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 얼굴 가격당했는데 그냥 비행... "괜찮지? 일 커지잖아"

지난 5일 인천발 LA행 아시아나 비행기
승무원 귀걸이 날아갈 정도로 얼굴 가격
비행 강행한 매니저…보고서 내용도 달라
항공사 "조사 후 합당한 조치 취할 것"

아시아나항공 A321NEO 항공기. 기사와 직접적 연관은 없습니다. 아시아나항공 제공

비행기 승객이 기내 승무원을 폭행했는데도 매니저(사무장)가 그대로 비행할 것을 압박하고 사건을 덮으려 한 정황이 폭로돼 온라인에서 공분을 사고 있다.

11일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지난 5일 아시아나항공의 인천발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항공기에서 한 승무원이 승객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당시 항공기는 이륙 준비를 하며 활주로를 이동 중이었는데, 한 외국인 승객이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해당 구역을 맡은 승무원 A씨가 앉으라고 제지하자 승객은 A씨의 귀걸이가 날아갈 정도로 세게 얼굴을 때렸다.

그러나 OZ204편은 계류장으로 비행기를 돌려 가해 승객을 내리게 하거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이륙했다. 11시간의 비행을 마친 뒤에도 미국 현지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과 관련, 10일 보도된 JTBC '사건반장'에서 제보자는 매니저가 A씨를 걱정하는 대신 "괜찮아? 갈 수 있지? 진짜 회항하고 싶어?"라며 그냥 비행할 것을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승무원이 폭행당했을 땐 가해자와 분리되도록 매니저 판단하에 업무 구역 변경이 가능하지만 이런 조치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잘못 맞은 게 아니라 폭행" 항의 무시

게티이미지뱅크

제보자는 매니저가 비행 이후 작성한 캐빈 리포트(비행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기록한 보고서)에도 사실과 다른 내용을 써넣어 이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매니저는 '장애인으로 추정되는 승객이 팔을 휘두르다가 승무원이 잘못 맞았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에 대해 A씨가 "잘못 맞은 게 아니고 폭행당했다"고 항의했지만 매니저는 "그렇게 하면 일이 커진다"고 무시했다는 것이다.

이후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의 항의가 쏟아졌다. 이들은 "LA 승무원 폭행 사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 "승무원 폭행당하면 경찰 인계 안 하나.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 글을 올린다"며 사건을 공론화했다.

항공사 측은 해당 사안을 현재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피해 승무원의 경우 돌아오는 비행편부터 후속 스케줄을 제외하고 건강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 중"이라며 "사안을 면밀히 조사해 합당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