 흉기난동' 피의자 조선이 지난해 7월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면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이한호 기자

서울지하철 2호선 신림역 인근에서 무차별 '흉기 난동'을 벌여 4명을 죽거나 다치게 한 조선(34)이 무기징역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살인 및 살인미수, 사기, 절도, 모욕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12일 확정했다. 대법원은 "연령·성행·환경, 피해자들과의 관계, 각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기록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살펴보면 무기징역을 선고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조씨는 지난해 7월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골목에서 흉기를 마구 휘둘러 20대 남성을 살해하고 30대 남성 3명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피해자들은 모두 조씨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조씨는 범행 당일 택시에 무임승차하고 가게에 들어가 흉기를 훔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그가 2022년 온라인에서 특정 유튜버를 모욕하는 글을 올린 혐의도 적용했다.

1심은 조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30년간 위치 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조씨는 심신장애를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감형 사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정신감정 결과 피고인에게 단기 정신병적 장애가 발생한 상태였다고는 하나 처단형의 하한을 낮출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모욕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판단도 같았다. 항소심은 "신림역 부근에서 대낮에 일면식 없는 불특정 남성을 범행 대상으로 삼아 (시민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면서 "동기도 뚜렷하지 않아 예측할 수 없는 강력 범죄로 (시민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검찰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사형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인간 생명을 박탈하는 형벌인 사형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항소심에서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다수의 반성문을 내 후회하고 있으며 일부 피해자들과 합의를 이룬 등 노력한 정황도 확인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이 옳다고 결론 내리고 조씨에게 무기징역형을 확정했다.

이근아 기자 gale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