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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농가 기후 위기 직격탄... " ‘골든볼’이 돌파구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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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사과 시장의 블루오션입니다."
경북도 1호 농업명장(과수 부문) 홍성일(70)씨는 지난 몇 년 사이 '골든볼'에 푹 빠져 살았다. '골든볼'은 2017년 농촌진흥청이 육종에 성공한 품종으로 안동, 충주, 군위 등지에서 4년여 동안 적응기를 거쳤다. 홍 명장은 군위를 책임졌다. 올 여름에는 과수 농가를 대상으로 한 교육 등에 눈코 뜰 새 없는 시간을 보냈다. 8월 초 농촌진흥청에서 주관한 2025년 기술보급 블렌딩 협력모델 시범 공모사업에 군위군의 '기후변화 대응 신품종 여름사과 골든볼 특화단지 조성'이 최종 선정된 까닭이다. 한 달 동안 과수 농가를 대상으로 이와 관련된 교육을 실시했다. 2025년에는 심화 과정을 연다.
홍 명장에 따르면 현재 시장에 나오는 사과의 70%는 '후지'다. 이 외에 '홍로'가 있고 최근 문경에서 많이 생산하는 '감홍'이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문제는 생산 시기다. '홍로'와 '감홍'은 9월, '후지'는 10월 중하순이나 되어야 딸 수 있다. 통상 여름 사과는 '아오리' 풋사과와 '섬머킹' 등인데, 9월 이후에 수확하는 품종과 비교해 맛과 식감이 떨어진다. 기후 변화로 20일 정도 수확이 앞당겨져 8월부터 따는 '아리수' 도 마찬가지다. 당도나 씹는 맛이 제철에 수확할 때만 못하다.
'골든볼'은 이르면 7월 말부터 수확을 한다. 홍 명장에 따르면 '후지'만큼 달고 과육의 경도가 높아 아삭아삭한 식감을 즐길 수 있다. 그는 "가을에나 맛볼 수 있는 사과가 8월 초에 풀린다고 보면 된다"면서 "'골든볼'은 여름이라는 사과 공백기를 메울 구원투수"라고 소개했다.
'골든볼'의 또다른 장점은 저장성이다. 여름 사과는 오래 저장하기 힘들다. '골든볼'은 상온에서 20일 이상 저장할 수 있다. 과일을 취급하는 상인들에게는 매력적인 장점이다.
홍 명장이 '골든볼' 재배와 홍보에 열심인 이유는 기후 변화 때문이다. 기후 변화로 사과 재배 지역이 점점 북쪽으로 올라가고 있다. 이는 농가들이 가을에 수확하는 만생종 사과를 주로 재배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재배 시기가 빠른 품종으로 대체하지 않으면 과수 농가들이 사과 농사를 통해 쌓은 경험과 기술을 모두 버리고 다른 농작물 재배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홍 명장도 할아버지 때부터 사과 농사를 지었다. 그는 "사과 농가의 위기는 대한민국과 군위의 일이기에 앞서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거치며 축적한 '가문의 노하우' 이어가는 일"이라면서 "'골든볼'이 전국민에게 사랑받는 사과로 정착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또 "올해는 수확량이 작아서 많은 분들에게 선보이지 못했으나 2026년쯤이면 시민들이 과일 가게나 마트에서 손쉽게 '골든볼'을 구매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 명장은 '골든볼' 보급과 함께 새로운 농법도 개발했다. 뜨거운 햇볕을 차단해주는 '햇빛 차광망'이다. 이 역시 기후 변화와 관련된 기술로 특허를 신청했다. 홍 명장에 따르면 식물이 자라는 적정 온도는 25, 26도다. 이 온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햇볕을 가려줄 필요가 있다. 현재 햇빛을 차단하는 장치가 개발되어 있으나 일반 농가에서 쓰기에는 가격이 너무 비싸다. 홍 명장이 개발한 차망광은 기존 제품의 20% 가격에 설치가 가능하다. 그의 말을 빌자면 정부 지원 없이도 설치할 수 있을 정도다.
홍 명장은 "신품종과 농법 개발로 기후 위기의 파고를 너끈히 넘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더불어 대구시 군위군에 '골든볼'이 훌륭하게 뿌리 내려서 대구가 사과의 고장이라는 명성을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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