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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제조사들 '책임보험' 안 들면 내년부터 보조금도 없다

입력
2024.09.06 12:00
수정
2024.09.06 20:3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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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전기차 화재 안전관리 대책' 발표
전기차 화재 사고 발생 시 제조사에 책임 방점
전기차 보조금 중단으로 '책임보험' 가입 압박
충전사업자도 '무과실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
배터리 인증제 시행 시점 올해 10월로 앞당겨
배터리 정보 공개 항목, 제조사 및 원료도 포함

인천소방본부가 8월 1일 인천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전기차량 화재와 관련, 관계기관과 합동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인천=뉴스1

인천소방본부가 8월 1일 인천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전기차량 화재와 관련, 관계기관과 합동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인천=뉴스1


내년(2025년)부터 전기차 회사들이 '제조물 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정부에서 주는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전기차 화재 피해에 대한 제조사들의 책임을 강화하는 차원이다. 정부는 또 충전사업자의 무과실 책임보험 가입도 의무화하고 내년부터 시행하려 했던 배터리 인증제 시행 시점을 올해 10월 앞당기고 배터리 정보 의무 공개 범위도 넓혔다.

정부는 6일 이런 내용이 담긴 '전기차 화재 안전관리 대책'을 확정하고 발표했다. 정부는 8월 인천 청라지구 아파트에서 일어난 벤츠 전기차 화재로 큰 피해가 발생하자 전기차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관계 부처 합동으로 해법을 찾아왔다.



전기차 화재 책임 '제조사'에...'보조금 끊기'로 압박

그래픽=강준구 기자

그래픽=강준구 기자


정부는 전기차 제조사가 사고 피해를 함께 책임질 수 있도록 보조금 카드를 꺼냈다. 내년부터 제조물 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제조사에 대해서는 전기차 보조금을 주지 않는 방안을 검토한다. 보조금은 제조사 입장에서 판매량을 늘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에 정부가 책임보험 가입을 사실상 의무 수준으로 요구하는 것이다. 현재 전기차를 만드는 제조사는 총 14개인데 이 중 일부 제조사가 여전히 제조물 책임보험에 들지 않고 있다.

제조물 책임보험은 제조사의 제품으로 소비자에게 피해가 생겼을 때 관련 비용을 보장하는 보험 상품이다. 이번 벤츠 전기차 화재로 피해액만 수백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배상 책임이 벤츠에 있는지, 차주에게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특히 차주의 개인 보험만으로 배상이 진행되면 보험으로 책임질 수 없는 손해액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전기차 제조사도 사고로 인한 피해에 책임지도록 해 배상 시스템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충전사업자에 대해서는 '무과실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를 추진한다. 전기차 충전소 사고는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정리하기 쉽지 않은 반면 피해자와 피해 내용이 명확하다는 점에서 무과실 책임보험이 적합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는 현재 주유소 사업자가 재난배상책임보험을 가입하는 것과 결이 같다. 주유소 사업자는 이 보험으로 책임이 불명확한 사고까지 보상해 '피해구제'를 우선한다.



배터리 안전에 정부 적극 개입...사전에 점검해 인증

그래픽=박구원 기자

그래픽=박구원 기자


배터리 자체 안전성도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 개입하기로 했다. 내년 2월부터 국내외 제조사를 대상으로 시행할 예정이었던 '전기차 배터리 인증제'는 10월로 앞당겨 실시한다. 전기차 배터리 인증제는 전기차를 만들 때부터 배터리 안전성을 정부가 사전에 점검하고 인증하는 제도다. 이날 브리핑에 참석한 백원국 국토교통부 2차관은 "현재 배터리 인증제는 제조사들이 하는 셀프 인증제"라며 "정부 인증제가 시행되면 검증 기준에 맞춰 제대로 제작 및 판매가 되고 있는지 사후관리체계가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정보도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현재 배터리 용량, 최고 출력 등만 알리는데 △배터리 제조사 △주요 원료 등 핵심 정보를 모두 제공해야 한다. 전기차 정기검사 항목도 배터리 셀 전압, 배터리 온도·충전·열화 상태, 누적 충·방전 등이 추가된다. 한국교통안전공단 검사소는 물론이고 민간 검사소까지 전기차 배터리 진단기도 갖추게 한다.

전기차 제조사도 배터리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동참한다. 현대차·기아 등 주요 제조사는 실시간으로 배터리 상태를 감지하고 경고하는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이 없는 구형 전기차에 무료로 설치해주기로 했다. 이미 설치된 차량은 무상으로 성능을 업데이트해준다. 또한 BMS 연결 및 알림 서비스 무상 제공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한다. 백원국 국토부 2차관은 "BMS를 탑재할 수 없어 업데이트도 불가능한 초기 전기차가 전체 전기차의 10%, 약 6만 대로 추정된다"며 "해당 전기차들은 제조사의 무상 특별점검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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