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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전 이스라엘 불도저에 미국 여성 압사 재현됐다"... 바이든 인내심 시험대

입력
2024.09.08 19:0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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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안서 20대 미국인 총격 사망 후폭풍
2003년 레이철 코리 사망 사건 '닮은꼴'
휴전 협상 어깃장에 미·이 갈등 극대화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나 회담을 준비하고 있다. 반대 방향을 바라보는 두 정상의 모습에서 양국 간 불협화음이 느껴진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나 회담을 준비하고 있다. 반대 방향을 바라보는 두 정상의 모습에서 양국 간 불협화음이 느껴진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군 발포로 미국인이 사망한 사건의 후폭풍이 거세다. 가자지구 전쟁 휴전 협상이 극한 진통을 겪는 상황에서 발생한 또 다른 대형 변수다. 휴전안 타결에 번번이 어깃장을 놓는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인내심이 점점 바닥을 드러내는 상황인 만큼, 이번 사태의 파급 효과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 정착촌 반대 시위 참가했다 참변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AP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이스라엘 점령지인 요르단강 서안 베이타 마을에서 미국인 여성 아이셰누르 에즈기 에이기(26)가 두부 총격으로 사망했다. 에이기는 친팔레스타인 평화운동단체 국제연대운동(ISM) 소속 활동가로, 이날 이스라엘 정착촌 확장 반대 시위에 참석했다가 이스라엘군이 쏜 총에 머리를 맞았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튀르키예 출신인 에이기는 한 살도 안 돼 미국으로 건너갔고, 올해 워싱턴대 심리학과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사회는 2003년 3월 가자지구 라파에서 이스라엘군 불도저에 깔려 숨진 미국인 레이철 코리(당시 23세) 사건의 참상이 21년 만에 재현됐다며 충격에 빠졌다. 에이기처럼 ISM 소속 활동가였던 코리는 팔레스타인 건물을 파괴하려던 이스라엘군에 맞서다 변을 당했다. 두 사람 모두 미국 워싱턴주(州)에 거주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당시 코리의 유족은 이스라엘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이 일로 처벌받은 이스라엘 군인은 없었다.

6일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 정착촌 확장 반대 시위에 참가했다가 숨진 미국인 20대 여성 아이셰누르 에즈기 에이기. 친팔레스타인 평화운동단체 국제연대운동(ISM) 소속 활동가였던 에이기는 이스라엘군 총격에 머리를 맞고 사망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6일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 정착촌 확장 반대 시위에 참가했다가 숨진 미국인 20대 여성 아이셰누르 에즈기 에이기. 친팔레스타인 평화운동단체 국제연대운동(ISM) 소속 활동가였던 에이기는 이스라엘군 총격에 머리를 맞고 사망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백악관 "충격"... 가족은 독립 조사 요구

이번 사태는 이스라엘에 대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인내심 한계를 재차 시험하는 '악재'가 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가자 전쟁 휴전 및 인질 석방을 위한 막판 협상에서 이스라엘은 미국의 '합의 압박'에 계속 저항하고 있다. 최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휴전 협상이 90% 임박했다'는 미국 입장을 정면 부인하면서 양국 갈등은 더 커졌다. 최근 하마스에 억류됐다가 사망한 채 발견된 인질 6명 중 미국인 1명이 포함돼 있자, 사실상 바이든 대통령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백악관은 에이기 사망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며 이스라엘을 향해 총격 당시 상황에 대한 정보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유엔도 "관련자가 책임져야 한다"며 전면적 조사를 촉구했다. 에이기의 가족은 이스라엘의 조사가 적절치 않다며 '미국 정부의 독립적 조사'를 요구했다고 NYT는 전했다.

7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가자지구 인질 석방을 촉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열리고 있다. 텔아비브=로이터 연합뉴스

7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가자지구 인질 석방을 촉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열리고 있다. 텔아비브=로이터 연합뉴스


이, 필라델피 회랑에 도로 건설... "철군 거부"

게다가 휴전안 타결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와 이집트 사이 완충 지대인 '필라델피 회랑'을 따라 새 포장 도로를 건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영국 BBC방송은 "이스라엘군이 최근 (필라델피 회랑이 포함된) 가자 남쪽 국경을 따라 6.4㎞에 이르는 새 포장 도로를 깔았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의 이러한 움직임은 휴전 협상에서 가장 첨예한 쟁점이었던 이 지역 철군을 거부한다는 의사 표시다. BBC는 "이스라엘군이 가까운 시일 내에는 가자에서 전면 철수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필라델피 회랑을 '하마스의 무기 생명줄'이라고 주장하며 통제권을 고집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의 공격 강도는 더 세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스라엘군이 6, 7일 가자지구 전역에 공습을 가한 결과, 이틀간 최소 61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숨졌다고 전했다.

조아름 기자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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