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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생각은 어떻게 다수에 빨려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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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다수결 원칙의 근본적인 한계와 위험성은 소수의견과 다양성을 옹호하는 온갖 수사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인 하나를 위해 나머지를 배제하는 원칙 자체에 있다. 거의 모든 전체주의는 형식-절차적 민주주의의 자궁에서 나왔다. 하버드대 정치학자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의 공저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는 시대정신과 사회적으로 합의된 가치가 부정될 경우 제도로서의 민주주의가 민주주의의 본질을 훼손하는 수단이 된다는 사실을 도널드 트럼프의 2020년 대선 패배 이후 벌어진 일련의 사태 등을 통해 환기했다. 또 후속작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에서 소수의 선동이 다수를 장악하는 과정을 분석했다.
폴란드계 미국인 사회심리학자 솔로몬 애시(Solomon E. Asch, 1907.9.14~1996.2.20)의 ‘동조 실험(1951)’은 개인의 생각이 집단의 의사에 얼마나 쉽게 빨려 드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그는 피실험자들에게 위 사진의 왼쪽 그림을 보여준 뒤 오른쪽 그림에서 처음 본 것과 같은 길이의 선분을 고르게 했다. 9명의 피실험자 중 진짜 실험 대상은 한 명뿐이었고 나머지 8명에겐 틀린 선분을 고르게 했다. 동일한 실험이 반복될수록 피험자의 대답은 경향적으로 다수의 오답 쪽으로 기울었다. 백인 남학생 123명을 대상으로 참가자 규모와 형식을 바꿔가며 반복 실험한 결과 혼자일 때 99%가 넘던 정답률은 최종적으로 73.2%로 격감했고, 최소 1회 이상 다수가 선택한 오답을 고른 이는 76.4%에 달했다. 권위-다수에의 동조-투항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소속감이 주된 이유라고 애시는 추정했다.
유대인인 애시는 유년기 유월절 경험에 착안해 저 실험을 설계했다고 한다. 술을 좋아하던 할머니는 ‘선지자 엘리야’를 위한 잔이라며 포도주를 한 잔 더 따랐다. 그는 처음엔 의심했지만 삼촌이 할머니 말에 동조하며 “잔을 유심히 지켜보라”고 했고, 그러자 실제로 잔 속의 포도주가 줄어드는 듯 여겨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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