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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여행 한 번에 한 달 탄소 왕창... 비행기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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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가 심각한 건 알겠는데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일상 속 친환경 행동이 정말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다고요? 열받은 지구를 식힐 효과적인 솔루션을 찾는 당신을 위해 바로 실천 가능한 기후행동을 엄선해 소개합니다.
다들 여름휴가 잘 다녀오셨나요.
'역대 최장 열대야' '역대급 폭염'이라는 단어가 지겨울 만큼 무더운 여름이었죠. '찜통더위'를 피해 국내외 피서를 다녀오셨거나, 이번 추석 연휴에 해외여행 계획 중이신 분들도 많을 것 같네요.
기자도 여름휴가는 강원도에서 보냈지만, 6월 초 가족과 2박 3일 짧은 해외여행을 다녀오고 8월 말에는 해외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인터넷으로 비행기 예매를 하려니 전에는 없던 내용이 뜨더라고요. 바로 '항공편 탄소 배출량' 표시였습니다.
설정을 누르자 '이 항공편은 같은 노선을 다니는 일반적인 항공편보다 이산화탄소 환산량이 18% 더 적다'는 안내 문구가 뜨더라고요. 가격 차이도 딱히 안 나고, 기왕이면 탄소 배출이 적은 표를 예매하면 좋겠다 싶었죠.
사실 비행기 여행은 '고비용'인 만큼 '고탄소' 활동이기도 합니다. 유럽환경청(EEA)에 따르면 이동거리 1㎞당 승객 한 명의 탄소 배출량이 비행기는 285g으로 버스(68g)의 4배, 기차(14g)의 20배가 넘는다고 합니다.
유엔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노선별 이산화탄소 배출량 계산기에 따르면, 한국 인천공항에서 미국 뉴욕 JFK 공항까지 이코노미 승객은 한 사람당 이산화탄소 1,122㎏을 배출하게 돼요. 무려 1톤이 넘는 것인데요. 2021년 한국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13.1톤인 점을 고려하면, 뉴욕 왕복 항공권만으로 이미 '한 달 치' 이산화탄소를 내뿜게 되는 것이죠.
이런 이유로 유럽에서는 '플뤼그스캄(Flygskam·비행기 여행에 대한 부끄러움)'이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었는데요. 비행기를 죄악시하며 해외여행, 해외 출장을 아예 안 갈 수는 없겠지만 기후위기에 덜 일조할 방법은 없는 걸까요. '비행기 대신 배' '비행기 대신 자전거' 타고 해외를 다녀온 두 분의 경험담을 들어봤습니다.
제로웨이스트숍 알맹상점을 운영하는 고금숙 대표는 몇 년 전 비행기와 (당분간) '헤어질 결심'을 했다고 해요. "20대 초반부터 없는 돈 모아 가던 동남아 여행이 인생의 낙이었지만, 지금은 꾹꾹 참아요. 탄소 배출을 줄이려고 엄청 사소한 것까지 노력해도, 비행기 한 번에 배출되는 탄소량이 훨씬 크다는 것을 알게 되고부터요."
그런데 지난해 여름 '폐기물 제로 마을' 일본 가미카츠를 출장차 방문할 일이 생겼어요. 이때 고 대표가 선택한 이동법은 '배'였습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KTX, 부산에서 오사카까지 배, 오사카부터 가미카츠까지 버스·기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죠. '그렇게 갈아타면 탄소가 더 나오지 않냐' 묻는 사람도 있었대요.
탄소중립 솔루션 스타트업 '오후두시랩'에 의뢰해 계산한 결과, 실제로는 항공편 탄소 배출량은 231㎏, 배편은 51㎏으로 네 배 차이였습니다. 번거롭기는 해도 훨씬 '친기후적인' 여행 방법인 것이죠. 다만 고 대표도 모든 사람이 이런 방법을 택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어요. 소요 시간을 따져보니 항공은 3시간, 배는 하루가 꼬박 걸렸고요. 비용도 '배+기차+버스'를 다 더한 값이 항공편 값의 2배였습니다.
고 대표는 "저는 극단으로 밀어붙인 실험적 사례지만, 짧은 휴가 동안 빠르게 스트레스를 풀어야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런 여행 방법을 권하기는 어렵다"면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어요. 현 상황에서는 굳이 개개인이 항공편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죠. 철도 이용객에게 탄소중립포인트를 적립해주거나, 항공세 부과 등으로 '저탄소 교통'을 장려할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해외여행은 어려워도, 최소한 국내 여행에서는 저탄소 교통을 타게끔요.
'느린 여행'이 어렵다면 여행에서 텀블러, 수저통을 챙겨 '레스(less) 웨이스트'를 도전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고요.
'이토록 우아한 제로 웨이스트 여행'의 저자 신혜정씨는 퇴사 후 1년 10개월 동안 중국부터 튀르키예까지 2만㎞ 넘는 여정 중 1만2,500㎞를 자전거로 달려 육로 여행을 했어요.
신 작가는 "비행기가 탄소 배출 문제도 있지만 '점에서 점으로 순간이동'하는 방식이지 않냐"면서 "경로 자체가 여행이 되고 제 힘, 제 속도로 가는 여행을 하고 싶어서 자전거를 택했다"고 했어요. 육로 여행은 '국경 넘기'의 매력이 있다면서요. 중국에서 베트남 국경에 가까워질수록 동남아에서 볼 법한 망고 나무가 자라고, '베트남식 대나무 모자'를 쓴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풍경을 실시간으로 구경하는 식으로요.
그는 여행 과정에서 일회용품을 안 쓰기 위해 텀블러, 반찬통, 수저통 등을 들고 다니기도 했어요. 바쁜 직장인 시절에는 번번이 실패했던 '제로 웨이스트'였지만, 여행에서는 여유를 갖고 실천할 수 있었던 것이죠. 신 작가는 "쓰레기 '제로(zero)'에 압박을 받기보다 '레스', 덜 써보자는 정도로 마음을 먹으면 더 오래, 더 즐겁게 실천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어요.
고 대표와 신 작가의 '느린 저탄소 여행' 방법은, 바쁜 일상 속 일주일 휴가를 겨우 쥐어짜 내 여행 계획을 짜야 하는 우리 대부분에게는 어려운 방법이죠. 두 분 모두 "우리의 삶에 더 많은 여유가 주어지지 않는 한 이런 여행을 권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어요.
그럼에도 이들의 경험담은 '비행기 타는 여행' '빠른 여행'이라는 선택지만 있는 건 아니라는 점을 새삼 알려줍니다. 녹색전환연구소 '1.5도 라이프스타일 가이드북'은 △휴가는 가까운 곳으로 △단거리 항공 여행은 3년에 1번 △비행기 대신 철도 이용하기 △항공기 사용은 절반으로 줄이기 △이코노미석 이용하기 같은 방법을 제안해요.
가이드북에 따르면 여가로 집에서 책 1권 읽는 것과 비교할 때, 하루 골프는 22배, 하루 스키는 24배, 국내 여행으로 인한 숙박은 43배 탄소가 배출된다고 합니다. 해외여행 가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휴가 기간에 '방콕'하며 책이나 밀린 드라마를 보는 것도 기후를 생각하면 좋은 방법일 것 같네요. 저도 이번 추석 연휴에는 '독서 휴가'에 도전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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