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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 7함대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의 태평양 배치가 늦어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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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와 남중국해 등 주요국 전략자산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장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흥미진진하게 전달해드립니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이 격주 화요일 풍성한 무기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미 해군 제7함대는 함대 자체 전력만으로 어지간한 국가 하나와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최강의 전력을 가진 해군부대로 평가된다. 그 힘의 원천은 항공모함이다. 미국은 7함대에 항모 1척을 상시 고정 배치하고 있고, 여기에 1~2척의 항모를 추가로 파견해 서태평양 지역에서 강력한 억제력을 발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5월 7함대 고정 배치 항모인 로널드 레이건이 미국으로 돌아가고, 증원 전력으로 전개됐던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전단이 8월 초부터 중동으로 빠지면서 7함대는 전례 없는 항모 공백 사태에 처해있다.
로널드 레이건과 교대해 7함대 고정 배치 항모 임무를 맡게 될 조지 워싱턴 항모가 바다로 나온 것은 지난 4월 하순이다. 조지 워싱턴 항모는 남미 대륙을 돌아 태평양으로 올 예정이었다. 그런데 태평양으로 들어온 이 항모는 서쪽이 아닌 북쪽으로 항로를 잡았고,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해군기지를 드나들며 석 달 넘게 버티는 중이다. 8월 초 링컨 전단의 중동행이 결정되며 7함대 항모 공백이 확정되면서 이 항모의 태평양 출동 필요성이 커졌지만, 9월이 된 지금까지도 조지 워싱턴은 캘리포니아 앞바다에 머물고 있다.
중국이 대만과 필리핀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태평양의 항모 공백에 대한 미국 언론의 우려가 쏟아졌지만, 미 국방부는 조지 워싱턴의 출항 지연 사유에 대해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그 이유로 추론할 수 있을 만한 강력한 시그널이 미 태평양함대 보도 자료를 통해 흘러나왔다.
미 태평양함대 사령관 스티븐 쾰러 제독은 지난 8월 말, 네바다 소재 팰런 해군항공기지를 방문했다. 미 해군이 공개한 몇 장의 사진 속에는 쾰러 제독이 F/A-18E ‘슈퍼호넷’ 전투기를 배경으로 장병들과 이야기하는 모습이 담겨져 있었는데, 미 해군은 “조지 워싱턴 항공모함의 제5항공모함항공단(CVW-5) 소속 F/A-18 슈퍼 호넷 전투기에 공중 발사형 SM-6 미사일이 탑재돼 있다”는 사진 설명을 달았다. 그리고 사진 속 전투기의 동체에는 ‘VFA-195’라는 부대명이 표시돼 있었다.
VFA-195는 해군 제195전투공격비행대의 약칭이다. 이 부대는 7함대 항모전단에 예속돼 있는 CVW-5의 예하 부대로 원래 주둔지는 일본 이와쿠니 해병항공기지다. 일본에 있어야 할 이 전투기들이 실전 투입 전 공대공·공대지 교육훈련을 받는 해군항공전투개발센터가 있는 팰런 기지에 와 있고, 이 기지에 있는 전투기들에 SM-6 미사일이 탑재돼 있다는 것은 미국이 7함대 전투기 부대에 SM-6 미사일 배치를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탑재 항공기들의 신형 무장 운용 교육 때문에 조지 워싱턴 항모의 미국 출항이 늦춰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AIM-174B로 명명된 전투기 발사형 SM-6 미사일은 해군 수상전투함에 탑재하는 장거리 함대공 미사일을 개량한 모델이다. SM-6 미사일은 군함에서 발사되면 370㎞ 정도의 사정거리를 갖는데, 항공기·순항미사일·드론은 물론, 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 무기, 심지어 군함과 지상 표적도 요격할 수 있다. 함대공 미사일은 전투기에서 발사할 경우 전투기의 위치·속도 에너지가 미사일에 그대로 실리기 때문에 군함에서 발사할 때보다 사거리가 비약적으로 늘어난다. 이 때문에 AIM-174B는 발사 방법에 따라 400~500㎞급의 사정거리를 구현할 수도 있다. 제주도 인근에서 발사하더라도 휴전선 이북의 북한 항공기를 격추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SM-6는 여러 차례의 요격 실험을 통해 종말 단계의 탄도미사일 표적을 요격하며 MD 성능을 입증한 바 있고, 현재는 극초음속 무기 요격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개량 작업을 진행 중이다. AIM-174B는 Mk.72 부스터를 제외하면 SM-6와 구조적으로 동일한 미사일이기 때문에 이 미사일을 2~4발 탑재하는 슈퍼 호넷 전투기는 대단히 강력한 MD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다.
현재 미 해군은 7함대에 F/A-18E/F 전투기 3개 비행대, 도합 36대를 배치해 놓고 있다. 조지 워싱턴 항공모함이 서태평양에 전개되면, 이 36대의 슈퍼 호넷은 7함대 역사상 가장 강력한 장거리 함대방공 전력이자 유사시 한반도에서 미사일 방어 작전에 큰 기여를 해줄 수 있는 든든한 우군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우리 군은 7함대 AIM-174B 미사일 배치에 주목해야 한다.
이 미사일은 단순한 공대공 미사일이 아닌 ‘전략무기’로 간주해야 한다. 현존하는 공대공 미사일 가운데 가장 강력한 협동교전 능력과 긴 사정거리를 가지고 있고,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모든 유형의 표적을 공격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미사일이기 때문이다.
이 미사일은 태생부터 협동교전 환경에서 운용되기 위해 만들어졌다. AIM-174B의 추정 사정거리는 400~500㎞로 미사일 발사 플랫폼인 슈퍼 호넷 전투기 레이더 최대 탐지거리를 2배 이상 넘어서는 수준이다. 따라서 이 미사일은 조준·유도 과정에서 다른 자산의 정보 지원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이 미사일에 표적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는 다른 자산에는 F-35 스텔스 전투기나 이지스함, 지상 배치 레이더, 심지어 위성까지 포함된다.
지난 9월 초, 미 우주군 작전담당 부사령관인 마이클 게틀린 장군은 우주군이 2030년대 초 전력화를 목표로 위성에 공중·지상 이동 표적 조준·지정 장비(AMTI·GMTI)를 통합하겠다고 밝혔다. 이 말은 현재 E-3 조기경보기나 E-8C 조인트 스타즈가 담당하고 있는 기능을 위성에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특정 전장에 배치돼 기껏해야 반경 수백 킬로미터 정도의 표적을 탐지·추적해 아군에 표적 정보를 할당할 수 있는 항공기 탑재 AMTI·GMTI 장비와 달리 우주 공간에 있는 위성은 수천 킬로미터 범위를 수색하고 표적을 탐지·추적할 수 있는 ‘신의 눈’처럼 사용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신의 눈이 AIM-174B와 같은 초장거리 미사일과 연동되면 그 위력은 전쟁의 양상을 바꿀 수 있는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현재 미국은 이러한 AMTI·GMTI 기능 탑재 위성은 물론, 대규모 군집 위성, 극초음속·탄도미사일 조기 경보용 HBTSS 위성 등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 자산이 정상 가동에 들어가면 유사시 미국은 중국·북한 지역에서 발사되는 모든 유형의 미사일에 대한 실시간 감시·추적 능력을 갖게 된다. 과거 감시·정찰 자산이 미사일의 발사 화염 감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면, 앞으로는 미사일 발사 차량(TEL)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 미사일 발사 준비 단계에서부터 모니터링하며 대응을 준비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들 감시정찰 자산과 연계해 운용될 AIM-174B는 SM-3 미사일에 이어 두 번째로 긴 사거리를 이용해 원거리에서부터 적 극초음속·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자산으로 운용될 것이다. 즉, 조지 워싱턴 항모가 7함대에 배치되면, 이 항모전단은 소속 이지스 구축함 여러 척은 물론, 미사일 방어 능력을 갖춘 전투기 36대까지 갖춰 전례 없는 MD 능력을 갖게 된다.
우리 정부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이처럼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미군 전력 변화 움직임을 눈여겨보고, 이를 한미연합작전 수행을 위한 자산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강력한 MD 능력을 갖게 된 항모 전단이 좀 더 자주 한반도 주변에 전개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최근 실전 배치를 시작한 미 육군의 또 다른 SM-6 미사일 발사 플랫폼인 MRC 포대도 주한미군에 배치될 수 있도록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점점 심화되고 있는 지금 우리는 한 발의 요격 미사일이라도 더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단히 안타깝게도 현 정부는 미국의 이 같은 새로운 무기 도입과 태평양 배치에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이 때문에 주한미군에 온다던 스텔스 전투기는 전량 주일미군으로 가게 됐고, 최근에는 미국이 MRC 포대 주일미군 배치를 일본 측에 제안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입으로만 한미동맹 강화를 외칠 것이 아니라 가시적인 행동을 보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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