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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치 잉크 마르기도 전, '네 탓 공방'만 벌인 여야...의료대란 대책 한 발짝도 못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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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대표회담으로 물꼬가 트였던 '협치의 잉크'가 마를 틈 없이 국회가 다시 얼어붙고 있다. 정부 계엄령 준비설로 장외 공방을 벌이더니, 정기국회 본회의 첫날에도 여야는 고성에 말싸움만 주고받았다. 기대했던 의료 대란 대책 마련 논의는 당연히 운도 떼지 못했다. 여야는 이날 정쟁의 지뢰밭이 곳곳에 널려 있다는 사실만 확인한 채 더욱 가팔라질 대치 국면을 예고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이 진행된 4일 본회의장은 '말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전방위로 비판한 박 원내대표의 연설 대목마다 국민의힘이 반박하고, 민주당이 재반격하면서, 회의장은 시끄러운 고성으로 가득했다.
박 원내대표는 작심한 듯 윤석열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거부권 남발, 친일 논란 인사들의 공직 임명을 문제 삼으며 "헌법 수호 책무가 있는 대통령이 반헌법적 상황을 벌이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윤 대통령을 '독재자'로 칭하며 탄핵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까지도 내놨다. 박 원내대표는 "여당은 야당이 의회독재를 한다고 비판하지만, 진짜 독재는 대통령이 하고 있다"며 "계속 민심을 거역한다면 윤 대통령도 불행한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의힘은 발끈했다. 연설 내내 "거짓말로 선동하고 있다" "사돈 남 말 하지 말라" "협치를 포기하겠다는 거냐"며 격하게 반발했다. '자위대 한반도 진주 가능성' 발언엔 "말이면 다야"라는 고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연설 중간 국민의힘 의원 3분의 1가량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면서 빈자리가 속출했다.
민주당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윤 대통령을 겨냥해 "매국노" "(대통령직) 내려와라"라고 추임새를 넣으며 박 원내대표를 지원사격했다. 박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을 준수하고 있냐'고 묻자, 여야 의원들은 각자 "네, 잘하고 있다" "아니오, 못하고 있다"를 크게 외치며 난데없는 '떼창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연설 직후 공식 논평에서 "협치를 걷어찼다"(곽규택 수석대변인)고 분통을 터뜨렸다. 대통령실도 "아직도 괴담이나 궤변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민주당의 정부 계엄령 준비설 제기에 "이재명 대표직을 걸고 말하라"고 한 강경 대응의 연장선이다. 박 원내대표가 헌법 위반을 거론한 데 대해서도 "위헌적 법안을 발의해 거부권을 유도했고, 당대표를 수사하는 검사, 판사를 탄핵하겠다는 당의 원내대표가 헌법을 거론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맞받았다.
말싸움이 진동한 본회의장에 '민생'은 설 자리가 없었다. 박 원내대표가 의료 대란 해결을 위한 '여야의정 비상협의체' 구성을 제안했지만, 아무런 호응도 받지 못하고 묻혀버렸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박 원내대표 연설에 대해 "협치에 대한 부분을 좀 더 강조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견제구를 날렸지만, 정작 여야의정 비상협의체 제안에 대해선 "많은 대화, 많은 협의를 해야 한다"며 원론적 답변에 그쳤을 뿐, 추가적 호응은 없었다. 대통령실 역시 "여야 간 협의가 먼저"라며 발을 빼긴 마찬가지였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응급실 대란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지만,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국회 차원의 논의가 '올스톱'된 것이다.
여야 정책위의장이 양당 대표회담의 유일한 성과인 민생 공통공약 추진협의기구를 추진한다고 했지만, 이 역시 큰 기대를 걸기 어렵게 됐다. 비쟁점법안에 한정된 논의에 그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야가 서로 네 탓 공방만 벌이느라 민생을 위한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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