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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전 사위 의혹' 전 행정관 증인신문… 이상직 교도소서 영상재판 참여 왜?

입력
2024.09.05 17:30
수정
2024.09.05 18:54
8면

법원, 文 전 대통령 등 피의자 4명에 기일 통지
특채 사건 핵심 증거 쥔 이상직 입 열지 '주목'
그간 묵비권 행사, 사면 전략이란 시각도

이상직 전 국회의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상직 전 국회의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 사위였던 서모(44)씨의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 의혹을 수사 중인 가운데 오는 9일 법원에서 열리는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 신모씨에 대한 공판기일 전 증인신문에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구속)이 영상을 통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 전 의원은 이 사건의 스모킹건(핵심증거)을 쥔 인물로, 이번 수사와 관련해 어떤 말을 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씨는 문 전 대통령의 친·인척을 관리했으며 문 전 대통령의 딸 다혜씨 가족의 태국 이주를 도왔다.

5일 전주지검 등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은 지난달 12일 문 전 대통령을 비롯해 이 전 의원, 박석호 타이이스타젯 대표, 조현옥 전 인사수석 등 피의자 4명에게 신씨 관련 '제1회 공판기일 전 증인신문' 기일 통지서를 발송했다. 이 신문에는 이 전 의원만 유일하게 현재 수감 중인 전주교도소에서 영상을 통해 재판에 참여할 뜻을 밝혔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공판기일 전 증인신문은 범죄 수사에는 없어서는 안 될 사실을 안다고 명백히 인정되는 사람이 출석·진술을 거부할 때 검사가 공판기일 전에 판사에게 한 차례 청구할 수 있다. 공판에서 진행되는 증인신문처럼 신청한 검사가 먼저 신문하면 참고인 또는 피의자가 반대신문을 이어서 진행한다. 검사는 신씨에게 다혜씨 가족의 태국 이주 과정에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개입·지원했는지 등을 캐물을 방침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문다혜씨가 지난 3일 자신의 엑스(X)에 올린 글. X 캡처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문다혜씨가 지난 3일 자신의 엑스(X)에 올린 글. X 캡처

또 다른 관심사는 이 과정에서 이 전 의원이 돌발 발언을 할지 여부다. 박 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이 전 의원이 서씨 프로필을 주며 채용을 지시하고, 월급은 800만 원에 맞추라고 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에게 뇌물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서씨 채용이 특혜성이 있었는지가 입증돼야 한다. 이 전 의원은 그간 이스타항공 배임 등 혐의에 대해선 검찰과 법원에서 적극적으로 무죄를 주장했다. 반면 유독 서씨 채용 특혜 의혹과 관련해선 검찰 조사 내내 묵비권을 행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전 의원은 이스타항공에 500억 원대 손실을 끼친 혐의(횡령·배임)로 지난해 대법원에서 징역 6년을 확정받아 현재 전주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또 타이이스타젯 설립 과정에서 이스타항공에 수백억 원대 손실을 끼친 혐의(특경법상 배임)로 1심에서 징역 2년, 국토부 자녀 이스타항공 부정 채용 혐의(뇌물공여)로 징역 4개월을 각각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배임 혐의와 채용 특혜 의혹에 대한 이 전 의원의 상반된 진술 태도는 차후 뇌물공여 혐의 기소를 염두에 둔 전략적 대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 수사가 전방위로 상당히 진척됐기 때문에 자칫 말을 잘못했다간 이 전 의원 본인뿐 아니라 문 전 대통령까지 뇌물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판단해 말을 극도로 아끼는 것 같다"며 "일각에선 야당에서 '정치 보복 수사'라고 반발하는 상황에서 정권이 바뀐 뒤 사면을 노린다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이 이례적으로 재판에 참여하는 건 신씨가 이 전 의원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경우 이를 반박하거나 바로잡기 위한 전략, 혹은 신씨 증인신문 과정에서 검찰이 이 사건 관련해 어떤 증거와 진술을 확보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기에 자신의 대응 논리를 마련하려는 심산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전주= 김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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