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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한국에 초희소질환 신약 공급하겠다"

입력
2024.09.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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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버 에르칸 입센 아시아태평양 대표 인터뷰
PFIC 신약 '빌베이' 아시아 첫 한국 승인 주도
허가-급여평가-약가협상 병행 시범사업 1호
"소수 환자 약은 경제성보다 사회 합의 우선"

엔버 에르칸 입센 아시아태평양 대표가 4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입센코리아 사무실에서 진행성 가족성 간 내 담즙정체증(PFIC·피픽) 치료제 '빌베이'의 한국 허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입센코리아 제공

엔버 에르칸 입센 아시아태평양 대표가 4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입센코리아 사무실에서 진행성 가족성 간 내 담즙정체증(PFIC·피픽) 치료제 '빌베이'의 한국 허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입센코리아 제공

"아시아에서 가장 빨리 한국에 초희소질환 치료제를 도입할 수 있게 된 건 신약 허가에 걸리는 기간을 단축하는 시범사업이 시작된 덕분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달 말 품목허가를 결정한 '빌베이' 개발사인 프랑스 기업 입센의 엔버 에르칸 아시아태평양 대표는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입센코리아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아시아 첫 빌베이 도입국으로 한국을 택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건겅보험 등재를 위한 약값 협상에 속도를 내 한국 환자들이 되도록 빨리 빌베이를 처방받을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빌베이는 지난해 10월 보건당국의 '허가-급여평가-약가협상' 병행 시범사업 1호 대상 약제로 선정된 뒤 10개월간 심사를 거쳐 8월 23일 식약처의 최종 허가를 받았다. 이 시범사업은 신약 허가까지 가는 데 거치는 여러 단계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단계별 안전성·유효성 심사 결과를 공유하는 신속심사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수년 이상 걸리는 허가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다.

입센은 빌베이를 개발한 미국 바이오기업 알비레오를 인수해 2021년 미국과 유럽에 먼저 빌베이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에르칸 대표는 "한국에 이어 호주, 일본 등 여러 아시아 국가에서 최근 빌베이 도입 절차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국내에서 빌베이 처방이 허가된 병은 '진행성 가족성 간 내 담즙정체증(PFIC·피픽)'이다. 유전적 문제 때문에 영아 시기에 간에서 담즙이 제대로 흐르지 않는 병으로, 희소질환 중에서도 환자가 더 드문 초희소질환으로 분류된다. 에르칸 대표는 "세계적으로 1,000여 명의 피픽 환자에게 빌베이가 처방되고 있다"며 "아예 치료제가 없던 과거와 비교하면 놀라운 성공"이라고 말했다.

1929년 설립 이후 현재 150개국에 진출한 입센은 희소질환 환자의 삶을 개선하는 활동을 펼치는 재단을 별도로 운영할 만큼 희소질환에 집중하고 있다. "아직도 세계 희소질환 환자의 90%가 약이 없어 고통받는다. 소수의 환자를 위해서라도 계속 약이 개발되려면 경제성 평가보다는 환자를 돕겠다는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고 에르칸 대표는 강조했다.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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