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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에 무기 수출 중단"… 영국의 '변심', 도미노 되나

입력
2024.09.03 15:58
수정
2024.09.03 16:0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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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무기 수출, 국제 인도주의법 위반 소지"
휴전 수용 안 하는 이스라엘에 '외교적 압박'

지난 7월 30일 영국 런던의 의사당 밖에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에 반대한다'는 취지로 설치된 무기 모형을 행인들이 살펴보고 있다. 런던=EPA 연합뉴스

지난 7월 30일 영국 런던의 의사당 밖에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에 반대한다'는 취지로 설치된 무기 모형을 행인들이 살펴보고 있다. 런던=EPA 연합뉴스

영국 노동당 정부가 이스라엘에 공급하던 무기 중 일부에 대해 수출 중단 조치를 취했다. 이스라엘에 제공하는 특정 무기가 '민간인 살상 금지' 등 국제 인도주의법을 위반하는 피해를 가자지구에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에 무기 판매를 공식적으로 중단한 서방 주요 동맹은 영국이 처음이다. 이스라엘에 휴전 압박을 가하는 수단인 셈인데, 이 같은 조치가 주변국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수출 허용 무기 350건 중 30건, 수출 금지"

2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부 장관은 이날 하원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특정 무기 수출이 국제 인도주의법을 심각하게 위반하거나, 위반을 용이하게 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명백한 위험이 존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출이 허용된 약 350건 중 30건에 대한 허가를 즉시 정지한다"고 공표했다. 영국산 무기가 가자지구 파괴에 어떤 피해를 입혔는지에 대한 결론을 명확하게 도출한 것은 아니지만, 피해 규모를 볼 때 위반 소지가 충분하다는 게 영국 외무부 판단이다.

이번 조치 대상에는 군용기, 헬기, 무인기(드론) 등의 부품이 포함됐다. 미국산인 F-35 전투기 등 다른 국가의 무기 운용에 타격을 줄 수 있거나, 가자지구에서 사용되지 않는 장비는 제외됐다.

2일 영국 런던 의사당에서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부 장관이 하원의원들을 상대로 '이스라엘에 공급하던 무기 중 일부에 대해 수출 중단을 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영국 의회녹화부가 촬영한 영상의 한 장면이다. AFP 연합뉴스

2일 영국 런던 의사당에서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부 장관이 하원의원들을 상대로 '이스라엘에 공급하던 무기 중 일부에 대해 수출 중단을 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영국 의회녹화부가 촬영한 영상의 한 장면이다. AFP 연합뉴스


정권 교체 후 단호해진 영국... 이스라엘 '반발'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가 커지면서 '대(對)이스라엘 무기 공급 중단' 요구가 영국에서 꾸준히 나왔으나, 이전 보수당 정부는 '이스라엘 자위권 지지' 등을 이유로 외면했다. 하지만 7월 초 출범한 노동당 정부는 이번 결정으로 '영국이 단호해졌다'는 신호를 보냈다. 노동당 정부는 지난 2개월간 하마스와의 연계 의혹이 제기된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에 대한 자금 지원도 재개하는 등 이스라엘 요구에 반하는 결정을 내려 왔다.

물론 영국 무기가 이스라엘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 수준으로 미미하다. 그럼에도 국제사회로부터 거센 휴전 압박을 받는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상당한 외교적 타격이다. 래미 장관은 "무기 금수 조치가 아니며 이스라엘 자위권을 지지한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으나,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무부 장관은 "영국의 결정은 하마스 및 이란 대리 세력에 문제적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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