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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윤의 중앙지검은 진짜 김건희를 '탈탈' 털었을까? [도이치 수사 총정리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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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에서 2년간 탈탈 털어서 기소는커녕 소환도 못한 사건 아닙니까?"
(대통령실 관계자의 9일 발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관한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의 입장은 이렇게 정리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흠집을 잡으려고 '눈에 불을 켰던' 문재인 정부에서도 기소하지 못한 사건인데, 김건희 여사가 이 사건으로 처벌받지는 않을 거라는 확신이다. "문 정부가 탈탈 털었다"는 점은 대통령 부부 관련 의혹이 나올 때마다 여권에서 방어 논리로 쓰는 단골 멘트이기도 하다.
정말 문재인 정부 검찰은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탈탈' 털었을까. 탈탈 턴 게 맞다면 검찰의 그 공명정대함은 윤석열 정부에서도 변함 없이 유지되고 있는 것일까. 도이치모터스 사건 전주(자금원)가 2심에서 시세조종 방조 혐의로 유죄를 받으며 김 여사의 '관여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 검찰이 이 수사를 어떻게 했던 것인지를 처음부터 짚어봤다.
김 여사의 도이치 연루 의혹이 처음 수면 위로 떠오른 건 2019년 7월 윤석열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때였다. 당시 이 의혹을 제기한 것은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쪽이었다. 윤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을 주도했기 때문에, 자유한국당 입장에선 '낙마시켜야 할 대상'이었다.
당시엔 특히 김 여사가 2017년 1월 비상장사 도이치파이낸셜(도이치모터스 자회사)의 주식 20억 원어치 매매계약을 맺었다가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되자 이를 취소하고 투자금을 돌려받은 점이 주목을 받았다. 주식을 시세보다 싼 가격에 매입해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었다.
주가조작 의혹이 터져 나온 것은 윤석열 총장이 임명되고 검찰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가 전국을 휩쓴 뒤인 2020년 2월이었다. 뉴스타파는 2013년 경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내사를 벌였다면서 당시 경찰 수사첩보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2009년 도이치모터스를 코스닥 상장사 다르앤코와 합병해 우회상장 시키는 과정에서 주가가 곤두박질 쳤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주가조작 '선수' 이모씨(1차 주포)를 소개받아 공모 하에 2010~2011년 도이치모터스 주가 시세를 인위적으로 조종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여기에 2010년 2월 권 전 회장에게 이씨를 소개받은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식과 10억 원이 들어 있는 계좌를 이씨에게 맡겼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정식 수사로 전환되지는 못했고 김 여사가 내사 대상자도 아니었지만, 김 여사가 주가조작에 연루됐을 수 있다는 단서가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된 것이다.
내사로 끝났던 의혹은 곧 다시 사건화됐다. 2020년 4월 열린민주당 측이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및 도이치파이낸셜 주식매매 특혜 의혹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바로 이성윤 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다.
당시 검찰은 바로 수사에 착수하진 않았다. 사건이 처음 배당된 곳은 김 여사 일가 사건들이 배당돼 있던 서울중앙지검 형사 1부였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 1부는 김 여사 일가 사건들보다는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수사에 몰두했다. 2020년 9월 검찰 하반기 인사 이후에야 도이치모터스 사건이 서울중앙지검 형사 6부로 재배당됐고, 첫 고발인 조사도 이뤄졌다.
본격적으로 수사가 시작된 것은 2020년 10월 19일부터다.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은 수사지휘를 통해 도이치모터스 사건 등 '윤석열 검찰총장 본인·가족·측근 관련 사건'에 대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배제했다. 서울중앙지검엔 수사팀 강화를 지시했고, 대검찰청 등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은 채 독립적으로 수사한 뒤 그 결과만 총장에게 보고하도록 했다. 검찰과 법무부가 현재까지도 '도이치모터스 사건 관련 총장 수사지휘권이 없다'고 간주하는 것이 바로 이 수사지휘 때문이다.
검찰은 한국거래소에 주가조작이 있었던 것으로 의심되는 시기에 대해 심리분석을 요청했고, 2020년 11월 3일 회신 결과를 토대로 반부패수사2부에 다시 수사팀을 꾸렸다. 이듬해 6월 이정수 신임 서울중앙지검장 부임 후 진용을 정비한 검찰 수사팀은 도이치모터스와 관련 회사들을 압수수색하고 1차 주포 이씨는 물론 2차 주포 김모씨 등 주가조작 관련자들을 차례로 구속시키면서 강제수사 고삐를 당겼다. 그리고 2021년 10월 26일 이씨와 김씨를 구속기소하고 12월 3일 권 전 회장을 구속기소하는 등 수사 본격화 1년 만에 주가조작 본건 수사를 일단락했다.
그렇다면 이 시기 검찰은 어떤 부분을 집중적으로 살폈을까. 이 사건이 관심받은 것은 김 여사가 전주로 참여했다는 점 때문이지만, 주가조작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면 김 여사가 여기에 가담했는지 여부도 따져볼 의미가 없다. 권 전 회장 등의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처음부터 수사를 쌓아가야 했다는 의미다.
난관은 적지 않았다. 먼저 ①수사 기한이 촉박했다. 이들의 주가조작(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공소시효는 10년인데, 앞서 범죄가 이뤄졌을 것으로 지목돼 온 시기가 2010~2011년이었기 때문이다. ②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해야 했던 점도 부담이다. 한국거래소가 2010년 도이치모터스 주가 급등기에 이상거래 징후를 발견하고 시세조종 혐의에 대해 심리분석에 나섰지만, 이듬해 5월 무혐의로 종결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이 사건 주요 피고인들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이 같은 점을 주요 방어 논리로 끌어다 썼다. ③사건 발생 후 10년이 넘어 관련자 진술을 받아내기 어려운 점도 문제였다.
활로가 없진 않았다. 가령, 검찰이 수사 착수 후 다시 한국거래소에 의뢰한 이상거래 심리분석에서 과거엔 발견되지 못했던 공범 김모씨 관련 계좌가 추가로 확인됐다. 김씨는 2010년 7월 이씨의 제안으로 도이치모터스 주식 수급을 지원하기 시작한 인물로, 2010년 9월 이후엔 권 전 회장과 직접 거래하기 시작해 이씨를 대체하고 2012년까지 '2차 주포'로 활동한 인물이다. 최근 '해병대 채 상병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한 구명로비설 핵심 인물로 거론됐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를 비롯해, 이 사건 대부분의 피고인들에게 이상매매주문 제안을 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은 증권사 직원 등이 직접, 혹은 고객의 계좌를 이용해 통정매매, 고가매수를 비롯한 이상거래를 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는데, 주포인 김씨와 연결된 계좌 내역이 추가로 확인된 만큼 이상거래 정황을 확인할 여지도 더 커졌다고 볼 수 있다.
결국 검찰은 포괄일죄를 적용해 이씨가 주포였던 2009년 12월 23일부터 2010년 9월 20일까지 주가조작(1단계) 사건과 김씨가 주포였던 2010년 9월 24일부터 2012년 12월 7일까지 주가조작(2~5단계) 사건을 모두 재판에 넘겼다. 1~5단계 사건을 하나의 범죄로 묶어, 공소시효를 '범행 종료일(2012년 12월 7일)로부터 10년까지'로 연장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2단계(2010년 9월 24일~2011년 4월 18일) 범행을 기소할 수 있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 시기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급등기인데다, 범행 시기 중 김 여사 계좌가 동원된 유일한 때이기도 하다. 김 여사 계좌는 이 밖에 1단계 사건에서도 이용됐지만, 1심과 항소심에서 해당 시기는 포괄일죄 성립 대상에서 제외돼 공소시효가 지난 것으로 판단됐다.
김 여사에 대한 수사는 어떻게 됐을까. 검찰이 권 전 회장을 기소했을 땐 이미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된 뒤였다. 수사팀이 2021년 12월 김 여사에게 1차 질의를 보냈으나 김 여사 측은 형식적 입장만을 담아 회신했고, 이후 소환 조사도 불발됐다. 결국 사건의 발단이 된 김 여사 연루 의혹을 매듭짓지 못한 채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다.
수사 과정에선 공개되지 않았던 김 여사의 흔적도 상당 부분 발견됐다. 공소장 별지 범죄일람표 상으로 1~5단계 시기에서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에 동원된 김 여사 명의 계좌는 5개(1·2심 재판부는 이 중 3개가 2단계 주가조작에 이용됐다고 판단)였다. 윤 대통령 측은 대선 과정에서 이 중 하나의 계좌만 언급하면서 "(1차 주포) 이씨에게 일임하고 4개월 정도 맡겼으나 손실을 보고 2010년 5월 관계를 끊었다"고 주장했는데, 반쪽 해명이었던 셈이다. 이 계좌들로 125만3,807주가 매수돼, 범죄일람표에 오른 계좌 주인 90여명 중 매수량 기준으로 4위를 차지했다. 김 여사 모친 최은순씨 계좌로도 18만7,644주가 매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1·2차 주가조작에 모두 쓰인 계좌 주인은 김 여사와 최씨뿐이었다. 김 여사 모녀는 권 전 회장에게 주포를 소개받거나 권 전 회장에게 직접 계좌를 맡기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과 권 전 회장이 가까운 사이였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정황이 김 여사를 재판에 넘길 증거가 되진 못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김 여사가 대가를 약속받거나, 자신의 계좌가 이상매매주문에 이용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소통 기록 등이 확인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단순 계좌 거래량보다는 주가조작 행위에 대한 인식과 협의 여부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실제 검찰은 주포 이씨와 김씨로부터 주식을 사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상매매 주문에 가담한 이들 중 손실 보상을 약속받고 적극적으로 주변에 대규모 매집 사실을 알리거나, 손실 보상 제안을 받진 않았더라도 주가조작을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5명은 2022년 3월 주가조작 공동정범 혹은 방조범으로 약식기소했다. 이후 법원이 정식 재판에 회부해 권 전 회장 등과 함께 재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문 정부 시절 검찰이 김 여사 혐의를 파헤치려 과도하게 수사했는지를 딱 잘라 말하긴 어렵다. 추 전 장관 수사지휘에 대해선 '유례 없는 찍어내기식 수사지휘이자, 제도 남용'이라는 비판이 비등했다. 당시 이성윤 지검장이 서울중앙지검 주요 부서를 총동원해 윤 대통령과 김 여사 사건을 겨냥한 것도 사실이다. 다만 윤석열 총장과 이 지검장 사이 갈등, 추미애 장관의 수사지휘와 윤 총장 징계 추진 등으로 어수선했던 검찰이 2020년 4월 고발 직후부터 2021년 3월 윤 총장 퇴임시까지 도이치모터스 사건을 얼마나 충실히 수사할 수 있었을지에 대해선 평가가 갈릴 수 있다. '2년간 탈탈 털었다'는 여권 주장이 정확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사건 자체를 놓고 봐도 양면적 평가가 가능하다. 이 사건은 1심 판결문 등에 언급됐듯 결과적으로 실패한 주가조작 사건이다. 이런 사건에서 주가조작 주범으로 묶이지 않은 전주들의 범죄 혐의까지 이처럼 세밀하게 조사하는 것이 이례적이라는 평가는 꾸준히 나왔다.
하지만 전 검찰총장이자 현 대통령의 배우자 연루 사건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김 여사 혐의에 대해 검찰이 충분히 검증했는지 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윤 정부 출범 후 주가조작 주범과 방조범들이 어떤 판결을 받게 됐는지, 검찰의 추가 수사가 어떻게 이뤄졌는지가 또 하나의 중요한 평가 요소인 이유다.
수사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도 계속됐다. 그러나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배우자에 대한 수사는 지지부진했고, 2년 넘게 김 여사를 소환 조사하지도 못했다.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의 김 여사 관여 부분은 검찰 수사가 아니라 법원의 판결로 세상에 알려졌다.
※윤석열 정부 검찰에서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가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다루는 다음 기사로 이어집니다.(9월 14일 오후 4시 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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