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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억대 사학 비리로 설립자 구속된 완산학원, 6년째 정상화 '지지부진'

입력
2024.09.09 17:10

징계자도 직책 맡도록 규정 개정
논란 일자 기존 규정 유지키로
파면·해임 교사 복직, 과원 문제도
도교육청 "권한 한계, 소통 중"

교사와 학부모, 학생으로 구성된 '완산학원 정상화 대책위원회'가 2019년 6월 전북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3억원 횡령 사건으로 얼룩진 완산학원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사와 학부모, 학생으로 구성된 '완산학원 정상화 대책위원회'가 2019년 6월 전북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3억원 횡령 사건으로 얼룩진 완산학원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금 횡령과 뇌물수수 등 사학비리로 설립자가 구속되고 40명 가까운 교직원이 중징계를 받은 학교법인 전북 전주 완산학원(완산중·완산고교)이 임시 이사가 파견된 지 5년이 지났는데도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사회에서 징계자도 직위를 맡을 수 있도록 인사 규칙 개정을 시도한 것을 비롯해 징계 처분을 받았던 교사들이 돌아오면서 내부적으로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9일 전북교육청 등에 따르면 완산학원 이사회는 지난 7월 '사무직원 인사 규칙'을 개정을 추진했다가 한 달 만에 중단했다. 개정 내용은 △제7조(신규 채용 시험의 방법 등)의 '신규 직원 채용 공개 전형은 서류·필기·면접 등 객관적 평가 방법으로 하며, 그 밖의 사항의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임용권자가 정한다'를 '공개 전형 시행에 필요한 사항은 임용권자가 정한다'로 변경하고 △제16조(직위)의 '법인국장, 행정실장은 금품·향응 수수, 공금 횡령·유용, 성폭력·성매매 등으로 징계 처분을 받은 자는 직위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삭제하는 것 등이다.

이는 2019년에 파견된 1기 임시 이사들이 비리 재발 방지를 위해 자체적으로 만든 인사 규칙을 현 2기 임시 이사회가 규칙 개정을 시도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특정인을 뽑기 위해 필기 전형을 없애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완산학원 측은 사립학교 특성에 따라 학교법인 고유 권한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강일영 이사장은 "사립학교는 이사회가 최종 결정 기관인데 인사위원회 심의를 받아 결정하는 건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직 운영상 처벌을 받은 사람도 시간이 지나면 기회를 줄 수 있는 게 필요할 때도 있다"며 "필기 전형을 없애려고 했던 건 비용 감축, 절차 간소화가 목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완산학원 임시 이사회는 최근 사무직원 인사 규칙의 제16조 '법인국장, 행정실장은 금품·향응 수수, 공금 횡령·유용, 성폭력·성매매 등으로 징계 처분을 받은 자는 직위를 부여하지 않는다' 징계자는 직책을 맡을 수 없도록 돼 있는 조항을 삭제하려고 했으나, 논란이 일자 기존 규정을 유지하기로 했다. 기존 인사 규칙 내용. 완산중학교 홈페이지 캡처.

완산학원 임시 이사회는 최근 사무직원 인사 규칙의 제16조 '법인국장, 행정실장은 금품·향응 수수, 공금 횡령·유용, 성폭력·성매매 등으로 징계 처분을 받은 자는 직위를 부여하지 않는다' 징계자는 직책을 맡을 수 없도록 돼 있는 조항을 삭제하려고 했으나, 논란이 일자 기존 규정을 유지하기로 했다. 기존 인사 규칙 내용. 완산중학교 홈페이지 캡처.

앞서 완산학원 설립자 A(79)씨는 2009년부터 2019년까지 학교 물품 대금 또는 각종 시설 공사 예산을 빼돌려 총 53억 원을 챙긴 혐의로 2020년 대법원에서 징역 7년, 추징금 34억 219만 원을 확정받았다. 교장·교감 승진 대가로 교사 6명으로부터 총 1억 2,000만 원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교육계 안팎에선 "완산중·고교가 안정화되려면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징계 처분을 받은 교사들이 징계 시효 경과 등을 이유로 대거 복직했고, 신구(新舊) 교직원 간 갈등도 재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완산학원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교육계 관계자는 "학교 내부적으로도 갈등이 지속되다보니 자칫 학사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까 학부모들도 불안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당시 이 사건과 연루된 중·고교 교직원 39명이 파면·해임 등 징계를 받았다. 완산학원은 교사들이 무더기로 퇴출되자 2020~2022년 완산중·고교에 총 18명의 신규 교사가 임용됐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민사소송 또는 교원 소청 심사위원회 등에서 승소한 교사 14명이 복직해 학생 수 대비 교사가 많은 과원 교사가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완산학원 교사 10여 명은 공립학교 등으로 순회·파견됐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사립학교는 공립학교와 달리 교사 전보 등 수급 조정이 쉽지 않고, 정상화 과정에서 교육청이 개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하루빨리 안정화될 수 있도록 이사회와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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