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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전기차가 운명 갈라...현대차·도요타 '씽씽', 내연기관 강자 독일차 '주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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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기관 자동차의 시대가 지고 전기차가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잠시 주춤한 사이 올해 상반기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하이브리드차가 이끌었다. 덕분에 하이브리드 강자로 손꼽히는 현대차·기아와 도요타 등은 선방하며 미래 전기차로 넘어가기 전 시간과 자금을 벌고 있다. 반면 여전히 내연기관 우위를 내세운 폭스바겐 등 전통의 독일·미국 기업들은 하이브리드에 이어 전기차까지 당장 닥칠 미래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1∼7월 하이브리드차를 22만2,818대 수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6만4,851대와 비교하면 35.2% 증가한 수치다. 현대차·기아의 올해 상반기 하이브리드 모델의 판매 비중은 11.3%(40만8,799대)로 나타났는데 반기 기준 처음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특히 하이브리드 모델은 내연기관차보다 판매 가격이 10% 이상 높아 수익성 향상에 큰 힘이 된다. 올 상반기 도요타(렉서스 포함) 하이브리드 판매량도 글로벌 191만5,023대로 전년 동기 대비 20% 늘었다. 도요타는 2분기 영업이익이 1조3,100억 엔으로 전년 대비 16.7% 증가했다.
반면 유럽·미국 차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폭스바겐 그룹은 2분기에 전년 대비 3.8% 감소한 224만3,700대의 차량을 인도했다. 폭스바겐은 최근 650억 달러(약 90조 원)를 투자해 하이브리드차 개발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자체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갖고 있는 미국 포드도 2030년까지 모든 내연기관차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설정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이런 흐름에 시장 평가도 달라지고 있다. 최근 현대차와 기아는 세계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모두 A등급을 받았다. 2월 무디스(A3)를 시작으로 피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현대차와 기아의 신용 등급을 'A-'로 끌어올렸다. 이는 이들 회사의 미래 전망을 안정적이라고 평가한 것으로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모두 A 등급을 받은 자동차 회사는 현대차·기아를 포함해 도요타, 혼다, 메르세데스-벤츠 등 네 곳뿐이다. 폭스바겐은 연간 생산 대수는 현대차·기아보다 많지만 S&P 신용등급은 한 단계 낮은 BBB+다. 미국의 전통 자동차 기업 '빅3'로 일컬어지는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스텔란티스는 신용평가사 3곳 모두에서 B 등급을 받는 데 그쳤다.
한편에서는 중국 전기차가 신흥 강자로 등장하며 독일과 미국의 자동차를 압박하고 있다. 중국 BYD(비야디), 상하이자동차, 지리자동차 등이 값싼 전기차를 앞세워 미국·유럽은 물론이고 동남아시아와 남미 등을 공략하고 있다. 이들은 헝가리, 태국, 멕시코, 브라질 등에 공장 건설을 확정했거나 추진 중이다.
이에 미국과 유럽 등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 장벽을 높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최고 46.3%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고 미국과 캐나다는 현행 관세(25%, 6.1%)를 100%로 인상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조치가 임시방편일 뿐 결국 세계 전기차 시장 경쟁은 중국산 전기차의 침투로 점점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중장기 전략 '현대 웨이'를 발표하고 이런 시장 흐름에 유연하게 대비하고 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8월 28일 열린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전기차 신규 수요가 줄어든 현재는 하이브리드 차종 판매로 수익성을 확보하고 앞으로 다가올 전기차 시대도 치밀하게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쟁에 뒤처진 유럽·미국 기업들은 중국 전기차 기업들과 협력하는 방안을 선택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샤오펑과 공동으로 배터리와 모터 등 전기차 핵심 기술을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아우디도 중국 상하이차와 공동으로 차세대 전기차를 만들고 있다. 스텔란티스그룹 역시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립모터 지분 21%를 사들이며 전기차 배우기에 한창이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학과 교수는 "과거 퍼스트무버 역할을 했던 유럽차 회사들이 최근들어 미래 자동차에 대한 투자도 늦고 앞서 끌고 나가는 모습이 안 보인다"고 짚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폭스바겐이 비용이 많이 드는 유럽 공장을 줄이고 생산 품질이 높아진 중국 공장을 선택하는 것은 원가 절감 차원에서 합리적"이라면서도 "여전히 내연기관 중심인 상황을 보면 이번 독일 내 공장 폐쇄는 궁여지책으로 나온 방안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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