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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외국계 금융사 '무차입 공매도' 과징금 취소... 제도 도입 후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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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불법 공매도 의심 금융사에 부과한 과징금을 취소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처음 나왔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 김정중)는 유럽계 금융회사 케플러 쉐브레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를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달 23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2021년 4월 불법 공매도에 대한 과징금 부과 조항이 신설된 개정 자본시장법 시행 이래 법원이 처음으로 내린 취소 판결이다.
주가 하락을 예상해 주식을 빌려서 판 다음, 나중에 주식으로 되갚는 것. 돈이 아니라 가격이 낮아진 주식으로 갚기 때문에, 주가 하락기에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 형태다.
증선위는 지난해 7월 무차입 공매도를 한 혐의로 케플러에 과징금 10억6,300만 원을 부과했다. 공매도는 가격이 하락될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서 판 뒤 나중에 주식으로 갚는 매매 방식이다. 그러나 국내에선 실제로 주식을 빌리지 않고 파는 무차입 공매도(네이키드 쇼트 셀링)를 금지한다.
케플러는 2021년 9월 A펀드가 소유하지 않은 SK하이닉스 주식 4만1,919주를 증권사를 통해 매도 주문했다. 케플러 측은 원래 B펀드를 통해 주식을 매도하려 했지만 직원이 실수로 A펀드를 통해 거래했다고 주장했다. 증권사에 매도 주문한 주식이 2만9,771주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4만여 주 공매도를 상정하고 내린 과징금 처분이 잘못됐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증선위는 케플러가 SK하이닉스 주식이 없는 B펀드에서 매도 주문한 것 자체를 무차입 공매도로 봤다.
케플러가 이에 불복해서 낸 소송에서 1심 법원은 케플러 손을 들어줬다. 케플러가 실수로 B펀드에 매도 주문을 내 결과적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하게 됐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담당 직원이 공매도를 한 이유는 펀드 등록번호를 전자 시스템에 오기한 과실에 따른 것"이라면서 "이 사건 주식의 주가가 하락할 것을 예상해 공매도를 규제하는 취지에서 빠져나가려던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공매도를 통해 케플러가 얻은 이익이 특별히 없다는 점도 고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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