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이던 올여름, 기온 가장 높고 열대야 가장 길었다

[기상청 2024년 여름철 기후 특성 자료]
폭염 일수 역대 3위, 열대야 평년 대비 3배
해수면 온도 23.9도로 최근 10년 최고치
시간당 100㎜ 물폭탄 쏟아진 지역만 9곳

찜통더위가 이어지던 지난달 2일 광주 북구 신용근린공원 바닥분수에서 어린이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올여름 전국 평균 기온이 25.6도로 전국적인 기상 관측을 시작한 1973년 이래 역대 1위를 기록했다. 열대야 일수도 평년 수준의 3배를 넘으며 역대 1위에 올라섰다.

5일 기상청이 발표한 '2024년 여름철(6~8월) 기후 특성' 자료에 따르면 올여름은 높은 기온과 열대야 기승, 장마철 집중호우, 7월 하순 이후 적은 강수가 특징으로 나타났다.

우선 올 여름철 전국 평균 기온은 25.6도로 평년(23.7도)보다 1.9도 높았다. 기존 1위는 '최악의 폭염'으로 꼽히는 2018년의 25.3도였는데 이를 넘어선 것이다. 고온다습한 남서풍이 지속적으로 유입된 점, 7월 하순부터 8월 하순까지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이중으로 한반도 상공을 덮으면서 맑은 날씨와 강한 일사량이 이어진 점 등이 이유로 꼽힌다. 특히 8월 평균 기온은 평년보다 무려 2.8도 높았다.

열대야가 계속되던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청계천을 찾은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열대야 일수 역대 1위를 경신한 서울은 올여름 열대야가 39일 발생했다. 뉴시스

올여름은 일 최고기온이 33도를 넘는 '폭염'도 심했지만, 밤에도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으로 유지되는 열대야가 어느 때보다 심했다. 전국 평균 폭염 일수는 역대 3위인 24일로, 평년(10.6일)보다 2.3배 많았다. 1위는 2018년 31일, 2위는 1994년 28.5일이다. 열대야 일수는 20.2일로 평년(6.5일) 대비 3.1배에 달해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2·3위는 2018년과 1994년의 16.5일이다.

지역별로는 주요 기상관측 지점 66곳 중 36곳에서 올해 열대야 일수 역대 1위 기록을 경신했다. 제주 56일, 여수 42일, 서울 39일, 인천 36일 등 한 달 넘게 열대야가 발생한 곳도 적지 않았다. 폭염 일수 역시 66곳 중 10곳에서 역대 1위를 경신했다. 우리나라 해역 여름철 해수면 온도도 23.9도로 최근 10년(2015~2024년) 평균(22.8도)보다 1.1도 높았고, 10년 중 최고치였다.

올여름 강수 특징은 장마철 동안 좁은 영역에 강한 비가 내렸다는 점이다. 경기 파주시에는 지난 7월 17일 시간당 최대 101㎜에 달하는 비가 쏟아졌다. 17일과 18일 이틀간 파주시 판문점에는 634.5㎜에 달하는 엄청난 양의 비가 왔다. 사진은 같은 달 18일 오전 파주시 월롱면에서 소방대원들이 침수된 공장에 고립된 직원을 구조하는 모습. 연합뉴스

올여름 강수량은 평년보다 적었고, 내린 비 대부분이 장마 기간에 집중됐다. 전국 평균 강수량은 602.7㎜로 평년(727.3㎜)의 82.5% 수준이었다. 보통 여름철 비는 절반이 장마철에 온다. 그런데 올해는 여름철 내린 비 중 78.8%(474.8㎜)가 장마철에 집중됐다. 1973년 이래 가장 큰 비율이다. 장마철을 제외한 기간에는 맑은 날이 많아 비가 적게 내렸다.

특히 올 장마철 강수는 좁은 영역에 강한 비가 쏟아지는 '집중호우' 경향이 뚜렷했다. 1시간 최다 강수량이 100㎜를 넘는 사례도 어청도(전북 군산시) 146㎜, 군산 131.7㎜ 등 총 9곳에서 관측됐다. 보통 시간당 강수량이 20㎜만 넘어도 '강한 비'로 분류되는데, 봄철 한 달간 내릴 비(올해 5월 전국 강수량 118.4㎜)가 하루 만에 쏟아진 셈이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